환경과 생태

눈발이 날리는 앞산 달비골에서 두 죽음을 보면서

녹색세상 2009. 2. 20. 01:28
 

오후부터 비가 온다기에 아침 먹고 나서 연장을 챙겨 안전점검을 했습니다. 철사가 늘어지지는 않았는지 비계파이프를 연결한 클립은 괜찮은지 하나하나 확인을 했습니다. 수시로 점검을 해서 그런지 별 이상은 없더군요. 산골이라 어떤 기상이변이 있을지 몰라 기상청홈페이지에 접속해 몇 차례 일기예보도 확인했습니다. 오후 되니 눈발이 조금 날리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이러다 눈보라 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으나 다행히도 조용히 눈만 내리는 바람도 없는 잔잔한 날씨였습니다. 쌓이면 미끄러질지 몰라 몇 번 쓸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도심에는 비가 내릴 텐데 계절의 변화가 선명한 달비골에 와 있으니 눈 구경을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골짜기 날씨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 천막을 고정시킨 부위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두었습니다.

 

이제 봄이 가까워 오니 봄바람이 어떻게 불어댈지 알 수 없으니 대비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지요. 눈이나 비가 잔뜩 내려 겨울 가뭄으로 식수가 부족한 곳에 가뭄 해갈이라도 되었으면 좋겠건만 그리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자연의 힘 앞에는 한 없이 약한 게 인간임을 다시 느낍니다. 차곡차곡 쌓인 상수리나무 낙엽이 썩지 않는 걸 보니 토질 산성화가 매우 심한 것 같습니다. 떨어진 낙엽이 썩어 거름이 되어야 저 나무들이 살아갈 수 있는데 그냥 나뒹굴기만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김수환 추기경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하는데 ‘너무 애도 일변도’란 이상한느낌이 들어 생각나는 대로 몇 자 적어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명박이 직접 명동성당까지 찾아가는 쇼를 하더군요. 서울 용산 학살로 여론을 흐리기 위해 연쇄살인범의 얼굴까지 노출시키는 여론 조작을 한 게 들통 났음에도 불구하고 일개 행정관 개인의 잘못으로 덮어 버린 뻔뻔하기 그지없는 권력이죠. 이런 호기를 조중동이 가만히 있지 않고 ‘명동의 기적’이라며 난리를 치는 꼴이 가히 가관입니다.

 

여론 물 타기를 마냥 두고 볼 수 없어 쓴 글을 여러 곳에 퍼 날랐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덕분에 그 날의 ‘인기 글’ 손가락에 들어갈 정도로 추천 수도 늘고, 댓글도 달렸는데 예상 했던 대로 ‘너나 잘 하라’는 악성 댓글이 많더군요. 어차피 욕먹을 각오를 한 것이라 악성댓글이라도 즐기고 있습니다. 유명 인사에 대한 비판이나 정세와 관련해 글을 쓰려면 책 몇 권은 읽고 자료도 챙겨야 되지만 상수리나무 위에서 그럴 처지도 못 되고, 인터넷의 특성상 그 때 바로 올리지 않으면 반응이 없어 모험을 했습니다. 물론 ‘비판은 겸허히 받겠다’고 글 마지막에 분명히 적었음에도 불구하고‘이단’에다 ‘종교폄하’라는 감정을 잔뜩 실은 글이 주를 이룹니다. 

 

제가 쓴 글에 대해서는 비판도 받고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인터넷이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진실만을 말하는 곳은 아니다”는 어느 기자의 말처럼 자기의 견해를 밝히는 것인데 너무 예민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더구나 명동성당으로 가는 조문의 발걸음 마저 ‘살려고 올라갔다가 죽어서 돌아온 철거민’들의 억울한 죽음을 묻어 버리는데 악용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여 더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지금 용산에서 학살당한 철거민 5명과 진압하다 희생당한 경찰 1명의 원혼은 어디에서 안식처를 찾고 있을까요?

 

죽음에도 등급이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조중동과 언론의 대규모 취재경쟁은 또 다른 우상을 만들고, 그 우상이 피눈물 흘리며 목이 터져라 진실규명을 외치고 있는 용산 참사 유족들에게 커다란 대못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맘이 아픕니다. 진정으로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과 양심 있는 자들이라면 이제 죽어 구천을 해 메고 있는 철거민들의 원혼을 달래주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갑갑합니다. 눈보라가 억울하게 죽음 사람들의 한 맺힌 소리는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09년 2월 20일 ‘나무 위 농성’ 69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