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처럼 따뜻하다가 기온이 조금 떨어지니 더 춥네요. 거기에다 강풍까지 몰아치니 달비골 초입에 상수리나무 위에 자리 잡은 앞산꼭지들의 작은 성인 농성장은 놀이기구 타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아무리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이지만 아직은 겨울 기운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기상이변으로 인해 기후는 ‘미친 × 널뛰기’ 하듯 뒤죽박죽입니다. 얼마 전 호주에서서는 산불에다 홍수까지 겹치는 큰 재난이 발생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사람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태평양에 있는 피지에 몇 년 가 있었던 분의 말에 의하면 남극의 빙하가 급격히 녹아 해수면 상승이 눈에 뜨일 정도로 심하다고 합니다.
앞산을 파헤치면 분지라 가뜩이나 더운 대구의 여름 날씨는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일년생 식물만 심게 되어 있던 하천관리법을 바꾸어 신천에 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가창과 앞산에서 내려오는 바람길인 신천을 통해 금호강으로 공기가 빠져나가면 신천변은 도심보다 평균 2~3도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그런 계획의 일환으로 신천의 폐수를 정화한 후 끌어 올려 파동 쪽에서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덕분에 신천에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오리도 살고 물고기도 많이 보입니다. 앞산터널 공사를 할 경우 파동으로 빠져 나온 공기 중 일부는 신천을 타고 내려와 신천주변을 오염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입니다. 한 쪽에는 수질정화에 투자하고, 다른 쪽은 자연 파괴에 돈을 갖다 붓는 그야말로 ‘백치행정’의 극치를 대구시는 전국 꼴찌답게 해대고 있습니다.
주간 기상예보를 보니 추위도 목요일을 기점으로 다소 꺾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변덕스럽다 해도 오는 봄소식을 기다리는 게 우리네 마음인 것 같습니다. 보름 후면 겨우내 어딘가에서 잠자던 개구리도 깨어난다는 경칩이니 달비골의 봄소식이 앞산을 가득 에워싸려는 겨울 세력에게 일침을 가했으면 좋겠습니다. 불법을 자행하다 애꿎은 생명들을 죽인 김석기가 물러가듯이 대구의 심장부인 앞산을 파괴하려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그 졸개들도 사라졌으면 합니다. 도로에 대한 투자는 포화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이건만 이런 무식한 짓이 판을 치니 자식들 보기 민망해 죽겠습니다. (2009년 2월 17일 ‘나무 위 농성’ 66일째, 사진:최명희 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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