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앞산 달비골 또 불어 닥친 강풍을 보면서

녹색세상 2009. 2. 21. 11:22

눈발이 그치나 싶더니 종일 강풍이 불어 상수리나무 위는 놀이기구 마냥 신나게 흔들리더군요. 컴퓨터모니터 위에 얹어 놓은 게 떨어질 정도니 얼마나 흔들렸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 빠트리지 않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몸을 관리 했는데 너무 흔들려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마치 달비골을 향해 닥쳐 태풍을 예고하듯 사정없이 불어 닥쳤습니다. 책을 좀 보려 해도 요동을 치니 그냥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어 미련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천막 모서리에 습기가 맺히는 걸 막기 위해 깔아 놓았던 수건이 축축해 말리려고 줄에 걸어 놓았는데 어찌나 바람이 센지 한쪽이 빠져 뭐처럼 휘날렸습니다. 평소 느끼던 바람과 골 초입에 상수리나무 위에서 느끼는 정도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더군요. 몇일 전 불었던 바람으로 날아가고 찢어진 현수막을 다시 걸 틈을 주지 않아 너무하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최소한 숨을 돌리게 해 주고 다시 불어도 되련만 무슨 연유인지 이리도 매몰차게 불어대는지 모를 일입니다.


자연의 변화 앞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상수리나무 위에서 다시 한 번 느낍니다. 건설현장에서 수시로 느끼곤 하지만 내 거처가 이렇게 흔들리니 느낌이 확연하게 다른 것 같습니다. 마치 세찬 파도처럼 요동치는 곳에 경험 없는 사람이 올라가 있다면 마음이 편치 않을 텐데 수시로 부딪친 내가 와 있어 걱정 안 해도 뇌기 마음 편하고 좋네요.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에 평화의 도구로 와 있으니 기쁘기도 합니다. (2009년 2월 21일 ‘나무 위 농성’ 70일째. 사진:하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