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가슴 아파하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녹색세상 2009. 1. 30. 00:50

 

제가 달비골로 입산 하면서 일부러 전화를 꺼 놓았습니다. ‘나무 위 농성’을 하다보면 언론사의 취재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도움도 안 되는 귀찮은 전화가 곳곳에서 오곤 해 통화 정지를 시켜 놓는 게 편할 것 같아 그렇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연세 많은 부모님들이 걱정되어 방송사의 취재도 하지 않는 것으로 했습니다. TBC 녹화는 밤늦게 방송하는 거라 응하긴 했으나 곳곳에서 ‘방송을 봤다’는 사람들이 있어 ‘다시는 방송 녹화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습니다. 급한 일이야 누리편지(이메일)를 보내니 수시로 열어 보면 확인 가능하고, 휴대전화기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도 해 봅니다. 

 

 

그런데 어제 밤 상황실 회의를 하다 앞산꼭지 한 분이 누가 찾는다면서 전화기를 넘겨주어 받았더니 신부로 있는 후배가 “형님, 제 관련 이야기가 인터넷에 올라가 난리가 났습니다.”면서 지워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저랑 통화하다 들은 가슴 아픈 이야기와 제가 힘들고 어려울 때 후배에게 진 사랑의 빚을 적은 것 뿐인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어 이렇게 검열을 당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말도 못하게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생각에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후배가 사제인데다 당사자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바로 삭제를 했습니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던 그것은 그 사람들의 자유지만 왜 이렇게 남을 괴롭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야말로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제압하는 구조적인 폭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숨 막히는 생활을 어떻게 하며 살아가는지 저로서는 도무지 견딜 자신이 없더군요. 전화를 받는 순간 “어느 개 보다 못한 ×끼가 그 말 하더냐”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겨우 참았습니다. 아마 목사도 이런 일로 시달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보니 목사 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용산 참사와 같은 폭력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아 더 화가 나고 분통이 터졌습니다.

 

신부도 인간인데 가슴 아파 하지도 못하고, 가슴 아파 나눈 이야기마저 검열 당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게 너무 화가 납니다. 이래서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란 소리를 들어 마땅한 가 봅니다. 권력화 된 종교 체제는 위 사람의 말에 따르길 강요하는 폭력으로 변한 줄 알지만 선후배끼리 나눈 가슴 아픈 사연마저 검열 당하고 보니 너무 어이없더군요. 당사자의 부탁이라 마지못해 지우긴 했지만 영 찝찝합니다. 그래도 영 지울 순 없어 제가 몸담고 있는 진보정당의 게시판에 옮겨놓았습니다. 설마 거기까지 가서 검열해 전화질 해댄다면 이번에는 양보하지 않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