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대한민국 정부는 시위자들과 경찰을 포함한 모든 시민들을 보호하라.

녹색세상 2009. 1. 29. 18:06
 

지난 1월 20일 용산에서는 재개발로 인한 퇴거조치와 관련하여 농성 중이던 세입자들과 주거권 활동가들에 대한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농성자 5명과 진압경찰 1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하는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이번 사건으로 돌아가신 분들께 애도를 표하고 부상자의 쾌유를 기원하며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조의를 표한다.

 

 

이번 사건은 시민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속의 한국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이번 사건에서 경찰의 대응은 지난 여름 국제앰네스티가 조사과정에서 경험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대응방식은 한국경찰의 전형적인 모습이 되어버린 듯하다. 소규모의 농성자들을 상대로 1,400여명의 경찰과 100여명의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농성시작 단 25시간 만에 전격적인 진압작전에 들어간 것은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여름 발생했던 촛불 시위 당시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천명했던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대응방식 역시 이번 상황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1월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 청장은 “경찰의 기본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석기 청장과 대한민국 경찰이 명심해야 할 것은 경찰이 모든 사람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불법시위자와 경찰 역시 포함된다.

 

 ▲ 엄동설한 추위에 경찰은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철거민들이 농성하고 있는 망루에 사정없이 쏘아대는 살인을 저질렀다.


이번 사태의 중요성에 비추어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 있는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한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유족에게 확인이나 통지 없이 부검이 진행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진상규명의 전 과정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및 기타 독립기구의 적극적인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8년 여름 국제앰네스티는 촛불시위에 대한 경찰력 집행에 대해서 조사한 바 있다. 우리는 당시 보고서에서 권고한 사항이 여전히 실현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은 지난 해 여름 일회적으로 불거졌던 문제가 아니며, 이후에는 하나의 시위 대응 기조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강경한 대응 방식은 결국 인명 손실을 불러일으킨 용산 진압 작전에서 문제점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참사 당일 저녁, 사망자를 애도하기 위해 모인 시위자들의 집회를 해산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일부 전경들이 진압 과정에서 한 방송사 기자를 집단으로 구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또 한 여성 시위자가 발로 구타를 당하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 과도한 무력 사용의 관행은 즉각 중단되어야만 한다. 한국 정부는 경찰이 군중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시민들인 시위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한국 정부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방식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라.

- 책임 있는 관련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 한국 정부는 경찰이 인명보호를 위해 사전에 충분한 예방조처를 취했는지의 여부와 진압작전의 전 과정에서 농성자와 경찰의 안전에 대한 우선적인 고려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조사하라.

- 한국정부는 경찰의 지나친 공권력 사용을 막고 관련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국제기준인 유엔 법집행관의 행동강령에 따른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라.

- 한국정부는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승인된 의문사의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준(E/CN.4/1988/22 p31)을 준용하여 사건에 대한 조사가 즉각적이고, 공정하고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동시에 피해자 가족의 인지 하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하라.

 

“들끓는 분노로 일어선 이상, 사람들은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귀 기울이지 않는 지도자들은 분명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아이린 칸,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2008년 5월 연례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

 

                                         2009. 1. 23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