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앞산 달비골의 골바람 센 토요일에 보내는 편지.

녹색세상 2009. 1. 11. 01:09
 

인터넷이 어제 오늘 이틀 동안 안 되니 마치 어딘가에 고립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누구와 소통할 길이 완전히 막혀 버렸습니다. 거기에다 아침은 10시가 되어서야 올라오니 오전 시간은 다 날아가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쩔 방법이 없는 처지라 그냥 속만 끓이고 말았지만 내가 봐도 말투에 짜증이 묻어나옵니다. 컴퓨터를 설치한 후배에게 어제 아침부터 연락을 했건만 감감무소식이니 거래 고객에 대한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것 같아 더 화도 나네요. 정 늦을 것 같으면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서라 처리 해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이틀 꼬박 마음고생을 시키는지 모르겠습니다. 고객은 값이 싼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는 걸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쯤 온다는 것만 명확히 알려줘도 괜찮으련만..... 이래서 비싼 돈 들여가며 대기업의 이른바 정품을 사는 가 봅니다.

 

 ▲ 한겨레신문 사진부 김태형 기자가 취재 왔다가 기념으로 찍어 준 사진입니다. 연락도 없이 오는 바람에 연출을 하지 못했습니다.


고립무원에 처해 있다 보니 바깥과의 교류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하고 휴대전화기를 갖고 있는 노인들이 건강하고 평균수명이 길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모양입니다. 서로 연락도 하고 안부도 묻는 등 소통이 중요하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이 연구 결과로 증명된 셈이지요. 이런 판에 무전기조차 2주 넘게 없으니 더 갑갑합니다. 전화라도 잠그지 않고 왔으면 연락해 닦달이라고 하겠는데 무작정 기다리려니 더 애만 타네요. 한 사람에게 무거운 짐이 지워져 있으니 처리가 늦은 게 당연한데 나누어질 젊은 사람이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난 일요일 제가 소속된 기독신우회 이름의 현수막이 잘못된 걸 보고 ‘바로 연락해서 고쳐 놓으라’고 부탁을 했는데 목요일 회의 때 그 얘길 전달했다고 하니 전화 한 통이면 될 일을 이렇게 미룰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만약 다른 단체에서 걸기로 한 현수막 같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합니다.


느긋한 게 지나쳐 너무 느려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네요. 일 놔두고는 가만 못 있는 별난 인간 인내력 기르라는 뜻인지 도무지 종 잡을 수 없습니다. 평소에는 느긋하더라도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긴장감이라곤 도무지 보이지 않으니 손발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약속 시간 30분 늦는 것은 기본이고 당장 필요해 요청한 것도 세월없이 느긋하기만 하니 함께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다시 한 번 느낍니다. 각오하고 나무 위로 올라온 사람을 제대로 써 먹으려면 뒤에서 잘 받쳐줘야 한다는 건 상식이건만 삐거덕 거리는 소리만 내다 내려가게 되어 버렸으니 속이 상하네요.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좌우하던 시절을 보지 않은데다 자본주의 사회의 피 터지는 현실이 얼마나 살벌한지 겪어보지 못한 순박한 것으로 이해하는 게 편하겠지요.


‘올라가면 얼마든지 지원하겠다’는 말을 그대로 믿을 게 아니라 적당히 칼질해 기대치를 낮추고, 손발 맞는 비상 연락망을 확보해 두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불찰이죠. 이럭저럭 3주가 되어 내려갈 때가 되었습니다. 건강 확인 후 체력을 보강해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요. 자동차 소음만 없으면 얼마든지 버티겠는데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은근히 괴롭히는 그 소리가 사람의 신경을 곤두세워 피곤하게 만드는군요. 진작 신경 쓰고 몰입해야 할 일은 뒷전이고 비본질적인 문제에 매달리다 보니 해야 할 일을 못해 속이 상합니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것 같습니다. 내려가거든 목욕부터 하고 늘어지게 잠 좀 자며 쌓인 피로부터 풀어야겠습니다.


                                  1월 10일 토요일 ‘나무 위 농성’ 28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