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터널을 반대하는 단식기도에 들어가면서
안녕하십니까? 앞산꼭지 우리 형제자매 여러분.
결의의 말씀 하니까 너무 비장한 것 같습니다. 한사람이 남아도 아닌 것에 저항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어제 저녁 12시까지 오밀조밀한 한 무리들이 성을 쌓았습니다. 어제까지는 순찰차를 감시하면서 비밀결사의 모임이었는데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공개결사의 모임의 자리가 됐습니다. 어제 밤에 저는 캄캄하니까 사람들이 전부다 검은 색깔의 옷을 입고 거인의 나라에 사는 아름다운 난장이들의 모습,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더랬습니다. 무엇이 밀려올지는 모르겠지마는, 늘 큰 힘과 거대한 것들이 이 앞산을 향해서 여러 가지 이름을 달고 물밀듯이 밀려오는데 ‘이것은 아니다, 이것은 우리의 생명을 죽이는 일이다’라고 난장이들이 모여서 12m정도의 마법의 성을 쌓았습니다.
▲ 달비골 도로에서 15미터가 넘는 나무 위에 설치한 ‘앞산터널 반대’ 천막 농성장. 단식을 하면서 생명 살리는 기도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초라하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마는 우리 작은 난장이들의 자리에서는 큰 공사를 했고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는 항전의 성, 저항의 성을 어제저녁에 쌓았습니다. 아마 이 자리는 이런 작은 마음을 함께 하면서 거대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작은 마음을 가진 난장이들이 이 농성장을 지키면서 앞산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터를 지키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과와 결과물도 중요하지마는, 저는 한 50여년 살아오면서 ‘산다는 것은 흘러가는 강물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과정이다’라는 생각을 늘 해봅니다. 아마 그러한 삶의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자신의 삶의 지키고 또 앞산과 더불어 한 몸이 되어 삶을 지키는 소중한 마음의 성터가 될 것 같습니다.
3년여 동안 우리 앞산꼭지 형제자매 분들이 소중한 마음을 지켜와 주셨고, 또 이번 기회로 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들이 모여서 우리의 삶과 앞산을 한 몸으로 지킬 것이고, 또 지금 상수리나무 네 군데에 의지해서 농성장을 설치했습니다마는 겨울철 한철 저위로 올라가는 분들이 겨울나무로 같이 한번 지내보는 것도 신비한 체험이 아니겠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비장한 마음 가운데에서도 즐겁고 신명나게 재미있는 삶의 마디 한마디를 흘러간다는 생각을 하고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대한 죄송함과 그렇게 잘 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참회하면서, 기도하는 기도처소에서 기도하겠습니다. 함께 이 길을 갈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앞산꼭지 여러분 참으로 사랑합니다.
추 가: 오규섭 목사님은 12월 14일부터 앞산파괴를 반대하는 금식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추운 날 곡기를 끊고 칼바람이 부는 달비골에서 15미터가 넘는 곳에서 천막 안에서 지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죽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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