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명박산성’ 쌓은 어청수 청장이 존경받는 CEO라고?

녹색세상 2008. 11. 27. 16:24
 

어청수, 그는 어떤 사람인가

 

어청수 경찰청장이 ‘존경 받는 대한민국 CEO상’ 수상자가 된 것은 한 마디로 놀라움을 넘어 너무 웃기는 일이다. 계속 이러다가 대한민국의 개그맨들의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어느 누가 어 청장이 그런 상을 받게 되리라고 예상했을까? 아마 이 소식을 듣고 한나라당 사람들도 놀랐을 것이다. 주성영 의원을 비롯한 적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어 청장의 사퇴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CEO의 세상이 되었다지만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청장이 어떻게 기업의 사장을 뜻하는 CEO가 된 건지 우리네 상식으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 6월 10일 오후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 장벽에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이 ‘경축 08년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집회 구호가 적힌 팻말을 붙였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 경찰이 민영화라도 되었다면 몰라도. 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이 주관하는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상’ 시상식 장소는 서울 세종로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이다. 어청수 청장은 자신이 불법으로 컨테이너 장벽을 설치한 바로 앞에서 상을 받은 셈이다. 또한 세종로 사거리는 어청수 청장이 무덤에서 부활시킨 백골단이 무법천지로 설쳤던 곳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16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3500명의 전ㆍ의경들이 일제히 기립하여 어청수 청장을 맞이하고 있었다. 흐뭇한 표정으로 단상에 오른 어청수는 “지난 5월부터 100일 넘게 계속된 촛불집회는 참으로 어려운 시간이었다”고 운을 뗀 후 “여러분이 지휘부를 믿고 끝까지 인내하면서 의연하게 대응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경찰의 법 집행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며 목에 힘주어 말했다. 전ㆍ의경들은 어 청장이 특별히 이틀에 걸쳐 자기들을 위로하는 연예인 행사를 마련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감사해야 할 사람은 전ㆍ의경들이 아니라 어 청장이었다. 왜냐하면 오늘의 어 청장을 있게 한 것은 전·의경이기 때문이다. 어 청장은 전ㆍ의경들이 ‘지난 여름에 무슨 일을 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전ㆍ의경들에게 주 1회 휴무와 특박 등을 약속해 주었다. 어청수 청장이 14대 경찰청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 2월 11일이다. 그는 경남 진주 출생으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합의로 추천되었다.


그는 경찰대학장 재직 5개월, 서울경찰청장 재직 8개월 만에 경찰 최고직인 경찰청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1992년 강남경찰서 정보과장으로 근무할 때 알았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에 종로경찰서 정보과장을 지냈고,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에는 서울지방 경찰청 정보관리부장을 역임했다. 참고로 촛불집회 초기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이 뚜렷한 사유 없이 취임 5개월 만에 물러나고 김석기 경찰청 차장이 차장 재직 불과 4개월 만에 서울경찰청장으로 승진된 일이 있다.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고등학교(대구 대륜고) 후배이다. 그 동안 어 청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아주 드셌는데도 오히려 지난 달 26일 어 청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들을 청와대 초청하여 격려하기도 했다. 이제 어청수란 인물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친위인물’로 꼽힐 정도가 되었다.

 

▲ 지난 7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기동본부에서 열린 '경찰관 기동대 창설식'에서 경찰관 기동대원들이 진압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어청수는 명박산성을 창시한 강경 진압의 원조


지난 6월 10일 새벽 세종로에 쌓은 컨테이너 장벽은 새로운 ‘서울의 명소’로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됐다. 어청수 청장은 이 컨테이너 장벽의 창시자이다. 2005년 11월 그는 부산경찰청장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경비를 담당했는데, 이때 시위대의 진입을 막기 위해 컨테이너 장벽을 처음 사용한 것이다. 그는 이 작전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2006년 2월에는 경기경찰청장으로서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해 물의를 빚은 전력이 있다.


또한 그는 경찰청장 후보로 취임을 열흘 앞둔 시점인 2008년 1월 29일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어긴 처신으로 그는 정치적인 야심이 많다는 평을 듣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자 그는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경제 살리기와 법질서 확립’ 세미나를 개최해 “선진 일류 국가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것도 모두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관절 법질서와 경제 살리기가 어떻게 연결된다는 것인지.


이것은 누가 보아도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와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청수 청장은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백골단 설치를 추진하고 시위 진압에 전기충격 진압봉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보고대로 그는 1000여명의 경찰관 기동대원을 뽑아 시위진압 역할을 맡겼다. 지난 5월과 6월, 경찰청 인권위원들과 서울경찰청 인권위원들이 경찰의 시위 과잉 진압에 항의하여 연이어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도 그는 전혀 괘념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그는 기자들에게 “1980년대 식 강경 진압을 한 번 해볼까 한다”고 큰소리를 쳤다. 실제로 6월 27일부터 방패와 진압봉으로 무장한 경찰이 시민을 몰아붙였고, 28일에는 헌법기관인 민주당 강기정ㆍ김재균ㆍ안민석 의원 등이 신분을 밝혔음에도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어청수는 ‘전국경찰복음화금식대성회’ 포스터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조용기 목사와 같이 등장하고,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의 차량을 과도하게 검문해 가뜩이나 소외감을 느껴오던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사퇴는 ‘15만 경찰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이상한 논리로 뻣뻣이 맞섰다. 그러다가 대통령의 사과 지시가 있자 뒤늦게 이 절 저 절 돌아다니며 사과를 구걸하다 쫓겨나는 등 개망신을 자초했다. 또한 그는 자기가 한때 정보과장으로 근무했던 강남경찰서에 가서 전경과 전경 어머니 회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경찰서장에게 “야, 이 새×야! 이것도  제대로 몰라?”라는 등의 막말을 해 군사독재 정권시절 부하들을 향해 온갖 쌍욕을 퍼부어 댄 똥별을 방불케 했다.


광우병대책회의가 지난 8월 29일 국회에 제출한 국민청원서에는 무려 11만 4050명이 어청수 청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국민들도 경제가 어려워 잠시 그를 잊고 있었고 불교계에서도 어려운 나라 형편을 고려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모르나 최근에야 그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사실 경제 위기만 아니었다면 어 청장이 지금 자리를 지키고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런 마당에 어청수에게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상’을 준다는 것은 촛불시민과 불교계를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신상과 필벌’이 전도된 괴상한 현상


‘신상필벌(信賞必罰)’은 공이 있는 사람에게 상을 주고 과가 있는 사람에게 벌을 주어야 한다는 공정한 불문율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공동체의 규율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점에서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필벌의 규칙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빗나가고, ‘신상’의 규칙은 나눠먹기로 담합하는 사회는 불공정할 뿐 아니라 부도덕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번 수상은 벌을 주어야 할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이니 상벌이 전도된 것이다.


어청수를 수상자로 결정한 한국전문기자클럽의 존재 역시 의문이다. 이 협회는 지난 7월에 만들어진 신생 단체라는데 관계자에게 전화로 물으니 회원 중에 현직 기자는 없다고 했다. 현직 기자도 없는 단체의 이름이 ‘전문기자클럽’이라니 언론사란 한국일보는 정말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문기자클럽의 외신기자가 어 청장을 추천했다고 밝혔다는데 어떤 외신기자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 협회의 상임고문은 임덕규 씨인데 그는 예전 국민당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또한 상 심사위원장은 박실 씨로 보도되었는데 그 역시 국회의원 출신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혹여 정치적인 이유로 수상자를 결정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덧붙인다면 이번 일에 ‘한국일보’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한국전문기자클럽과 달리 ‘한국일보’는 그래도 역사와 공신력을 갖춘 언론기관이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던 인물에게 왜 상을 주는지 납득할 수 없다.


시상 주최 측은 어청장의 수상 이유가 ‘시국 안정에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민들은 어 청장이 쌓은 컨테이너 벽을 ‘명박산성’이라고 불렀다. 만에 하나 어청수에게 공로가 있다면 수상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리라 믿는다. 앰네스티로부터 ‘경찰의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주의를 받은 경찰총수가 ‘존경받는 CEO상’을 받는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네 현실이 서글프기만 한다.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