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6월 25일, 정부는 6월 26일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관보에 게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이 관보 게재 발표는 대통령의 사과 성명이 발표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강행되는 것으로서, 과연 정부가 국민들의 말을 어떤 식으로 듣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에 6월 25일 오후 2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서는 오후 2시,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일방적인 관보 게재 방침을 규탄하였다.
이 기자회견에 참가하고자 많은 시민들이 경복궁역을 통해 기자회견장인 청운동사무소로 향하였으나, 조금 늦은 시민들은 경찰의 일방적인 교통 통제에 막혀 청운동사무소에 도착하지 못했다. 그러자 경복궁역에 모인 시민 수백여 명은 이미 차로가 가로막힌 경복궁역 앞 도로에 연좌하여 항의시위를 벌였고 그 숫자는 더욱 불어나 수백여 명이 되었다. 경찰은 자신들이 경복궁역 앞 도로 통행을 무단으로 막은 것에 모자라 이에 항의하여 도로에 나온 시민들을 포위하고 연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초등학생 1명이 연행되었고 이에 항의하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역시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성난 시민들은 연행된 초등학생이 탑승한 호송차의 진행을 가로막았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연행자가 발생하였고, 시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초등학생의 석방 소식은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연행과정에서 미란다 고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경찰의 안내한 길을 통해 공사현장을 알리는 장벽에 가로막혀 인도로 올라갈 수 없어 갓길을 통해 인도로 올라가려는 시민들을 포위하고 연행하였다.
6월 25일의 상황을 되짚어 보자. 경복궁역 인근의 통행을 무단으로 가로막은 것은 시민들이 아니라 호송차를 동원한 경찰이다. 형법 제 185조(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바로 이날 경복궁역 인근 도로 통행을 무단으로 가로막은 경찰들에게 적용하여야 한다. 또한, 초등학생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까지 연행한 행위는 바로 형법 제123조(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의 적용대상이다.
그리고, 엄연한 불법인 ‘초등학생 연행’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불법적으로 체포한 경찰들에게는 형법 제 124조 1항(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을 적용하여야 한다. 또한, 기자회견은 집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당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벌어진 사건은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이었으며, 기자회견에서의 구호 제창도 당연히 집시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경찰들은 기자회견을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시민들을 위협하였다. 이는 형법 제 283조 1항(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을 적용하여야 한다. 이처럼 수 많은 불법을 저지른 경찰들에게는 수사마저 제대로 되지 않는 형편이다. 대신 상대적인 약자 위치에 있는 시민들에게는 불법 연행과 짜맞추기 식 수사, 행정편의주의적 법 집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경찰과 검찰과 법원은 모두 한통속이 되어 이명박 정권의 주구가 될 것인가?
서 모씨(여, 만 29세)는 16시 20분 경 광화문 인근에 도착했다. 이미 기자회견은 종료된 뒤이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놀라 정황을 물으니 ‘초등학생이 연행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이 들렸기에 이에 항의하러 시민들에 의해 가로막힌 호송차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와중에 호송차는 떠났고 상황이 종료되어 서 모씨는 경찰관의 안내에 따라 광화문 삼거리 모퉁이 갓길을 따라 인도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갓길에서는 ‘광화문광장 조성공사’로 인해 펜스가 설치되어 있어서 차도에서 인도로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의경들은 16시 30분 경에 그 갓길을 갑자기 포위하고 서 모씨를 포함한 시민 11명을 연행하여 양천경찰서로 호송하였다. 법원의 통고서에는 서 모씨가 당시 현장에 있던 150여명과 ‘공모’하여 호송차의 교통을 불통시켰다고 하였으나, 10분 만에 150여명과 공모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현장에서 서 모씨와 안면이 있던 사람은 남자친구 조 모씨(남, 만 27세) 뿐임을 감안할 때, 이는 벌금형을 구형하고 선고하기 위한 검찰의 자의적인 끼워 맞추기식 수사와 법원의 행정편의주의적 법 집행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그 양천경찰서 연행자 11명 중 대다수는 150만원의 벌금에 약식 기소되어 현재 법원의 약식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나, 서 모씨는 검찰로부터 ‘죄가 있어도 그 양이 적거나 반성의 기미가 있는 사람’으로 분류되어 하여 법체험 프로그램 이수를 조건부로 기소유예(불기소처분)하겠다는 내용의 회유를 받았다. 그러나 서 모씨는 그러한 검찰의 회유에 응하지 않았다. 자신이 법 체험 프로그램에 응한다는 것은 그동안 같이 촛불을 들어온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라 생각하고, 자신으로서도 양심에 가책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 체험 프로그램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실제 법 체험 프로그램 조건부 기소유예는, 가담의 정도가 거의 없거나 경미하기 때문에 유죄 성립의 가능성이 적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검찰은 법 체험 프로그램을 거절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 모씨에게 형법 제 185조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여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고 법원에서는 벌금형을 확정지었다. 애초에 불법을 범한 것은 시민들이 아니라 경찰들이다. 그리고, 범하지 않은 죄를 적용하여 벌금형을 구형한 검찰은 형법 제156조(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를 위반한 것이다.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벌금형을 확정한 법원 또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법 체험 프로그램 조건부 기소유예를 제안 받은 연행자들 중 수 명이 이를 거절하였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벌금형을 선고할 것인가? 죄가 없는 시민들을 억지로 처벌하려 하지 마라. 정당하지 않은 작금의 행위는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우리 촛불연행자모임은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 또한 결의한다.
1. 법원은 법 체험 프로그램 조건부 기소유예를 거절한 서 모씨에 대한 벌금형 선고를 당장 취소하라! 아울러, 현재 검찰에 의해 약식 기소된 연행자들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라!
2. 검찰은 촛불집회 불구속 입건자에 대한 약식기소를 당장 중단하라! 또한, 6월 25일에 벌어진 초등학생과 국회의원의 연행 사건을 조사하고 해당 경찰관을 처벌하라!
3. 지난 10월 7일, 우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벌금 납부 거부 운동을 전개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며, 우리는 이미 단 한 푼의 벌금도 내지 않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린다. 벌금으로 시민들의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이다! 입으로는 서민을 생각한다면서 실제로는 강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펴고, 거시경제 지표마저 반토막으로 추락시키고, 이러한 실정에 항의하러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인권마저 마구 짓밟은 이명박 정부는 지난 9개월 간의 실정에 대해 당장 책임지고 물러나라!
2008년 12월 2일 촛불연행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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