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앞산꼭지들의 앞산 문화유적 탐방

녹색세상 2008. 12. 2. 15:39

 

‘앞산 문화유적 탐방’은 말도 참 생소하지요. 그냥 바람 쏘이려 멀리 히말라야를 가면서도 놀러간다고 하려니 머쓱해 ‘히말라야 트레킹’이란 말을 붙이는 건 들어봤어도, 대구시내의 ‘앞산 문화유적 탐방’이라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입니다. 이렇게 된 사연인즉슨 대구 앞산 골까지 중인 파동 용두골에서 선사시대 유적이 다량 발견됐는데 그 경위가 참 재미있습니다. 자, 지금부터 이 묘한 말의 사연으로 들어가 볼까요? 대구의 유명한  명산인 앞산에 지난 5월부터 터널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줄기차게 이 사업에 반대해 온 다수의 주민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대구시는 대구의 상징인 앞산에 구멍을 내겠다고 덤볐습니다. 그것도 말썽 많기로 유명한 ‘민간자본유치’사업으로 말이죠.

  

▲ 고산골 입구에 들어서면 용두산토성에 대한 설명 간판이 ‘대구시장’이름으로 서 있을 정도로 문화유적이 많은 곳이 앞산입니다.

 

그래서 이 공사의 핵심 시공업체인 태영건설은 앞산 파동의 용두골 쪽에서부터 공사를 시작했고, 그  일대의 아름드리 숲을 깡그리 베어버렸습니다. 어떤 주민의 표현을 빌리면 ‘신선계로 들어가는 문’이 완전히 사라 것이지요. 앞산지킴이 노릇을 하겠다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의 약칭)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대구의 어머니 산인 앞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던 이들은 용구골 울창한 숲의 아름드리  나무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 앞산꼭지들 중 한분은 문화재에 주목했습니다. 만약 이곳에 문화유적이 있다면 이 공사를 일단 중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그 일대를 무수히 돌아다녔습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마침내 용두골 이곳에 살았던 조상들이 앞산꼭지들의 정성에 답을 주었습니다. 동굴 비슷한 곳이 여러 곳 눈에 띄어 이상하다 싶어 조사를 해보니, 그곳이 신석기인들의 주거지인 암음(巖陰) 유적, 일명 바위그늘 유적을 발견했습니다. 알고 보니 국립 대구박굴관에서 이미 2000년도에 발견을 했는데 그동안 방치된 것이 이번에 앞산꼭지들이 다시 발견한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모든 공사를 하기 전에는 그 공사 지역에 ‘문화재 조사’란 것을 하도록 법에 명시가 되어있습니다. 문화재 감식 전문기관에 시공업체가 의뢰를 해서(이것도 분명 문제가 되는 부분이지만) 먼저 ‘지표조사’란 것을 해서 육안으로 문화재를 확인하도록 되어있다.

 

▲파동 용두골에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되어 문화재청으로부터 ‘공사중지’ 명령을 받고도 태영건설은 불법공사를 자행했고 감독기관인 대구시는 방치했습니다. ‘조상도 모르는 놈’들이란 비난을 받아 마땅하겠지요.

 

그런데 이미 2000년에 발견된 문화재가 이 지표조사에서 빠져있으니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지요. 공사 발주처인 대구시 누리집(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이 바위그늘 유적을 검색할 수도 있는데 이들은 이 유적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으니 대구시와 태영건설은 ‘조상도 모르는 인간들’이란 비난을 받아 마땅하죠. 앞산꼭지들의 눈에 보이지 않고 공사를 계속 했다면 대구의 역사를 오천년 아니 일 만년이나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사료를,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시가 매장시켜 버리고 말았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대구시는 이와 같은 반문화적 ‘백치 행정’을 저질렀으니 ‘밥값도 못 하는 놈’이란 욕을 먹어도 싸죠.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문화재청은 긴급 중지 명령을 내렸고, 그래서 일단 공사는 잠정 중지가 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태영건설은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에 불구하고 그 정도 벌금 안 무섭다는 것인지 불법공사를 강행해 문화도 모르는 태영건설이란 소리의 거센 항의를 받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대구시가 이 사실을 알고도 눈감았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지요.


서울 암사동 선사시대 유적은 그곳의 발굴로 한반도 선사시대 조상들의 삶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교육장이 되어서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찾고 있는 곳으로 그곳의 문화ㆍ역사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 암사동 유적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유적이 산재해 있을지도 모르는 이 지역이 불법 공사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 그 유적을 발견한 이가 돈 받고 문화재를 전문적으로 감식해주는 전문가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었다는 사실은 김범일 대구시장의 문화재 인식 수준을 사정없이 드러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도저히 이와 같은 사태를 묵과할 수 없었던 앞산꼭지들은 스스로 문화재를 찾아 나선 것이지요. 이름 하여 ‘문화재 탐방은 이렇게 해 탄생했습니다. 11월 9일 첫모임이 있었고, 11월 30일 두 번째 ’앞산 문화재 탐방‘이 있었습니다. 앞산을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산을 사랑하는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대구시민들이 자주 오르는 앞산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들어볼 수 있는 좋은 ’문화특강‘의 기회가 될 것이라 강력 추천합니다.

 

 

 ▲ 용두산 토성에서 바라본 대구의 끝 동네인 파동의 곱게 물든 늦가을은 너무 아름답기만 합니다.


대구 앞산은 도심과 인접해 있고 인근 신천과 연계되어 있어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기반으로 살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곳에 선사시대의 유적이 나왔고, 이 일대에 그런 바위그늘 추정지가 여러 곳 분포하고 있으니, 이 일대가 선사인들의 집단 주거지로서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문화흔적이 흩어져 있을지 모르니 정밀 탐사를 해야 합니다. 아마 그것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대구는 선사시대 유적으로 인해 ‘선사시대 문화유적지’로 뜻밖의 엄청난 경제적인 효과를 얻을지도 모릅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볼 것 없는 원주민들의 삶터를 문화재로 만들어 관광수입을 올리는데 우린 있는 것을 방치하니 ‘조상도 모르는 놈’이란 소리 들어 마땅하지요.


대구시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행정에 대해 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새로운 대구 상생의 길에 적극 나선다면 ‘두 마리 아니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대구를 품어주고 키워준 앞산을 그대로 살려서 대구에 또 다른 재앙의 싹을 잘라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선사시대 유적으로 뜻밖의 문화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대구시민들을 진정한 시의 주인으로 섬길 수 있습니다. 이 점을 대구시가 명심해 ‘철밥통 관료’들을 위한 대구시정이 아닌, 시민들을 위한 대구시정으로 거듭나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임을 김범일 시장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앞산꼭지들의 앞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으니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