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텅빈 뉴라이트행사장 모금함

녹색세상 2008. 12. 11. 11:13

 

 

 

이걸 순수한 행동이라고 해야 하나, 낯부끄러운 구걸이라고 해야 하나. 집권당의 실세와 청와대 핵심 참모들까지 참석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과시한 행사장이라 더 관심을 가지고 봤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100여 개 보수우익 단체가 합동으로 후원행사를 연 1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 설치된 세 모금함을 보고 나는 순간 이런 의문이 들었다. 태어나 처음 보는 매우 ‘친절한’한 모금함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에 나와 있듯이 보수우익 단체는 자신들이 필요한 세 가지 물품 - 손수레, 휴대용 무선 엠프, 빔 프로젝터 - 사진을 전시했다. 사진에는 큼지막한 제품 가격을 비롯해 제품의 용도, 무게, 특징 등이 아주 친절하게 나와 있다. 돈 내는 사람이 알 필요도 없는 내용까지 적어 더 없이 친절한 설명이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는 최소한 제품을 살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넣어달라는 모금함이 설치돼 있다.


  ▲ 이렇게 자상하고 친절한 뉴라이트 행사장의 모금함은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할 것 같다.


이런 친절한 사진과 모금함을 설치한 사람은 돈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 나름 확신했을 것이다. 사실 이쯤 되면, 자나 깨나 ‘좌익 적출’ 죽으나 사나 ‘친북 척결’을 외치는 보수우익 인사들은 단 돈 1000원이라도 넣는 게 최소한의 예의다. 교회 헌금함과 비교하면 너무 지나친 비약이겠지만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 그게 비가 오나 눈이오나, 함께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부시 미 대통령을 위해 기도했던 보수우익 끼리의 예의 아니겠나. 초지일관 “좌익척결”을 외치는, 그야말로 일관성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이 땅의 보수우익에게 그 정도의 배려와 마음 씀씀이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함께 ‘반공영화’를 보려면 빔 프로젝터가 있어야 하고, 광장에서 “좌파 종식”을 외치려면 무선 앰프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그 모든 장비들 옮기며 허리 부러지지 않으려면 손수레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게다가 다소 노골적으로 아래의 사진처럼 ‘구입희망물품’이라고 확실히 써 놓지 않았나. 서로 민망하지 않으려면 돈 좀 넣어줘야 한다.


  ▲ 모금함에 천원짜리 한 장도 없이 종이만 들어 있어 쓸쓸하기 그지없다.


이날 후원 행사가 끝날 즈음이던 오후 4시께, 슬쩍 모금함을 들여다봤다. 헉! 어머나! 그리고 세상에나! 1000원 짜리 지폐는커녕 100원 짜리 동전 하나 없었다. 0원이었다. 한 통만 그런 게 아니다. 세 통 다 0원이다. 도둑으로 몰릴 것 각오하면서, 통을 들고 흔들어 봤다. 어머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정적만 흘렀다.


역시 이 땅의 보수우익이다. 기부천사 문근영을 좌익으로 몰고, 문근영을 칭찬하는 언론을 향해 ‘좌익의 선동’이라고 비난하던 그 수구 우익 맞다. 기부 한 번 시원하게 하면 좌익으로 몰릴 판인데, 어찌 수구 우익이 기부를 할리 만무하다. 조계사에서 식칼 테러사건이 발생하자 ‘안티이명박’ 회원들은 몇 일 만에 6천만원 가까운 후원금을 낸 것과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촛불이 ‘좌익’이고 빨갱이라서 그렇게 공개적으로 신속하게 움직였다면 정말 할 말 없다. 우리나라 수구우익의 일관성 하나는 대한민국 최고를 자랑하고도 남는다. (오마이블로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