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촛불강경진압’한 어청수,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에 선정?

녹색세상 2008. 11. 26. 17:40
 

지난 5월부터 이어진 촛불집회를 강경진압하고, ‘유모차 부대’를 무리하게 수사해 비난을 받아 온 어청수 경찰청장이 한국일보가 주는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행정기관부문 대상에 뽑혔다. 현직 경찰청장이 언론사가 주는 상을 수상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26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어 청장은 한국전문기자클럽 기자들의 추천을 받아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후보에 올랐고, 심사위원회를 거쳐 대상에 선정됐다는데 어떤 인간들이 추천을 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정신 나간 인간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인권탄압을 한 놈을 ‘존경하는 상’에 추천한단 말인가? 한국일보는 이 상에 대해 “제조ㆍ금융ㆍ에너지ㆍ공공행정 및 단체 등 각 분야별로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도 도전을 극복하고 밝은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CEO를 선정한다”고 밝혔으나 국제앰네스티(사면위원회)로부터 인권 시정 권고를 받은 정도로 인권 침해를 자행한 사람에게 ‘존경받는 CEO대상’을 준다니 권력을 감시해야 할 신문인지 ‘명비어천가’를 사정없이 부르려고 작정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시상식은 27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 수상자는 어청수 청장 외에도 남유진 구미시장 등 시군구 자치단체장 18명, 최문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김종희 대전광역시도시철도공사 사장, 홍성주 전북은행장 등이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경우 전문기자클럽에 속한 외신기자들이 주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그는 “새 정부 들어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 청장이 시국안정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며 "“촛불집회 이후 사회가 많이 잠잠해졌는데, 그런 이유로 쉽지 않은 선정을 하게 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촛불 강경진압’에 대한 공로가 이 상을 주는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을 한국일보 스스로가 인정한 셈이다. 이래 놓고 ‘언론자유’를 말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시민단체 ‘상식 없는 세상…상 주고받는 게 부끄럽지 않나’


하지만 촛불집회 이후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 온 어청수 청장에게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을 시상하는 게 적절한지 논란이 일지 않을 수 없다. 광우병 대책회의 등 시민단체는 어 청장의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 수상에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학영 YMCA 사무총장은 “촛불의 염원을 강경 진압한 어청수 청장에게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상을 준다니 상식이 없는 세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직 경찰청장이 직무 중에 한 일을 가지고 시상한다는데, 언론은 권력에 공평무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국일보를 비난했다. 촛불 시국 미사를 계속하고 있는 김인국 신부도 “상을 주는 사람들이나 받는 사람이나 부끄러운 일 아니냐”면서 “국민들이 힘이 없어 촛불 폭력진압을 가만 보고 있지만 마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이런 상을 준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덧붙였다. 정말 사람에 대한 예의를 모르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한심할 뿐이다. (사진: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