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이명박 정부는 ‘미네르바’가 그렇게 두려운가?

녹색세상 2008. 11. 16. 23:47
 

지난 8월부터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 등을 정확히 예측해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란 명성까지 얻었던 누리꾼 ‘미네르바’가 13일 절필을 선언했다. ‘미네르바’는 13일 ‘이제 마음속에서 한국을 지운다’라는 글을 통해 “경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침묵을 명령’했기 때문에 입 닥치겠다”며 “한국에서 경제 예측을 하는 것도 불법 사유라니 입 닥치고 사는 수밖에…”라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14일에도 다음 ‘아고라’에 ‘침묵은 금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리며 네티즌들에게 “저를 도와주려고도, 찾으려고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미네르바’의 절필 선언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시대착오적 언론통제의 결과다.

 

  ▲ 포털 다음 아고라의 ‘미네르바’ 캡쳐화면(민주언론시민연합) 


그 동안 ‘미네르바’는 온라인 공간에서 조중동을 압도하는 의제설정력, 정보력, 영향력을 보여 왔다. 누리꾼들이 정부 발표나 조중동 보도보다 ‘미네르바’의 글을 더 신뢰한다는 사실은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에게 수치이며 위기였다. 결국 이명박 정권은 온라인 공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의제설정자’이자 ‘정보제공자’인 ‘미네르바’를 탄압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누리꾼 한 사람의 주장조차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경제의제를 주도할 능력이 없으니 ‘입부터 틀어막고 보자’는 식으로 대처한 것이다. 지난 3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미네르바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일방적으로 전달된다”는 일부 의원의 지적에 “수사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또 정보 당국은 ‘미네르바’의 신원을 확인하는 등 유무형의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한 언론은 정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증권사 근무와 해외 생활 경험을 가진 50대 초반 남성”이라고 ‘미네르바’의 신원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부 입장과 다른 글을 썼고 그것이 대중들에게 큰 영향력을 가진다고 해서 이토록 탄압을 받았으니 ‘마음 속에서 한국을 지운다’는 절망적인 절필 선언이 나올만하다. 이것이 언론ㆍ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공화국에서 있어날 수 있는 일인지 정말 기가 막힌다. 거대 여당과 관료조직, 공안기관과 수구보수신문, 재벌 등 수많은 ‘우군’을 거느린 이명박 정권은 도대체 얼마나 무능하고 두렵기에 누리꾼 한 사람의 글을 이토록 두려워하는 것인가? 지금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에게 닥친 눈 앞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한국사회에 큰 죄를 저지르고 있다. 전문적 식견과 나라를 걱정하는 진심을 가진 국민들을 절망에 늪으로 사정없이 빠뜨리는 죄다. ‘미네르바’와 같은 국민, ‘미네르바’를 걱정하는 국민들이 하나 둘 대한민국을 마음 속에서 지울 때, 우리 사회는 어떤 역동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는가?


이명박 정권이 한 명의 ‘미네르바’란 누리꾼을 절필 선언하게 만들었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 수많은 ‘미네르바’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들을 절망시키고 탄압한다면 자멸의 길을 걷게 되겠지만, 이들의 ‘지혜’를 빌리고 충언을 받아들인다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 보일 것이다. 절필을 선언한 ‘미네르바’에게 더 이상의 탄압을 가한다면 이명박 정권의 무능을 다시 한 번 드러내는 꼴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미네르바와 같은 예측을 한 경제연구소도 이번에 같이 단속하고 아예 폐쇄를 해 버리는 게 형평성의 원칙에 맞지 않은지 이명박 정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의 무능을 이런 식으로 덮으려는 것은 ‘하늘의 해를 손으로 가리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