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유치하게 미네르바란 네티즌의 신상파악까지 하는가?

녹색세상 2008. 11. 19. 15:37
 

미네르바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그의 글은 몇 편 읽어봤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놀라울 정도로 예리하게 분석하고 예측해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최근에는 바로 그것 때문에 협박과 살해위협까지 받고 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노란토끼’가 달려오고 있다며 ‘일본투기 세력’이 뛰어 들고 있다는 위험을 경고한 글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미네르바에 대해 정보당국이 신상파악을 했으며, 심지어 수사와 처벌 가능성까지 검토했다는 뉴스는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유언비어 유포죄’가 떠올라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이 정부가 실제로 그를 수사하지는 않고 협박을 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의 신상에 대해 조사하고 처벌을 검토했다는 것만으로도 군사독재정권의 광기를 섬뜩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명박 정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상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쓰는 사람들의 신상을 조사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어청수 경찰청장과 한나라당 심재철ㆍ주성영 의원 등으로부터 ‘명예훼손’이라며 블라인드 처리당한 경험이 있다. 그 조사 자료를 언제든지 비판자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협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그 조사의 대상에 올라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 나라의 정부가 그것도 국민이 자유롭게 뽑은 정부가 음습한 그늘 속에 숨어서 개인의 정보를 파내고 그의 신상을 조사하고, 심지어 처벌과 구속을 들먹여 가며 개인의 자유를 공갈과 협박으로 침해한다면 그것은 사악한 범죄행위이다. 그리고 그 정부는 스스로 민주정부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보당국은 “미네르바가 잘못된 자료를 근거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에게 정확한 통계 자료와 정부의 입장을 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대강 누구인지는 알아봤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정확한 통계 자료와 정부의 입장을 전해”주려고 알아봤다는 아주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가 언제부터 일개 네티즌에게 그렇게까지 친절했는가? 걸핏하면 인터넷 실명제라는 이름으로 네티즌에게 재갈을 물리려고 노심초사하는 이명박 정부의 그 말은 가증스럽기 그지없다. 만약 그 미네르바라는 사람의 글이 그저 그렇고 그런 글이어서 사람들이 그의 글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그래도 정부가 조사를 하고 처벌 운운했겠는가? 아니 미네르바라는 사람이 정부의 정책을 열심히 옹호하는 글을 썼다면 잘못된 자료를 근거로 글을 썼다고, 국민을 선동한다고 수사하고 처벌할 생각을 했겠는가? 제발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은 그만두어야 한다. 주가가 2000~3000까지 올라간다고 했지만 완전 폭락한 지금 거짓말을 한 그들을 처벌하겠다고 나온 적이 있는가? 특정 개인이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가 폭락한다고 해서 요동을 친다면 그 경제 기반 자체가 엉터리임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보통사람들은 제한된 정보로 인해 이따금 잘못된 통계나 자료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정부는 어떤가? 이 정부는 촛불시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하거나 감추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마치 자기도 주식을 살 것처럼 말하며 주식 투자자들을 선동했다. 게다가 정부가 쏟아놓은 수많은 정보는 우연이었던 고의적이었던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의 그런 행위는 어떻게 전혀 문제가 안 되고 네티즌의 사적인 의견은 처벌해야 할 만큼 중요한 범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죄의 경중으로 따진다면 잘못된 정책과 정보로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국민을 현혹한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의 죄질이 백번 더 나쁘고 크다. 더욱이 이 정부가 정말 제대로 된 정부라면 미네르바란 사람을 뒷조사할 것이 아니라 청와대로 불러 현 경제문제에 자문이라도 구하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우리 조상들은 적반하장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명박 정부는 위기 때마다 자신들의 정책 실패의 희생양을 찾기에 급급했다. 임기 초 강부자 내각이다 고소영 내각이다 하며 마치 떡을 나눠먹듯이 장관직과 청와대 참모직을 갈라먹다 온갖 추악한 비리와 탈법과 불법이 불거지자 이 정부는 엉뚱하게 노무현 정부가 정보를 빼돌려서 그렇게 되었다면서 그 탓을 전 정권에 돌렸다. 그리고는 얼마 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이 일자 대통령의 잘못된 외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또 다시 네티즌과 유모차 부대와 시민단체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그들을 처벌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그러더니 이제 경제 파탄이 일어나니 또 다시 속죄양을 찾고 있다. 그리고 찾아낸 것이 미네르바라는 한 시민이다. 치졸함을 따지자면 이보다 더 치졸할 수는 없고, 뻔뻔하기를 따지자면 이보다 더 뻔뻔할 수 없다. 이게 소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정부 현주소이다. 진실이 밝혀지는 게 정말 부끄러워서 그러는가, 아니면 두려워서 그러는가? 이명박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대답부터 내 놓아야 한다. (한토마 인용, 사진:오마이뉴스, 만평:경향신문)


<이하 인터넷한겨레 기사 중 일부>


 ‘50대 초반, 증권맨 출신, 해외 경험’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다음 아고라에서 활약한 경제분야 대표 논객 ‘미네르바’의 실체다. 정보당국은 최근 이같은 그의 신원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네르바는 산업은행이 인수하려던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예견한 것은 물론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 예측과 처방, 환율, 부동산, 주식,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네르바 신드롬’ ‘미네르바 효과’란 신조어를 낳으며, ‘사이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렸다.


‘매일경제’ 보도를 보면 정보당국은 그의 신상을 파악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미네르바가 잘못된 자료를 근거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에게 정확한 통계 자료와 정부의 입장을 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대강 누구인지는 알아 봤다”며 신원확인을 사실상 인정했다. 정부는 그가 잘못된 통계를 인용하거나 근거 없이 정책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고, 그의 글로 인해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돼 경제 불안이 가중됐다고 파악하고 있다. 또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 정보를 미리 알고 재산을 불렸다고 지적한 것 등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