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170여명 복귀, 노조 지도부 10명 해고
13일 오전 ‘이랜드 사태’가 드디어 마침표를 찍던 그 순간,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웃지 않았다. ‘웃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며칠 밤을 샌 듯 피곤한의 모습의 김 위원장의 얼굴엔 잠시 엷은 미소를 지나갔다. 이에 반해, 김 위원장의 손을 꼭 잡은 도성환 홈플러스테스코(삼성테스코가 인수한 옛 홈에버 부문) 대표이사는 활짝 웃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금천구 시흥동 홈플러스테스코 본사(홈플러스 시흥점)에서 열린 ‘새출발 노사대화합 선언식’은 그렇게 어색했다. 김 위원장과 도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이날 참석한 노사 관계자들의 표정 역시 극단을 달렸다. 홈플러스 쪽 관계자들의 얼굴에선 시종일관 환한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자리를 함께한 노조 지도부는 무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해고자인 이경옥 부위원장은 30분간의 선언식 내내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다. 박승권 법규국장은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고, 눈시울이 붉어진 황선영 월드컵몰점 분회장은 눈물을 애써 참고 있었다.
▲ 이랜드 일반노동조합과 홈플러스테스코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시흥동 홈플러스테스코 본사에서 ‘새출발 노사대화합 선언’을 한 후,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이에 대해 김경욱 위원장은 취재진에게 “아쉽고,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렸다”면서도 “상당수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이 보장됐고, 대부분 복직하기 때문에, 노조 지도부의 복직 문제로 파업을 더 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도 대표이사는 노조 지도부 복직에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동안을 대답을 못했다. 이후 그는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노사 간에 이 문제로 며칠 밤을 새며 많은 얘기를 했다”며 “시간이 지난 뒤에 얘기를 하겠다”며 말을 흐렸다. 이어 3년간의 무분규 선언과 관련, 김 위원장은 “노조 활동 범위를 축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부담스러웠다”면서 “회사가 노조와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겠다는 믿음을 보였고, 또 3년간의 노조 재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 해고자인 이경옥 부위원장(맨 오른쪽)은 30분간의 선언식 내내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다. 박승권 법규국장(중앙)은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고, 눈시울이 붉어진 황선영 월드컵몰점 분회장은 눈물을 애써 참고 있었다.
이랜드 사태 종결…노조는?
도성환 대표이사는 이랜드 사태 종결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그러한 염려를 노사 모두 보다 나은 서비스를 통해 사랑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500일 넘게 이어져온 이랜드 사태가 원만히 타결되고, 조합원들이 업무복귀를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파업 투쟁에 연대했던 많은 시민들과 연대단체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 등 이랜드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이번 협상 타결에 대한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또한 노조는 14일 저녁, 지난해 7월에 20일 동안 점거했던 옛 서울 상암동 홈에버(현 홈플러스) 월드컵몰점을 찾아 마지막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도부의 해고를 전제로 한 복직에 조인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자본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모른다.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부터 아는 게 자본가들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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