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뉴라이트 창립식에 권력 실세 총 출동

녹색세상 2008. 11. 9. 13:39
 

뉴라이트가 위안부 문제 해결 퍼포먼스를?


한 남성은 “야야, 여기 오래 있으면 <조선일보>에 사진 찍혀 우리가 뉴라이트 인사들로 나오겠다, 빨리 가자”고 말했다. 퍼포먼스가 거의 끝나갈 무렵 이들은 자리를 떴다. 이 땅에서 정신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와 행사는 생소한 게 아니다. 하지만 이날 풍경은 분명히 이질적인 것이었다. 행사를 주최한 쪽이 ‘뉴라이트’였기 때문이다. 최근 뉴라이트는 많은 이들에게 ‘친일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안 역사교과서 문제와 건국절 논란을 겪으면서부터다. 물론 뉴라이트 쪽은 ‘터무니없는 음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다. 대안교과서를 만든 이영훈(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교과서포럼 공동대표는 지난 2004년 9월 MBC ‘100분 토론’에서 “조선총독부가 강제로 위안부를 동원하지 않았으며, 사료를 보면 범죄 행위는 권력뿐 아니라 많은 민간인 참여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 뉴라이트 창립 3주년 기념행사 세돌을 맞은 보수단체 뉴라이트전국연합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창립 3주년 기념행사를 개최, 김덕룡(사진 오른쪽부터) 대통령 국민통합특보와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의장,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이상득 의원 등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발언 이후 많은 비난이 쏟아지자 이 교수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가 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주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처장은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당시 이 교수는 사과했지만 지금도 이 교수를 비롯한 뉴라이트의 역사인식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3주년 시점에, 기념식이 열리는 행사장 앞에서 위안부 관련 행사를 한 것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일각에서는 “뉴라이트 진영이 친일파 비난을 희석시키고자 위안부 문제를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물론 퍼포먼스를 준비한 남민우 뉴라이트문화예술연합 대표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 기념식과 관계가 없는 행사’라고 밝혔다. 남 대표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위안부 문제 사과와 배상을 일본에 권고한 만큼 우리도 문제점을 환기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 대표는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운동은 이념적인 단체에서 순수하지 않게 진행됐다”며 지금껏 진행된 위안부 관련 운동을 비난했다.


권력 실세들 ‘뉴라이트 덕분에 정권 잡아’


어쨌든 위안부 관련 퍼포먼스가 끝난 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3주년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이날 행사를 통해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따뜻한 보수’를 선언했다. 이 자리에는 ‘별들의 잔치’라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권력 실세들이 참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정두언·전여옥·최구식·조전혁·심재철 한나라당 의원 등이 그들이다.

 

 ▲ 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3주년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이날 행사를 통해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따뜻한 보수’를 선언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뉴라이트가 있었기에 좌파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면서 “이제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켜 조국 선진화로 나아가자”며 뉴라이트 운동가들의 활약에 감사와 기대를 표했다. 이상득 의원은 “뉴라이트가 어려운 시기 참여정부에 결단을 내려 나라를 건지는 데 앞장섰다”며 “이명박 정부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 선진 한국을 만드는데 토대가 돼 달라, 정말 존경한다”고 말했다.

 

박희태 대표는 “뉴라이트가 좌파 정권을 무너뜨리고 자유의 물결을 일게 하고 보수의 가치를 되살려 기쁘다”며 “뉴라이트와 한나라당의 목표가 같은데, 함께 손잡고 꿈을 이루자”고 말했다. 또 김덕룡 특보는 “좌파 세력들이 지난 10년을 기반으로 지금 이명박 정부를 공격하며 코너로 몰고 있다”며 “우리가 정권을 세웠으니 지켜주는 것 또한 상식 아닌가”라며 뉴라이트의 변함없는 지지를 당부했다.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분배 운동에도 관심을 갖자”며 “촛불시위와 같은 분열된 모습을 깨고 국민화합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긴 축사와 인사말이 끝난 뒤 ‘권력 실세들’과 뉴라이트 인사들은 환하게 웃으며 축배를 들었다. 진보든 보수든 따뜻함을 추구하는 건 나쁘지 않다. 더욱이 뉴라이트가 가난한 사람을 위한 분배 운동에 관심을 갖겠다는 건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뉴라이트가 ‘따뜻한 진보’를 내세우면서도 여전히 ‘좌파 적출’을 이야기하며 ‘촛불시위는 좌파의 저항이자 국론 분열’이라고 말하는 건 모순이다. 또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분배를 주장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완화로 ‘1퍼센트 부자만을 위한다’고 비판받는 이명박 정부에게 칭송만 보내는 것도 어색하기만 하다. 즉 앞뒤가 맞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뉴라이트는 입으로는 “위안부는 강제로 동원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손으로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추종하는 역사교과서를 집필하면서도, 이제 와서 겉으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국민들은 뉴라이트에게 따뜻한 보수 이전에 상식이 통하는 그리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보수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으나 그럴 기미가 전혀 없는 것 같다. 사람이나 조직은 말로 신뢰를 얻는 게 아니라 진실한 행동이 있을 때 신뢰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예전의 ‘빈민운동’ 경력을 팔아 전국 교회를 돌아다니며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해 순박한 교인들의 헌금으로 ‘김진홍 장학생’들을 키워 곳곳에 심어 놓은 그의 본색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권력의 실세들이 찾아 올 정도면 김진홍 목사의 영향력이 보통이 아님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김진홍은 목사 반납하고 정치판으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정치꾼 뺨치는 그의 행보에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