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연기금, 증권시장 구원 투수로 재등장

녹색세상 2008. 11. 9. 14:05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외국인이 빠져나간 자리를 연기금이 메웠다.”

 

7일 주식시장 분위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이날 주식시장은 침체된 분위기에서 문을 열었다. 뉴욕증시 급락 소식은 개장초 코스피 지수를 1030선까지 떨어뜨렸다. 이날 오전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리 인하 조치도, 꺾어진 코스피 지수 곡선을 일으켜 세우지는 못했다. 증권가 분위기를 바꾼 것은 또 나라밖 소식이었다. 이날 오전 중국 증시가 반등하고 나스닥 선물 지수가 오르면서 코스피 지수도 하락을 멈췄다. 머뭇거리는 코스피 지수 곡선을 세워 올린 힘은 연기금에서 나왔다. 연기금은 이날 1101억 원을 순매수했다. 나흘째 순매수 움직임이다. 연기금에는 국민연금기금, 사학연금기금, 공무원연금기금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후, 연기금은 국내증시에서 줄곧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연기금이 이달 들어 최대 규모 자금을 풀면서,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42.27포인트(3.87%) 급등한 1134.49로 마감했다. 장중 변동폭이 95포인트가 넘는 전형적인 롤러코스터 장세였다.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한국 경제를 믿지 못했다. 외국인은 이날 223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틀 연속 순매도 움직임이다. 연기금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코스피 지수 반등은 기대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연기금은 언제까지 증시 구원투수 노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수한 배경에는 정부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뒤, “주식 매수 여력과 수익률 부담을 고려하면, 연기금이 주식을 무작정 사들이기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익자들의 것인 연기금을 정부가 쌈짓돈처럼 여겨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 않으면 어떤 권력이라도 마구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기금 사용에 대한 공론화를 하지 않으면 불신이 높아져 국민연금과 같이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줄여 신고해 부실의 가능성이 높아갈 것은 강 건너 불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