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헌재 종부세 합헌, 일부는 위헌…사실상 사망

녹색세상 2008. 11. 13. 16:43
 

강만수 의도대로 종부세 폐지는 시간문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핵심 쟁점인 세대별 합산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13일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보유주택이나 토지 등 부동산이 부부 공동명의이거나 부부간에 나누어서 등록돼 있을 경우 종부세 부과대상에서 빠지고, 세대 구성원 사이에 증여 등을 통해 공동명의나 명의 이전을 하면 종부세 대상자는 거의 남지 않기 때문이다. 부부간 증여한도 비과세 기준은 6억원까지 상향조정됐기 때문에 종부세 기준가를 넘는 지분만큼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종부세를 내지 않게 된다. 이미 납부된 종부세도 세대별 합산 때문에 더 내게 된 만큼에 대해서는 경정청구를 하면 환급받을 수 있게 됐다. 공동명의인 부동산의 경우 개인별로 나누면 아예 종부세 기준에 미달하게 되면 전액 환급받게 된다.

 

▲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13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종부세에 대한 헌법소원ㆍ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또한 종부세 기준을 넘더라도 과표기준과 세율 자체가 훨씬 낮아져 상당액을 환급받게 된다. 1가구 1주택자도 장기 보유한 경우도 사실상 위헌에 해당하지만, 2010년 1월1일까지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무효가 된다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기존 개편안에 따르면, 올해 신고분의 경우 주택과 종합합산토지의 과표적용률을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세 부담 상한도 150%로 낮추며 내년 납세 의무분부터는 주택 및 사업용 부동산, 종합합산토지에 대한 과표구간 및 세율을 대폭 완화하는 동시에 과표 산정방식을 공시가격이 아닌 공정시장가액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의 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으로 여야가 이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지에 따라 일부 내용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정부가 종부세를 없애 재산세로 전환하고 단일 세율 또는 낮은 누진세율 체계로 바꾸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데다 이번에 일부 위헌 결정까지 받았기 때문에 종부세 자체가 폐지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장 올해 종부세 부과 문제는 큰 혼란에 빠졌다. 현행 종부세법에 따르면 국세청은 납부기간(12월1~15일) 5일 전에 세금을 고지하도록 돼있다. 국세청은 일단 현행법대로 고지서를 25일에 발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의 선고일(13일)부터 고지일(25일)까지 불과 12일 만에 과세대상을 변경하고 세금을 재계산하는 등 과세시스템을 바로잡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일단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세대합산과세 등 기존대로 고지서를 발부한 뒤, 추후 개인별 과세로 바꿔 고지서를 재발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종부세 환급대상만 40만명 추정

 

국세청은 올해 종부세를 거둔 뒤 납세자의 경정청구 요구가 없어도 직권 경정으로 세금을 돌려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나, 종부세 자진납세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재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은 헌재 결정 직후 긴급 브리핑에서 “재정부에서 내일 헌재결정에 따른 정책 등 정부 입장을 말할 것”이라고만 밝혀, 세정당국으로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세청은 2005년 이후 종부세 납부액 가운데 세대별 합산에 따른 추가징수분을 최대 1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종부세 납부자가 38만명이고, 세대별 합산과세가 이뤄진 2006년부터 종부세 납부대상자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에서, 종부세가 시행된 2005년 이후 종부세 납부분에 대해 환급받을 대상은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만수의 의도대로 된 셈이다. 종부세가 사실 상 사망한 것이나 마찬가지니 그 만큼의 세수를 확보하려면 간접세 비율을 높이는 등 민중들의 등골을 빼 먹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