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람사르총회를 악용하는 이명박 정권

녹색세상 2008. 10. 29. 23:02
 

시작도 안한 녹색성장, 칭송받을 만한가?


람사르 협약은 물새서식지인 주요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 간 협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람사르 협약은 습지가 생물다양성 보존과 인간의 복지에서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고 습지 보존과 현명한 사용에 관한 모든 사항을 다루고 있습니다. 람사르총회는 명실 공히 환경올림픽입니다. 세계적 철새도래지인 연안갯벌과 내륙습지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람사르총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총회 개최자인 이명박 정부와 경남도는 총회 개회식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면서 총회의 성공적 개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경남도에 쏟아졌던 ‘운하’와 ‘연안매립’에 대한 비판을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그런 민망하고 노골적인 개회식을 연출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개회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칭송하고 자랑하는 것으로 도배하고 말았습니다. 정작 우리 국민들은 녹색성장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단지 몇 개월 전 광복절 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하였을 뿐입니다. 화려하게 선전만 하고 있는 제품 광고를 접한 것처럼 평가하고 판단할 근거가 아무것도 없어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이 의문투성이인 ‘녹색성장’입니다. 녹색성장을 말하기 전에 습지를 어떻게 보전해왔으며 앞으로 습지를 어떻게 보전해서 기후변화의 완충지로 현명하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위주가 되었어야 합니다.

 

 

지금도 국제적으로 중요한 새만금과 하동 갈사만, 사천 광포만, 목포 압해도 등의 연안습지를 매립하고 있는 것이 노무현 정권부터 시작해 이명박 정부까지 이어지는 습지정책입니다. 또한 개회식에서 축사를 한 이명박 대통령이나 람사르 깃발을 흔들어 과시했던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운하를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하려 한 전력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철새도래지인 금강과 한강, 낙동강 하구의 습지생태계가 운하개발이라는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죠. 한국은 철새와 습지로 유명한 나라이지만 시간당 3,442㎡의 연안습지를 매립하는 ‘습지파괴국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람사르총회’ 환영사에서 ‘이명박 대통령님의 녹색성장’에 침을 흘리며 칭송하면까지 ‘대통령님의 관심’을 누차 강조했습니다.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관심 속에서 강 습지 생태계를 파괴하는 물길정비(운하)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김태호 경남도시자는 연안개발특별법을 추진하였고 동남해안개발특별법을 제정하는데 주역이었습니다. 김태호 도지사의 입에서 ‘새와 습지의 보전의 중요성’이 나오는 것 자체가 민망스러운 일이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물길을 이어 생태를 연결’하여 푸르고 여유로운 생태공간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운하가 ‘화물선 운하’에서 ‘유람선 운하’로 바뀌었다가 ‘물길정비사업’으로 둔갑한 과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혹시나 ‘물길을 이어서 생태네트워크를 연결’한다는 것이 운하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닌 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녹색성장인가? 회색성장인가?


경남도지사가 극친한 ‘녹색성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신기술ㆍ신산업’으로 ‘일자리와 브랜드를 창출’하여 ‘전 국민의 의식주와 교통, 생활혁명’을 이루는 것이 녹색성장이라니 정말 웃기는 일이죠. 거창한 정치구호인 녹색성장의 실질내용은 “대규모 그린벨트해제, 환경규제완화, 골프장 규제 완화, 새만금 용도변경” 등 현 정부의 구체적 반 환경 정책과 동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기업에 신기술 연구ㆍ개발 특혜를 주고 핵발전 증설을 대체에너지로 삼는다는 것이 현 정부의 녹색성장이라는 것입니다. 푸르른 강을 만든다고 강물에 파란 페인트를 쏟는 것이나 다름없는 정책입니다. 이 같은 대 국민사기극은 람사르 총회 행사장에서도 그래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녹색성장을 한다면서 경기도의 개발사업을 홍보한 람사르 총회 경기도 전시 부스, 녹지와 습지를 파괴하는데 앞장선 토지공사의 전시 부스가 버젓이 람사르 행사장을 차지해 버렸습니다. 건설과 개발을 앞세우고 거품투성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입니다.


람사르 협약정신을 이명박 정부가 따르겠다고 한다면 “부동산(건설)경기 부양 위주의 경제정책”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람사르협약 정신인 ‘습지의 현명한 이용’을 습지를 개발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습지를 현명하게 이용하였듯이 이명박 대통령과 경남도는 람사르총회를 치적 세우기나 반환경정책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습지파괴를 비롯한 각종 개발위주의 정부정책을 반성하기는 계기를 삼는 것이 람사르 협약 본연의 정신을 살리는 것임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후세들이 사용해야 하는 환경을 남겨주는 길입니다. 환경은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맘대로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몫임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