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마이뉴스’에 나온 “강남에 장로교 창시자 ‘캘빈 길’ 추진 논란”이란 기사를 보고 캘빈 신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부끄러웠고 참 할 일 없는 사람들도 많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캘빈을 조금 알지만 내년이 태어난 지 500주년임을 남의 일에 별로 관심 갖지 않고 살기에 몰랐다. 서울 강남구에 ‘캘빈길’을 추진하는 주최 측은 ‘요한 캘빈 탄생 500주년 기념사업회’(대표회장 이종윤 목사)였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교회(이종윤 목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요한 캘빈의 탄생 500주년인 내년 ‘캘빈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대대적인 기념대회 및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고 했다. 장로교 태동이 캘빈 신학에서 나왔기 때문에 출생 500주년 기념행사를 여는 것과 기념사업회 밝힌 계획인 감사예배와 기념음악회, 기념예배와 캘빈 공로상 수여, 학술심포지엄, 기독교 강요(현대 불어판) 기증식 따위를 굳이 비판하지는 않겠으나 존 캘빈이 제네바시의 종교 국장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교리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했는지 알고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500주년 기념행사 중 하나로 “서울 강남구에 그의 이름을 딴 도로를 갖기로 하고 이를 추진 중에 있다”고 밝힌 것은 종교 편향 논란을 불러 올 뿐만 아니라 존 캘빈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은 전혀 갖지 않고 무조건 추종하는 맹종자들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캘빈 사상을 추종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남긴 사상은 존중하고 따르지만 그 사람 자체를 기념하거나 따르지는 않는다.
물론 기독교가 뿌리를 내린 나라에서는 캘빈 이름을 딴 신학교가 있지만 칼빈 사상을 따른다는 이유 때문이지 캘빈 자체를 기념하는 것은 아니다. 캘빈 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이 사람 캘빈을 추종하지 않기 때문에 ‘캘빈주의’라 하지 않고 ‘개혁주의’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캘빈길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도 ‘세종로’ ‘을지로’와 각 지역에도 사람 이름을 딴 거리가 있다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 역사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고, 그 지역 이름을 알리는 데 큰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 캘빈은 대한민국 서울 강남구를 위해 어떤 업적을 남기기라도 했단 말인가? 강남구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살고 있으므로 강남구 이름을 높이는데 무슨 업적이라도 있는가? 그런 말 지금까지 들어본 적 단 한 번도 없는 인물이다. 캘빈의 신학은 장로교 신학에 업적을 남겼을지 모르나 강남구와는 전혀 상관없다. 캘빈 사상(신학) 추종자들이 사람 ‘캘빈’ 이름을 기념하고, 길 이름을 짓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 자체가 캘빈 신학을 엉터리로 배웠음을 인정하는 우스운 꼴이다.
종교편향을 불러 오르면 계속 강행하면 되지만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당사자들이 분명히 져야 한다. 제발 캘빈을 제대로 안다면 강남구에 ‘캘빈길’ 만들겠다는 계획을 취소하고 생각 자체도 즉각 접어라. 살인마로 중세 못지않은 마녀 사냥을 마구 해댄 존 캘빈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캘빈길 만들겠다는 사람들은 제발 교회사 공부라도 좀 하고 떠들었으면 좋겠다. 또 다른 ‘종교편향’이라고 개망신 당하기 전에 당장 그만 두는 게 만수무강에 좋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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