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화려하지만 불편한 외출

녹색세상 2008. 11. 3. 10:03

오랜만에 동문산악회 모임에 뒤풀이까지 갔다. 5월 체육대회 후 처음이니 5개월 만에 나간 셈이다. 전날 만난 친구가 ‘회장이 쏘는데 가자’고 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불편하다. 여름에도 그런 자리가 있었지만 불편해서 가지 않았다. 어느 친구 말처럼 각자 회비 내고 모자라는 걸 정리하면 좋은데 그게 아닌 일방적인 자리는 정말 거북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만나 술 한 잔 사는 것 조차 꺼릴 정도로 결벽은 아니다. ‘밥 한 끼도 공짜가 없는 범’인데 누군가 돈을 쓰면 그 사람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다. 조폭들이 곰들을 만나 밥 사고 술 사는 것은 나중에 일이 벌어지면 기본 정보는 알려달라고 ‘기름치는 것’이지 그냥 생 돈 쓰는 게 아니다. 이런 걸 거창하게 표현하면 ‘자본의 논리’가 적용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형편 되는 선후배가 밥 사는 자리도 한 두 번이지 일방적으로 특정한 누가 자꾸 그렇게 하면 ‘일방통행’ 같아 평등을 말하는 나로서는 불편하기 그지  없다. ‘어느 친구도 나온다’기에 가긴 했으나 솔직히 가시방석이었다. 중간에 새려고 하니 2차 장소를 안다고 안내를 하라고 해 도망치지도 못 했다. 그 와중에 ‘희용아, 너 술 많이 마셨다. 그만 마셔라’며 말 해주는 친구가 있어 고맙긴 했지만 자리가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이게 ‘회장이 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오기 불편해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말은 저 멀리 갈 수 밖에 없다. 형편이 되니 법인 카드로 긁는 것이긴 하지만 한 쪽으로 기우는 게 참 불편하고 싫다. 자꾸 이러면 모임에 나가기 불편한데 그런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그 정도 형편이 됨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친구들에게 밥값 낼 기회를 주는 지혜를 갖고 있는 다른 친구의 현명함이 부럽다. 3차의 길목에서 ‘너 한잔 하라’며 몇이 어울리는 게 차라리 편하고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