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은 비성서적인 무식한 짓

녹색세상 2008. 11. 3. 10:52
 

교회 가면 대다수의 목사들이 ‘성서가 하나님 말씀이니 그대로 믿어라’고 강변한다.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머리로 믿지 말고 가슴으로 믿어라’고 하니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아무리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도 이런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성서의 처음은 ‘창세기설화’로 시작한다. 흔히 ‘모세 5경’이라며 ‘창세기. 이집트탈출기(출애굽기), 제사규정(레위기), 광야방랑기(민수기), 신명기법전’을 모세가 기록했다고 우기는 무식하기 그지없는 인간들이 수두룩하다. 개인적으로 만나 ‘신학과는 다르지 않느냐’고 물으면 ‘교회 현실이 그렇지 않다’며 변명을 늘어놓는다. 창세기의 창조설화를 조금만 자세히 읽어보면 각종 사료가 모인 복합문서로 특정 저자가 기록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신학교 갈 것도 없이 ‘성서개론’만 읽어보면 바로 아는 사실을 목회 현장에서는 완전히 반대로 하고 있다.

 

 ▲ 11월 1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범불교도대회에 약 3만 명의 승려(1만5천명)들과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오마이뉴스)


신약성서를 가장 먼저 기록한 바오로의 각종 서신을 보면 ‘사랑’을 엄청나게 강조한다. ‘약자의 짐을 져 주라’는 말과 교회에서 ‘사랑의 장’이라고 하는 고린도서신(전서) 13장에는 ‘사랑은 불의와 기뻐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한다.’며 사랑이 무엇인가를 명토박아 두었다. 성서 그 어디에도 남의 종교를 비방하거나 차별하라는 구절은 찾아 볼 수 없다. 앞뒤를 자르고 일부만 편협하게 골라내면 있을지 모르나 전체적으로 보면 분명히 없다. 성서를 일부만 집어서 보도록 세뇌한 목사들의 잘못이 많은 기독교인들을 독선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본문(text)만 보지 말고 상황과 배경(context)을 바탕으로 전체 흐름을 봐야 한다는 것은 신학의 기본이다. 신자들이 기본을 아는 순간 그냥 회피 하는 게 아니라 설교를 통해 ‘주의 사자는 하나님이 판단하신다’며 공갈 수준의 설교를 날리는 게 현실이다.

 

11월의 첫날 대구 두류공원 야외 음악당에서 ‘종교편향 시정하라’는 불교도 대회가 열렸다. 약 3만 명의 불자와 승려들이 참석한 가운에 이루어졌지만 가장 큰 종단인 조계종의 총무원장이 참석하지 않아 조금 김 빠진 맥주 꼴이 되긴 했지만 대구에서 3만 명이 모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조계종과 현 정권이 물 밑 작업을 통해 서로 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어청수 청장이 동화사까지 찾아가 억지 사과를 하려다 문전박대를 당한 후 경무관들을 모아 놓고 ‘불교계 비리 내사’를 지시했다는 경찰 내부의 제보까지 있었으니 몸 사리고 있다는 느낌이 확연히 든다. 그렇지만 그들의 요구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종교차별 하지 마라’는 것이다. 헌법에도 종교적인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기독교(개신교)가 유일 종교고 다른 종교는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인 행동은 충돌과 갈등만 가져 올 뿐 전혀 성서적이지 않다. 성서를 잘 보라, 예수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어려운 화두를 던질 정도로 파격적이다. 종교편향을 당장 집어 치워야 한다. 서울 강남에 캘빈 탄생 500주년을 맞아 ‘캘빈길’ 만든다고 난리치는 사람들은 바로 접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한국교회가 살아남는 길이요 갈등을 최소한 시키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