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유인촌의 욕설을 보면서

녹색세상 2008. 10. 27. 11:44
 

배우 유인촌에 대한 지금까지 나의 느낌은 좋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다. 그가 장관이 되고 나서야 재산이 백억 대가 넘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전까지는 연기와 광고 모델로 돈을 좀 번 배우라는 정도만 알았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연기를 제 아무리 잘 해도 유인촌 정도의 재산을 가진다는 것은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튼 그는 자기 주머니 털어가며 언제 뜰지도 모르는 연극 극단을 만들어 연극까지 해 돈 쓸 줄 아는 ‘괜찮은 연예인’으로 알았는데 이번 국정 감사 기간에 그것도 국정 감사장에서 하는 짓을 보니 영 아니었다. 

 

▲ 욕설 파문이 급격히 확산되자 급기야 사과를 한 유인촌 장관. 그러나 단 5분 만에 끝내 욕을 얻어먹은 기자들이 사과를 할 마음이 있는지 의문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기자에게 약하지만 특히 연예인과 정치인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몸을 사린다. 전과 14범인 이명박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부터 의문투성이지만 그런 인간과 관계를 맺어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을 할 때부터 설마 했더니 역시나였다. 권력의 맛을 본 유인촌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했다. 이덕화도 마찬가지로 영문도 모르고 나온 후배들을 ‘이명박 지지 연예인 선언’ 명단에 넣는 등 얼렁뚱땅 해 가면서까지 그들은 충성을 했다.

 

그 결과로 이덕화의 아들은 청와대 행정관으로 들어가 근무를 하고 있고, 유인촌은 문화체육부 장관을 하고 있다. 권력의 맛을 너무 잘 아는 선수라 그런지 장관이 되자 마자 임기가 보장된 단체장들을 ‘나가라’며 문화계엄사령관 노릇까지 하는 등 과잉충성을 연발하더니 급기야는 ‘시발 사진 찍지마’라며 욕서을 퍼부어 대는 용감무쌍한 짓까지 해대었다. 무식하기 그지없는 상전 밑의 머슴이라 그런지 장관이란 자가 하는 꼴은 가관을 넘어 상식 이하의 짓이다.


연일 ‘유인촌 욕설’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가면서 유인촌은 국회출입 기자단에 사과하기까지 이른다. 얼마나 다급했던지 일요일인 26일 오후 5시 문화체육부 기자실에 나와 사과를 했다. 그런데 사과를 하는 사람이 뒷짐을 진채 질문도 3번만 받고 단 5분 만에 끝내 정말 사과를 하려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연기를 오래 해 온 배우로서 대학에서 강의까지 한 사람의 수준이 저 정도 밖에 안 되는지 의문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연기를 오래 한 내공으로 충분히 그 순간을 넘길 수 있을 텐데 아무리 봐도 유인촌의 연기는 빵점이다. 하필이면 그 장면이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며 100일 넘게 ‘낙하산사장 반대’를 외치면 투쟁하는 YTN에 잡혔으니 어떻게 할 재주도 없다. 욕이 나오기 전까지 국회의원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있었다’고 해도 그건 아니다. 그런 게 꼽고 치사하면 장관 자리 그만두면 된다.

 

그 날 유인촌 장관 뿐만 아니라 신재민 차관은 아예 팔짱을 끼고 앉아 ‘팔짱을 풀어라’고 하는 의원들의 말에 ‘이게 불편 하냐?’며 아예 ‘배째라’는 건방지고 그만하기 그지없는 자세를 보여주는 등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짓을 저질렀다. ‘문화계엄사령관’으로서 칼을 마구 휘둘렀으니 장관으로서 이미 함량미달이다. 다른 말이 필요 없으니 고향집이 있는 양촌리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사는 게 만수무강에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봉화 처럼 농사도 안 지으면서 ‘쌀직굴금’ 횡령하는 양아치 짓은 절대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