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현실로 다가오는 외환위기의 악몽

녹색세상 2008. 10. 20. 14:06
 

1997년 11월 김영삼 정권 말기에 ‘IMF사태’라고 부르는 외환위기가 한반도 남녘땅을 휩쓸기 시작했다. 현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책임자인 강만수는 당시 경제기획원 차관으로 ‘외환 보유고 이상없다’고 목에 힘주어 말했고, “동남아에 발생한 동남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인해 해외은행들이 우리나라에 대출을 중단하거나 또 대출의 만기연장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자본의 급격한 해외유출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며 대비책을 세우라는 소장학자들의 말에 김영삼은 ‘씰데 없는 소리’라며 무시해 버렸다. 1997년 12월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으면서 가혹한 구조조정 실시를 강요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대한민국 정부 청사에 책상을 갖다 놓고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해대는 등 채권자로 노릇을 노골적으로 했다. 실직자는 늘어났고 급기야 노숙인도 급증했다. 곳곳에 파탄 난 가정으로 인해 한국전쟁 이후 가장 많은 ‘이산가족’들이 생겨났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땅 민중들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전광우(오른쪽) 금융위원장, 이성태(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고위 당정회의를 거쳐 확정한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을 공식 발표한 후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허술하기 그지없는 사회 안전망마저 ‘구조조정’으로 인해 개악에 개악을 거듭했다. ‘업무상 재해가 아니란 것을 사업주가 증명하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채택하기는 커녕 산재불승인은 갈수록 늘어나 외상이 없는 사고는 대부분 승인을 해 주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은 근로복지공단의 내부 지침을 마련해 장기 요양 환자들에 대한 강제종결을 하는 등 간절 살인을 노골적으로 저질렀다. 산재환자의 자살률은 급증해 다친 것도 서러운데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벼랑 끝에 내 몰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대한민국 정부가 자살로 몰았다. 강제 사직을 당한 노동자들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었음은 물론이다. 이를 지켜 본 제3 세계 어느 나라의 대사는 ‘이는 국가가 아니다’고 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국민들에게 가혹하기 그지없는 나라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환율이 10년 만에 최고로 폭등했고, 주가는 연일 폭락을 거듭했다.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잠시 안정을 찾는가 싶더니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이명박은 ‘1997년 외환위기 때 와는 다르다’고 강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책임자인 강만수는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마지못해 시인을 하는 등 엇박자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한나라당은 국정감사 기간을 이용해 ‘달러 모으기 쇼’를 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한국은행총재는 ‘길게는 4~5년 정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조심스런 말을 했고, 외신은 “20~50년 동안에 걸쳐 세계 경제 구조가 탈바꿈 할 것 같다”고 보도했다. 세계 경제 질서 재편의 고통이 장기간에 걸쳐 일어난다는 말이다. 망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보고도 끝까지 미국을 향한 일편단심을 이명박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은 얼마나 빠질지만 남아 거래 가격조차 형성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정대책을 통해 ‘은행 달러 빚보증’까지 서는 등 마지막 카드를 내밀며 불끄기에 허급지급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이번 대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국내 고용·소비·투자 등 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일부에선 외환위기보다 더 힘든 경제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정부가 시중은행의 달러 빚까지 지급보증에 나서고, 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과연 이번 조치로 시장의 금융 불안이 얼마나 해소될 수 있을까.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위기 불안이 수그러들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을 하지 못한다. 강만수는 5일 만에 말을 바꾸는 등 헛발질에다 헛소리만 연발하고 있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 추락의 끝이 어딘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민중들의 삶이 더 팍팍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살기 어려우니 ‘축복장사’ 해대는 인간들은 더 난리를 칠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고민과 상담 대신 ‘하느님의 특별 은총’을 들먹이며 민초들을 더욱 아둔하게 만들게 뻔  하다. 유로하를 사용하는 나라들이 공동 대응할 절도로 사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대비책을 세우고 여파를 분석하기는 커녕 엉뚱한 짓거리만 해대는 이명박을 보고 있자니 억장이 무너진다. 모르고 있으면 그냥 넘어가기라도 하련만 눈에 보이니 ‘아는 게 병’이란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