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지나가곤 하는 ‘7호 광장’ 가까이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은 일이 있어 밖에 있다’며 ‘내일 오후 5시 후에는 사무실에 있다’기에 다음 날 찾아갔다. ‘소주를 사오라’기에 막걸리 병이 보여 ‘막걸리로 하자’고 우겨 막걸리 몇 병을 사왔다. 김밥 집에 들러 안주거리 좀 챙겼다. 어찌된 판인지 막걸리 마시는 게 편하고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 나도 즐겨 마신다. 그래서 누가 연락이 와 ‘조용한데 없느냐’고 하면 부담스럽다. 상대가 말하는 조용한 곳은 가요주점이나 룸싸롱이 대부분인데 난 그런 자리 갔다가 걸리면 바로 징계 대상이다. 동기들끼리 ‘편하게 막걸리나 마시자’며 일부러 반월당 막걸리 골목으로 가자고 한다. 들안길이 익숙한 친구들은 ‘다른데 없느냐’고 하지만 내가 편하니 ‘여기오라’고 우긴다.
상대가 불러서 가는데 가서 조용히 먹고 오면 되지 굳이 ‘대포집을 고집하느냐’는 핀잔도 듣는다. 그런데 먹고 나서 하나 같이 ‘저 놈은 저게 좋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들안길 회집이나 한정식집에 불러준 친구들의 정성도 고맙지만 그냥 막걸리 한잔 마시는 게 난 편하고 좋다. 그런 자리에 가야 지갑을 열어도 부담도 적고. (개인 주머니 사정의 영향도 많이 좌우함 ^^) 난 지금까지 친구와 마신 술 중에 가장 좋고 마음 편한 막걸리를 마셔 너무 기분이 좋았다. 몸을 채식 위주로 조절하고 나서는 육식 자체가 불편하다. 순간적인 맛은 있겠지만 우리 몸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육식은 엄밀히 말해 ‘짐승시체’라 인체에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고기를 적게 먹는 식생활 습관이 우리 인간의 탐욕을 줄이는 노력이라고 생명과 환경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옛말에 ‘임금처럼 먹으면 단명하고, 거지처럼 먹으면 장수한다’고 했다.
‘가리지 말고 주는 대로 먹어라’고 어릴 때 할머니로 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적게 먹어 난 탈보다 많이 먹어 생긴 탈이 많다고 양한방의사들은 공통적으로 말 한다. ‘미친 쇠고기 너나 쳐 먹어라’며 촛불 수시로 들었다. (난 모르겠는데) 방송에 나왔다고 조카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조카들과 촛불 들고 거리로 나가기도 했다. 끝난 후 같이 마신 막걸리 맛은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오늘 한 친구가 그 막걸리 중독을 다시 되새겨 주었다. 친구와 마신 막걸리 맛이 너무 좋아 이것 마시자면 난 사양하지 않고 달려 가려한다. 정말 곡차니 마다할 이유도 없고, 하늘에 계신 주님이라 더 좋으니 싫어할 이유도 없다.
친구와 마신 막걸리 맛이 너무 좋아 눈에 아른거린다. 김밥집에서 챙긴 납작 만두를 안주 삼아 먹으니 이 보다 좋은 게 없더라. 입에 거친 음식이 몸에 좋지 부드러운 건 몸의 소화 능력을 떨어 뜨려 해롭다고 한다. 당장 편해서 좋은 것 보다 조금 불편해도 몸이 움직이는 게 건강에 좋으니 조금 불편함은 감수하는 게 좋다. 반복된 행동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성격을 형성하고, 성격은 운명을 결정한다고 한다. 이제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되어가니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사는 게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그렇다고 자신이 가야할 길 마저 접어라는 건 아니다. 나이가 들고 삶의 연륜이 쌓일수록 남의 이야기도 들어주는 여유를 지니면서 편하게 대포 한 잔 하는 마음의 넉넉함도 갖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막걸리 맛이 너무 좋아 생각나는 대로 몇 자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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