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한의사로부터 수시로 듣곤 하는 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상초와 하초의 원활한 소통이 잘 되지 않아 기가 막혀 있다’는 것이다. 소통(疏通)을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대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니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고 나와 있다. 상하좌우가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뜻이다. 한 동안 게으름병이 도져 자전거도 별로 안 타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하는 복식호흡을 하면서 명상을 하지 않았더니 온 몸이 막힌 느낌이 든다. 몸이 거북해 견딜 수 없어 다시 복식호흡과 명상을 시작했더니 잠시 앉아 있었는데도 온 몸이 막혀 기가 제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느낌이 바로 온다. 그래도 불편함을 무릅쓰고 호흡을 계속 했더니 뒤틀려 있는 오른쪽 골반과 사고로 다친 부위 쪽이 조금씩 시원해져 온다. 몸이 알려주는 반응을 무시한 결과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처음 보는 한의사들이 맥을 짚으면 첫 마디가 ‘신경을 많이 쓰십니까?’라며 묻는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것도 기의 흐름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워낙 많이 들어 안다. ‘기(氣)가 소통이 되지 않아 조그만 일에도 과민 반응을 할 때가 많다는 말도 들었다. 조그만 일에 화를 내며 만만한 사람에게 언어폭력을 휘둘러 상처를 주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기가 막혀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한의사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병을 보는 시각이 다른 양방에서는 여러 가지로 분석을 해 그 원인을 찾지만 한방은 ‘소통’의 문제로 본다.
그렇다, 사람이 이럴진대 사람이 모인 단체나 조직 역시 서로의 소통이 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어차피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인정하고 막힌 곳을 뚫으려 하는 노력을 하다 보면 어느 날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다. 그러려면 ‘내가 맞다’며 무조건 우기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우기는 것은 소통을 가로막는 것이라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하지 않는 변혁 운동은 소통과는 거리가 먼 자기 독선과 아집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도 정의와 진보의 이름을 내 걸고 마구 우기면 여러 사람 죽이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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