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명작 중의 명작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뇌물과 상속 및 증여 등 각종 범죄 혐의로 특별 검사의 수사를 받은 비리 왕국 삼성의 이건희가 무죄라고 하니 이런 소설이 어디 있겠습니까? 노벨문학상을 받고도 남은 최고의 소설입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비리 폭로를 했지만 변호사협회에서 추천한 특검후보까지 삼성으로 부터 뇌물을 받았으니 뇌물로 도배한 삼성의 총수 이건희이건만 법원은 1ㆍ2심 모두 무죄를 선언하는 자신의 발등을 찍는 어리석은 짓을 과감히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실무를 맡아 뇌물을 전달하는 등 직접 발로 뛴 기획실의 이학수를 비롯한 나머지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배가 고파 겨우 만원도 안 되는 물건을 훔쳐도 징역살이를 하는 게 대한민국의 법인데 재벌들에게는 너무나도 관대하니 이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갑갑하기만 합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이런 꼴을 보고 무엇을 배울지 걱정입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 정신은 ‘법은 딱 만 명에게만 평등하다’는 것을 사법부 스스로가 보여주었습니다. 이래 놓고도 ‘사법부의 권위’를 들먹이니 스스로가 한 편의 무협지를 또 쓴 셈이죠. 삼성왕국 앞에 용감무쌍하게 소설을 마구 쓴 법원과 주인공 이건희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8. 10. 11일 경향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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