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세계경제, 이제 막 내리막길 시작했을 뿐이다.

녹색세상 2008. 10. 6. 16:13
 

‘구제법안’으로도 내려가는 힘 막을 수 없어

대통령 손실보상 각서 없인 당분간 위험투자 삼가야


지난 3일 미국 구제금융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단시일 안에 안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7천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날 미국 다우지수가 큰 폭의 하락을 보인 것이 이런 우려를 반영한다. 9월 이후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그리고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부실 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을 숨 가쁘게 추진해 왔다. 하지만, 막대한 금융부실과 경기침체를 막기에는 크게 역부족이며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위기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고, 실물경제가 급강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티그룹에 은행부문 매각을 포기하고, 웰스파고와의 합병을 선택하기로 한 와코비아은행도 사실상 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웰스파고은행은 총자산이 5584억달러로 7819억달러의 와코비아에 비해 3분의 2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은행이다. 그런 작은 은행이 미국 최대 은행인 시티그룹을 제치고 와코비아은행을 인수 합병하는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론 사태 발생 이후 헤지펀드 파산→신용보증기관인 모노라인 업체 파산→글로벌 증권사들 파산→페니메이와 프레디맥, 에이아이지(AIG)의 파산 위기에 이어 이제 글로벌은행의 파산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티은행과의 매각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와코비아의 부실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와코비아은행의 대출자산 3120억달러 가운데 확인된 손실만 420억 달러로 손실률이 무려 13.5%에 달하고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가 120억 달러까지 추가손실 부담을 하겠다고 한 점을 고려하면 손실률은 17.3%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손실 규모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와코비아 인수를 시도한 시티그룹 역시 손실률이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짐작된다. 와코비아 인수 합의 후 웰스파고은행으로 급히 매각처 방향이 바뀐 것도 시티그룹 역시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앞뒤 잴 겨를 없이 부실 금융기관들을 다른 글로벌 은행들에 인수하게 하고 있다. 일단 발등의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식이다. 부실 금융기관들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나 제이피모건 체이스 등 겨우 버티고 있는 은행들에 떠안기는 것도 모자라 이제 거액의 잠재부실을 떠안고 있는 시티그룹에까지 손을 내미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런다고 해서 막대한 금융부실이 저절로 없어지지는 않는다. 인수 금융기관들도 거액의 자체 부실을 떠안고 있는 마당에 대규모 자본 보강이나 공적자금 지원 없이는 부실 금융기관을 인수할 체력이 안 되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인수 금융기관마저 부실화될 위험마저 내포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구제금융법안을 통한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도 경제의 한 부분이라면 지나치게 내려가는 것도 경제의 한 부분이다. 올라갈 때 제동 없이 계속 올라가 거품이 생기듯이 내려갈 때도 제동 없이 계속 내려가면 경제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다만 올라갈 때와는 달리 내려갈 때는 어느 선에서 누구의 희생으로 어떻게 제동을 걸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정책과제다. 올라갈 때는 모두가 득을 본다고 착각하지만 내려갈 때에는 생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는 이제 내리막길의 상단을 지나고 있다. 이번 구제금융법안으로 제동을 건다고 해도 아직은 높은 위치에너지 때문에 내려가는 힘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세계경제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역시 위기적 상황이다. 최대 위험을 100으로 가정할 때 최근 상황은 90을 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은 위기는 기회라는 황당한 주장으로 펀드나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있다. 정권 출범 전부터 그런 선동적인 정책을 쉴 새 없이 남발해오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기적인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고 올봄에라도 손절매하고 빠져나왔더라면 손해를 크게 줄였을 것이다. 대통령이 손실을 보상해주겠다는 각서라도 써 주지 않는 한 당분간 위험한 투자를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김광수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