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범불교대회를 연 불교신자들에게 한 기독인이 사죄 합니다.

녹색세상 2008. 8. 27. 00:07
 

종교편향에 화난 불교 신자들께....

 

부모님은 불교 신자이시고 사남매 중 저만 기독교 신자입니다. 신앙생활 30년 넘게 해 왔으나 지금까지 부모님께 기독교로 개종을 강요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대부분의 신자들은 “부모님들 구원시켜 천국 가시게 하라”고 수 없이 말하지만 ‘구원은 전적인 하느님의 주권’이라고 믿기에 인간의 짧은 지식으로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부모님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가 좋고 편한데 억지로 바꾸라고 하는 것은 폭력이기에 앞으로도 개종을 강요할 생각이 없습니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 매월 보름이면 가시는데 갔다 오면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좋을 수 없다’는 부모님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게 자식 된 자의 도리기도 하고요.

 

 

먼저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아래 글도 (http://blog.daum.net/bando21/16467926) 같이 보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내용이 부실하기 그지없음에도 불구하고 조회 수가 4만2천이 넘었고, 댓글이 180여개 넘게 달려 저도 놀랐는데 그냥 넘어갈게 아니라 답장을 해야 될 것 같아 2편으로 쓴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부끄러운 것은 악성 댓글의 대부분이 기독교신자들이고, 글 내용 전체 보다는 지엽적인 낱말이나 댓글에 대한 답변을 문제 삼는 것이었습니다. 남의 생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독선적인 태도에 대해 실망도 했으나 격려의 편지도 많이 보내 주셨습니다.


극을 달리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기독교(개신교) 중심의 종교 편향은 극을 달리고 있어 피해를 입은 불교신자들은 엄청나게 속 상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상식을 가진 기독교인들도 이러한 ‘종교편향’에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내의 ‘소로 망할(소망) 교회’의 인맥과 교권을 장악한 몰지각한 목사들이 설쳐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게 현실’이라는 변명으로 때운다면 너무 뻔뻔한 처신이겠죠? 기독교 중심의 종교 편향 행태는 이승만 정권 시절에도 판을 쳤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김영삼 정권 시절 불교를 백안시 하는 종교 편향이 나타났으나 지금의 이명박 정권처럼 무식하게 불교를 차별하지는 않았습니다. 전통문화를 업신여기는 근본주의 신앙이 원인 제공인데 한국교회 대부분이 그래 불씨가 곳곳에 남아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교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기독교 신자로서 내 집의 허물을 먼저 끄집어 잘못을 고백하고 피해를 당한 분들의 용서를 기다리는 게 ‘예수 따라 살기’를 고백하는 자의 도리라 믿습니다.

 

 

김영삼 정권 시절 육군 모 사단에서 ‘불상은 우상’이라며 용감무쌍하기(?) 그지없는 사단장이 전차로 법당을 밀어 버린 사건이 발생해 불교계가 강력하게 항의한 것을 기억합니다. 만일 그 사단장이 기독교 신자라면 신앙에 문제가 많은 것은 물론이려니와, 위에 아부하려는 과잉 충성 때문이라면 그런 환경을 만든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당사자의 잘못이 같이 있다고 봅니다. 아무리 남의 종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지도에 유명 사찰은 나오지 않고 작은 교회는 다 나오도록 해서는 안 되죠. 입장을 바꿔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큰 교회가 지도에 나오지 않는다면 기독교 신자들이 가만있겠습니까? 아마 ‘종교탄압’이라며 야단이 났을 겁니다. 지금 불교계에서 화가 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죠. 지금 큰 교회의 정치꾼 중심의 목사들이 저지르고 있는 짓은 지나칠 정도로 편파적이라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사소한 법적인 분쟁은 있었으나 종교 전쟁이 없는 곳이라고 자부하는데 계속 이렇게 가면 앞날이 어두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정신을 차려야지 입으로만 ‘종교편향은 안 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문제 발생의 원인은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이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독선적인 태도 때문이며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러워 얼굴 들고 다닐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남들로부터 인정받으려면 먼저 남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건만 한국 기독교의 주류를 이루는 근본주의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아주 편협한 신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대부분 목사들에게 있다고 기독교개혁 운동을 하는 분들은 말 합니다.

 

     독선적인 믿음은 비성서적인 신앙


신학의 기본이라도 아는 분들은 성서가 설화(신화)와 소설, 지혜의 글(잠언)ㆍ사랑의 노래ㆍ서신과 묵시문학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구약 성서의 가장 첫 편인 창세기는 ‘창조설화’로 우리의 단군신화와 비슷한 이스라엘 민족의 ‘집단신앙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 탄생 사건 역시 이스라엘 목동들이 전한 ‘탄생신화’라고 신학자들은 말합니다. 그런데 목회 현장에 가면 신학은 반납하고 교인들의 입에 맞는 소리만 해 대며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는 창세기 1장 1절부터 ‘무조건 믿어라’고 강요합니다. 그러면서 성서와 신학적 근거가 없는 아주 배타적인 교리만 주입해 같은 형제교단인 ‘천주교는 마리아를 믿는다’며 이단시 하고, ‘부처는 우상’이라며 불교를 ‘우상숭배 하는 종교’라고 입에 거품을 무는 목사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신학적 근거가 뭐냐’고 교인이 따지고 물으면 ‘하나님의 사자를 업신여기는 짓’이라고 사정없이 협박하고, “가슴(그냥)으로 믿어야지 머리(이성)로 믿으면 안 된다”고 하니 정말 웃기죠.


내가 가지고 있는 진리와 신념이 소중하다면 남의 것 역시 존중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게 한국교회의 현실입니다. 사람 사는 곳에 문제없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요 ‘보편적인 상식 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죠. 지금 한국 불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조계사에 촛불집회와 관련해 수배자들이 피신해 있습니다. 흉악범이 아닌 자신의 신념과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한 분들을 불교계가 보호하고 있는 모습은 참 보기 좋습니다. 아마도 지금의 명동성당에 들어갔다면 ‘나가라’는 소리 수 없이 들었을 텐데 불교는 고난에 처한 이웃을 돌보고 있어 비록 불교 신자가 아니지만 흐뭇하기 그지없습니다. (종로 5가 기독교회관에 갔어도 잠자리 내 주고 보호해 줄 겁니다. ^^) 한국 불교는 이명박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온갖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그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종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으니 칭찬할 건 아니지만 박수를 보낼 일임에 분명합니다.


불교의 깡패까지 동원한 권력 싸움과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말을 한 선배 스님의 선방을 찾아가 파괴한 상식 이하의 짓거리와 온갖 추문, 천주교의 노동조합 탄압과 돈 벌이에 혈안이 되어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는 게 ‘날마다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기독자’의 자세라고 감히 고백을 합니다. 8월 27일(수)은 불교계가 이명박 정부를 향한 강력한 항의를 하는 ‘시국법회’가 열립니다. 지금 물 밑에서 서로 조율을 하며 합의점을 찾고 있다고 들었으나 불교계의 ‘최소한의 요구’마저 들어 줄 의사가 없어 계속 항의 수위를 높여갈 것 같습니다. 이는 명백한 ‘자업자득’이니 남의 탓 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불교계와 진정으로 화해하는 길


보수층의 결집으로 집권한 이명박 정부가 자신을 지지한 불교를 이렇게 홀대 하는 것은 화합이 아닌 갈등을 조장할 전초전인데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기독교의 실세들은 정중하고도 진정성이 담긴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인간이 다 같을 수 없듯이 종교 또한 각각의 특성이 있으니 강요하거나 배척한다면 자신의 신앙을 부인하는 것으로,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반사회적인 종교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자기 종교가 고귀하고 참다우면 남의 종교도 그 사람에게는 고귀하고 소중합니다. 타 종교를 비방하고 무조건적인 자기 종교 옹호는 결국 편협함을 드러내는 것이죠.


사실 종교 분쟁의 뒷면을 들여다보면 종교를 빙자한 강자의 침탈이 대부분입니다. 지금 분명 한국교회는 엄청난 권력이라 아무리 간 큰 진보정당이라 할지라도 맞붙어 싸우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종교 편향 문제 해결은 매우 쉽고 간단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불교계를 찾아가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문제를 일으킨 고위 공직자들을 엄히 문책한 후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하면 됩니다. 고개 숙이고 용서를 빈다고 해서 자신의 품격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남들이 존중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광우병 쇠고기와 각종 민영화 정책으로 이명박 정권은 국정 장악 능력을 상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때 불교계와 화해하지 않으면 ‘식물대통령’으로 남든지 집으로 가는 길 뿐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기독교 신자의 한 사람으로서 미국을 하느님처럼 떠받들면서도 다른 종교를 무시하고, 마치 자신들의 세상이라도 된 줄 망상에 빠져 헤매는 기독교인들의 잘못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시간이 흘러 분노가 풀린다면 그 때 가서 용서해 주시면 고맙게 받겠습니다. 부디 성불하시길 대구에 사는 한 기독인이 빕니다.


추 신: 제 글과 견해가 다른 분들의 애정 어린 비판을 환영하며, 아무리 악성 댓글이라 할지라도 지우지 않겠습니다. 그런 기회를 통해 제가 모르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제 신분을 밝히면 1960년생의 건설노동자이고, 제 누리방(블로그) 전체보기의 좌측 상단에 제가 쓴 글이 있고, 다른 글도 보시면 어떤 성향의 인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환경과 건강을 생각해 차를 버리고 자전거로 일상생활을 한 지 오래되었으며 올 여름 내내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한국교회가 엉뚱한 곳에 있지 말고 제 자리에 서 있기를 바라는 기독인의 한 사람입니다. 이 글과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해 주실 분은 누리편지(이메일)를 보내 주셔도 됩니다. 그냥 욱 하는 감정적인 글 보다는 논리적인 근거가 있는 글이 많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촛불정국을 지나면서 우리 사회가 엄청나게 성숙했다는 것을 봤기에 저의 이런 믿음이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참고로 저는 글을 쓸 때 옆에 국어사전 두 개를 펴 놓고 쓸 정도로 어휘 선택에 신중을 기합니다만 잘못된 표현을 지적해 주시면 빨리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누리편지 (이메일)는 bando21@hanmail.net이고 주소는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성서우체국 사서함4호’입니다. 예전에 조그만 제 사업을 할 때 사용하던 것인데 이리 보내면 확인 후 늦더라도 답장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