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대한민국 정의(正義)의 안녕’을 염려한다!

녹색세상 2008. 8. 24. 02:28
 

KBS사태 관련, 검찰-법원의 괴이한 행태를 보면서


이명박 정권이 세간의 무리수라는 비난과  법적 타당성 논란에도 아랑곳 않고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더니 후임자 선정 작업을 목하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8월 21일 이미 지원자 24명에 대한 서류심사로 후보를 5명으로 압축하고, 25일 경에는 최종적으로 그 중 한명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에 앞서 청와대 인사와 방송통신위 위원장, KBS 이사장, 유력후보로 거명되는 김모 씨 등이 비밀리에 회동했음이 드러나 이 정권의 흑심이 무엇인지를 짐작케 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 같은 KBS 관련 일련의 사태가 외견상으로는 이명박 정권의 단순한 방송장악 기도나 내 사람 심기 차원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런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도 중대한 사회적 문제를 배태(胚胎)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사원행동 소속 직원들이 8월 21일 오후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 모여 사장 후보 서류심사를 위해 열리고 있는 이사회 저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서울행정법원은 20일 정연주 전 사장이 제기한 ‘해임처분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기각사유로 “대통령의 해임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해임으로 인해 정 사장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검찰은 정 사장을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국세청과의 세금 관련 소송을 조기에 매듭지음으로써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앞서 이 정권이 정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방송통신위, 한나라당은 물론 감사원, 경찰, 검찰 등 권력기관들까지 전방위적으로 동원했었음은 알려진 대로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잘 짜여 진 각본처럼 진행되는 아니 각본을 짜서 진행하는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기도나 미운털 박힌 특정인 축출기도 자체보다도, 그 추악하고 정의롭지 못한 작태에 검찰과 사법부까지 하수인처럼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가 사회를 만든 이래, 언제부터인가 검찰과 사법부(법원)라는 조직을 만들어 기능하게 한 목적은 어느 나라든 사회정의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데는 한 점 의심이나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언필칭 (사회)정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그 검찰과 사법부가 어찌된 일인지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의 시녀노릇을 하는 추악한 도구가 돼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대한민국의 검찰과 사법부가 정권의 눈치를 살피며 비위를 맞춘 게 근자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명박 정권의 무능 및 민심이반과 맞물리면서 당혹감과 실망감이 더욱더 증폭되는 것이다. 이 정권이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을 턱도 없는 트집을 잡아 쫓아낸 해임폭거와 관련, 법원의 1차적 판단과 검찰의 기소에 수긍할 국민이 이 정권 인사들이나 맹목적 지지자들 말고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검찰과 사법부는 시녀가 되기로 작정한 것인가?


 우선 법원의 기각사유가 참으로 해괴하다. “정사장이 해임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볼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은 황당한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정 사장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생각하기 따라서는 치명적인 피해를 본 사람이 아닌가? 해임의 법적 정당성 여부에 대한 최종적 판결은 아직 남아 있다고 하나, 이미 그가 입은 불명예와 정신적 고통은 피해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설령 최종적으로 그에 대한 해임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온다 해도 그가 받은 상처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아울러 공영방송을 장악해 정권의 홍보도구로 만들려는 이 정권의 시커먼 속셈으로 인하여 평지풍파를 겪고 있는 KBS 직원들과, 이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분노나 우려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란 말인가? 그런 이유로 정 사장 해임은 단순히 정연주라는 특정인의 개인적 문제로 그칠 사안이 아닌 것이다.


‘방송의 공영성’이라는 것도 국영이나 관영방송이 아닌 한 시청자가 판단할 문제이지 정권이 이러쿵저러쿵 할 성질의 것이 아님에도 이 정권이 입만 열면 읊어대는 건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검찰의 정 사장에 대한 배임죄 기소도 저간의 정황(국세청과의 세금소송에서 KBS가 법원의 조정안 및 검찰의 수용권고를 받아들여 소송을 매듭지은 것)을 볼 때 억지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세상의 상식과 그동안의 경위가 그러함에도 법원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해임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고, 검찰은 무리한 기소를 감행한 것이다. 우리가 진정 우려하는 것은 정권의 방송장악이나 정연주라는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서, 사회정의의 마지막 보루가 돼야 할 검찰과 사법부가 너무도 쉽게  그리고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정권의 눈치를 아주 안 볼 수 없다 하더라도, 다른 곳도 아닌 사법부와 검찰 만큼은 우리 사회에서 현실적-규범적 정의를 세우고 판단하는 최후의 기관이자 장치라는 점에서 최소한 상식에 반하는 행태를 보여선 안 되는 것이다. 일찍이 대한민국 검찰과 사법부가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냉소를 받아온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것은 단순히 두 기관의 일탈에서 끝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두 기관이 정권의 도구로 타락하면 우리 사회의 정의(正義)는 최종적으로 어디서 판단하고 수호할 것인가? 그러므로 사법부와 검찰의 정권시녀화는 결과적으로 사회의 가장 소중한 가치이자 덕목의 하나라 할 사회정의의 보루를 흔드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검찰과 사법부가 정권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알아서 기거나, 혹은 정권이 그들을 도구화 하려 한다면 그것은 궁극적으로 사회정의의 토대를 파괴하는 행위와 다름없는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가 그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우리에게 커다란 손해가 없다 하더라도 사회정의의 토대 붕괴는 언젠가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사실이다. 사회정의가 무너지는 데 따른 피해자는 사회구성원 모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연주 사장 해임 건을 포함한 이명박 정권의 무모한 작태와  검찰-법원의 괴이한 행태를 보면서 ‘대한민국 정의(正義)의 안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토마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