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아기 엄마 된 KTXㆍ새마을호승무원들, 다시 투쟁

녹색세상 2008. 8. 24. 00:56
 

“점거ㆍ단식 등 조건에 맞는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겠다.”

 

기륭전자 얘기가 아니다.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시 한 번 힘껏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바로 22일로 투쟁 907일째를 맞은 KTX 여승무원들과 새마을호 승무원들이다. 이날 오전 옛 KTXㆍ새마을호 승무원 30여명은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서울역 광장의 천막농성장을 스스로 철거했다. 천막은 지난달 1일 강경호 신임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에게 교섭을 촉구하기 위해 설치했던 것이다. 교섭은 지난달 29일 이뤄졌다.

 

  ▲ 22일 오전 KTXㆍ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이 서울역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기대를 했지만, 코레일은 “제3의 자회사에서 카페 열차의 판매 사원을 알선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역무계약직까지 양보했던 KTX 여승무원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제안이었다. 이제 이들은 이제 천막을 접고 강경한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오미선 철도노조 KTX 승무지부 대표는 “이철 전 사장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했다, 투쟁을 다시 한 번 해보겠다.”며 “우리의 투쟁이 900일을 넘었다, 기륭을 바라보며 1000일을 넘길 수 있을까 했는데,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 투쟁할 때 380명의 조합원이 지금은 38명으로 1/10로 줄어 초심과 똑같은 몸과 마음으로 투쟁할 수 없지만, 우리의 싸움을 정리하지 않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KTX 여승무원들은 조만간 회의를 통해 투쟁의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할 예정이다. 천막을 철거한 이 날 갓난아이를 데려온, 어느새 엄마가 된 2명의 KTX 여승무원도 보였다. 이들은 굵은 빗줄기 탓에 일찍 자리를 떴지만, 그들에게서 KTX에서 거리로 내몰린 후 투쟁을 이어갔던 907일이라는 시간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KTX 여승무원 정연홍 씨는 “예쁜 아가씨였던 동료들이 배가 부르고, 아이를 낳고, 돌이 지난 아이와 함께 투쟁현장에 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한편으로 안쓰럽다”며 “아이는 저렇게 커 가는데, 우리는 900일 동안 달라진 게 없어 답답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면서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얼마나 힘들고 방법이 없으면 70일을 굶을까 생각한다, 정말 안쓰럽다.”고 말했다.


배수진 씨는 “처음엔 우리 문제가 빨리 끝났으면 했는데, 이젠 진심으로 우리보다 기륭이 더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미선 지부장도 “마음이 무척 무겁다, 자본과 권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우리 노동자들이 더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73일째 단식을 벌이고 있는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은 이날 오후 입원해 있던 병원을 빠져나와 농성장이 있는 기륭전자 앞으로 돌아왔다.


21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하겠다는 기륭전자의 입장을 묵과할 수 없어서란다. 윤종희 조합원은 “회사가 형사고발 입장과 함께 조선일보를 통해 김 분회장을 ‘중소기업을 망하게 하는 사람’으로 매도했다”며 “돌아오겠다는 김 분회장을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