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청 소속 정보과 형사가 언론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특정인사의 동향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나 '민간인 사찰' 논란이 예상된다. ‘전북지방경찰청 정보과 종교담당 형사’라고 신분을 밝힌 최아무개 경위는 22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난 21일자에 게재된 ‘촛불사제 전종훈 신부의 원치 않은 안식년’ 제하의 기사를 거론하면서 “기사 잘 봤다. 문정현 신부의 발언이 나오던데 직접 통화하고 쓰신 것이냐”고 물었다.
▲ 촛불집회 관련 인권 침해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국제 엠네스티가 파견한 노마 강 무이코씨가 4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를 지켜본 뒤 단식농성중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찾아 문정현 신부와 얘기를 나눈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문 신부 어디 계시냐…승진 한번 해보려고”
기자가 ‘경찰이 직접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취재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에 나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하자 최 경위는 “문 신부가 건강 문제 때문에 최근 일본에 가 계신 걸로 아는데, 일본까지 직접 전화연결을 하신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또 전북 관내에 오셨는지, 최근 군산에 계신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어디 계신 건지 파악하기 위해 그런다.”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가 전북지역에 있든 해외에 있든, 경찰이 무슨 상관이냐”고 재차 따져 물으니 “신부님과 잘 아는 사이”라며 “천주교 신자로서 문 신부님에 대해 여러 가지로 궁금한 게 있어 전화를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에 “경찰의 이 같은 행위는 민간인 사찰에 해당한다”고 따져 묻자 “평소 우리 지역에서는 기자들과 보도내용을 서로 얘기하며 묻는 등 격의 없이 지내고 있다”며 “편하게 생각하고 전화했는데 아무래도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또 말을 뒤집었다.
▲ 8월 16일 종로 2가 사거리에서 경찰들이 정아무개(17)군을 연행해가며 방패로 취재진의 사진촬영을 막고 있다. 소속부대가 적혀 있지 않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행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르고 있다.(사진:오마이뉴스)
그는 또다시 전화를 걸어와 “경찰관 20년 인생에서 승진 한번 해보려고 이러는 것”이라며 “인간적으로 기사화는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 신부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 경찰 내에서의 승진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정부와 경찰 지도부가 공안정국을 조성하면 정보경찰들의 활동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가게 마련”이라며 “70~80년대 요시찰인물 사찰이 부활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직 경찰청 인권위원이기도 한 오 국장은 “경찰은 상부의 의도대로 움직인다”며 “아마도 경찰청 정보국을 통해 청와대까지 올라가는 정보보고서에 문정현 신부의 최근 동향 보고를 담으려고 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무엇보다 오 국장은 “정부와 경찰 지휘부가 공안정국 조성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에 일선 정보경찰들은 자가 발전의 필요성도 느꼈을 것”이라며 “새로운 내용의 정보보고가 쌓이면 승진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망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우발적이든 의도적이든 정보경찰이 기자에게 전화해서 정보를 얻고 사정을 봐주는 행위가 자행된다는 증거”라며 “이번 사건은 명백히 문정현 신부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또한 김 교수는 “경찰이 언론을 통해 문정현 신부 같은 사람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매우 걱정스러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하지만 나유인 전북경찰청 정보과장은 “개인적인 돌출행동”이라며 “전북도경 차원에서 지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나 과장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광화 경찰청 대변인도 “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며 “경찰청 차원에서 주요인물에 대한 주의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일 없다”고 밝혔으나 수시로 동향 보고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모른다면 ‘무능하다’고 찍혀 승진에서 탈락할 것이고. (오마이뉴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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