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인천타이거항공은 핫바지에 권총 찬 격

녹색세상 2008. 8. 23. 01:06
 

항공주권, 엄청난 가치 갖고 있는 하늘 고속도로


인천광역시가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사와 제휴하여 설립한 저가항공사 ‘인천타이거항공’의 실질적 지배자가 누구냐는 논란이 인천시와 일부 국내 항공사 간에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메이저 항공사들은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이라 단언하고 있다. 단일 주주로는 가장 많은 주식(49%)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인천시가 항공사 운영 경험이 전무 한 만큼 운항ㆍ정비ㆍ마케팅 등 실질적 경영을 타이거항공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부정적인 편견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인천시 산하 3개의 공사와 인천시 지분율(인천관광공사 20%, 인천도시개발공사 16.3%, 인천교통공사 12.3%, 인천시 2.4%)을 합하면 사실상 인천시가 51%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사회 구성에서도 전체 이사 5명 중 대표이사를 포함한 3명을 인천시가 추천하는 대한민국 국적의 인사가 맡도록 했고, 기업 경영ㆍ운항ㆍ정비ㆍ마케팅 등 기술적 노하우는 별개인 만큼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도 인천시가 지배자라고 맞서고 있다.

 

  ▲ 인천-타이거항공 설립 주주협약 체결식 (사진:인천시청)


 

이와 같은 논란은 비단 인천시와 일부 항공사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항공주권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항공법에서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이 항공사 주식의 2분의 1 이상을 소유하는 것은 물론 사실상 지배하는 것까지 굳이 명시해 금지한 이유다. 먼저 항공운송사업은 전쟁과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공군력으로 이용될 수 있다.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사전계획에 의거해 일부 운송수단이 군수물자나 병력 수송을 위해 동원된다.”고 말했다. 항공주권의 안보적 측면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항공주권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박기찬 인하대 교수는 “고속도로를 한 번 내려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지만, 하늘 고속도로는 그냥 쓰면 되는 만큼 항공노선이 갖는 가치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면서 “어느 나라든 항공운송사업에서 항공주권을 강조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외국인의 자국 내 항공시장 참여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33%까지, 중국은 동일인의 지분한도를 25%까지만 허용한다. 미국의 경우 외국 자본의 최대 허용 지분율은 49%지만, 의결권 있는 주식은 25% 미만으로 규제하고 있다.


“잘 되면 공기업 민영화에 역행, 잘 되지 않으면 혈세 낭비”

 

이와 관련하여 특히 눈여겨 볼만한 사례가 있다. 영국 ‘버진 애틀랜틱’ 항공사가 미국 국내선 운항을 위해 지분 25%를 출자해 설립한 ‘버진 아메리카’의 취항 허가 과정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모 기업이 경영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17개월 동안이나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결국 ‘버진 아메리카’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 영국 ‘버진 애틀랜틱’ 항공사와 자금 지원 등 금융상 모든 관계를 끊기로 합의해야 했다. 또한, 버진 그룹 회장에게 임명됐다는 이유로 최고경영자가 6개월 이내에 물러나야 하고, 버진 그룹이 확보하고 있는 지분 25%를 신탁해야 한다는 등 미국 정부의 최종 승인 조건도 감수해야 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해외 자본 참여 선호도에 따라 외국 항공사의 지분 참여율은 국가마다 다르다”면서 “그러나 자본주의체제의 꽃이라 볼 수 있는 미국에서도 그렇게 많은 시간과 조건을 걸어 운항을 승인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인천-타이거항공 설립 주주협약 체결식 (사진:인천시청)


그럼 국내 저가항공시장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한성항공이 2005년 8월에, 제주항공은 2006년 6월에 운항을 시작했다. 지난 7월에는 대한항공 ‘진에어’가 첫 비행을 시작했고, 아시아나항공도 10월에 ‘에어부산’  취항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국내 저가항공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저가항공시장의 해외 항공사 참여가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기찬 인하대 교수는 “ 직까지 한성항공이나 제주항공이 적자를 보고 있고, 항공사간 역할 분담이나 경쟁의 룰도 마련돼 있지 않아 상당한 출혈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서 “경쟁을 통해 국내 저가항공시장이 정착됐을 때, 외국 항공사의 국내 노선 진출을 허용해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박 교수는 인천타이거항공 설립 추진에 대해서도 상당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잘 되면 공기업 민영화 흐름에 역행하고, 거꾸로 잘 되지 않으면 혈세를 낭비하는 두 가지 딜레마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며 “나아가 중국 또는 일본과 직항 노선이 가능한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인천시와 비슷한 형식으로 항공사를 하겠다고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또한, 박 교수는 “영종도 등 신도시가 국제적으로 자리 잡았을 때 해도 충분한 일을 지금 인천시는 외자 유치 등의 명분만 강조하면서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핫바지에 권총 차는 격”이라며 “지금 올림픽이나 정권이 바뀌고 불거진 여러 이슈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 묻혀있다. 나중에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허가 문제나 국내 사업 파트 좀 도와주는 비즈니스 모델”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교수도 상당히 문제가 많은 사업이라고 전제하면서 “국내 항공사 구조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사업”이란 의견을 피력했다. 국회 행정안전위 관계자 역시 “갈수록 저가항공사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인천시가 너무 나간 것 아니냐”며 “시장 질서를 문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인천타이거항공’의 실질적 지배자가 누구냐는 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처럼 국가적인 문제에 대해 인천시가 얼마나 많은 검토와 고민을 했느냐다. 2007년도 국감에서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적법하게 보지 않는다는 한나라당 허천 의원의 문제 제기에 안상수 인천시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경영을 하는 것은 타이거항공하고… 말하자면 지금 이미 항공사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 지분참여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지분참여는 타이거항공사 측에서 요구하는 상황으로, 말하자면 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로컬 파트너가 있어야 되겠다. 그런데 그 파트너를 시나 공공성 있는 기관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하는 요구가 있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또한, 안 시장은 “운영이나 이런 것은 이미 지금 경영을 잘 하고 있는 타이거항공을 통해서 하되, 국내 여러 가지 인허가 문제라든지 국내 사업 파트를 좀 도와주는 그런 비즈니스 모델”이란 말로 인천시 역할을 스스로 국한시켰다. “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로컬 파트너”를 자임한 ‘인천시 수장’의 문제의식이 어느 정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가 전략도 서 있지 않은데 너무 앞서 가”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기본적으로 독점에 따른 폐해가 우려되거나 구조적으로 거대한 자본이 들어가서 국가의 정책적 필요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공기업인데, 이런 문제를 수익성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면서 “인천시가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려고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남근 변호사도 “국가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을 이제까지 인천시가 나름대로 하겠다고 100억, 200억 등 쓸데없이 돈만 쏟아 부었던 사례들이 적지 않은데,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었느냐”라며 “국가 전략도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닌 가 우려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현재 이명박 정부는 공공성이 강한 분야의 공기업들을 민영화를 통해 시장에 그대로 맡기려 하고 있는데, 더욱 황당한 것은 일부 지방에서 민간기업이 활성화돼 있는 분야에 억지로 공기업을 만들어 참가하려는 것”이라며 “인천시의 이상한 작태에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탕 해 뭔가 업적을 남기려는 안상수 인천시장의 억지는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