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올림픽에 묻혀 버릴 정국 현안

녹색세상 2008. 8. 20. 21:01
 

촛불 정국에 밀려 주춤하던 이명박 정권의 ‘전리품 처리’가 YTN방송 사징 임명 강행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군대도 기피한 인간이 무슨 낙하산을 그리도 좋아하는지 곳곳에 낙하산 부대 투입이다.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원한 때문인지 ‘총선낙선자 등용 불가’부터 무너뜨리며 낙선자 측근 기용을 시작으로 노골화 되고 있다. ‘시중꾼 중의 최고’인 최시중을 방송위원자에 무리하게 앉히더니 ‘좌빨기관장 나가라’며 ‘문화계엄사령관’을 자처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총대를 메고 정지 작업을 시작했다. 법적으로 보장한 임기는 어디론가 사라진지 오래고 오로지 ‘2mb를 향한 일편단심’만 있을 뿐이다. 도둑질도 적당히 해야 표시가 안 나건만 초반부터 설치더니 곳곳에 탈이 나 대통령의 사촌 처형의 ‘공천장사’ 비리와 대통령의 측근인 ‘맹형규과 공성진’이 얽힌 ‘유한열 판 군납비리’ 사건이 터졌다.

 

          8월 18일 경향신문 만평


측근의 대형사고가 터지자 앞에 벌어진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 뇌물 비리는 묻고 간다. 거기에다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의 ‘3S정책’을 방불케 하는 ‘올림픽 중계 도배’는 각종 현안과 ‘비리3관왕’을 묻어 버렸다.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는 젊은 네티즌들을 ‘올림픽통제’로 막을 수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노무현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 가며 서서히 작업을 벌이고 사표 낸 자리부터 채워 나갔지 처음부터 무리하게 ‘낙하산투입’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해도 한나라당은 입만 열만 ‘코드인사’라며 거품 물때는 언제고 노골적인 측근 챙기기에 급급하다.


보건의료 용어 하나 제대로 모르는 정형근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앉힌 건 차치하더라도 각종 뇌물 비리 사건을 뭐라 변명할지 모를 일이다. 몸통을 그냥 두고 꼬리 자르기만 처음부터 시작되었으니 굳이 물어 볼 필요조차 없다. 권력의 눈치 보기에 선수인 검찰이 알아서 기다 못해 입맛에 맞게 칼질 해 요리까지 해 갖다 바치는데 슨 고민이 필요하겠는가? 지난 시절 정권이 바뀌면 고개 쳐들고 대통령과 ‘마짱’도 불사하던 평검사들의 기개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라 굳이 기대하지도 않는다. 방송 쿠데타는 올림픽 시기를 맞춘 치밀란 작전이었음이 드러났다. 올림픽 기간에 방송중단과 같은 제작진들의 단체행동이 없을 것이란 걸 노린 것이다. 얼마나 많은 것을 묻고 갈지 모르겠다. 드러난 게 ‘비리3관왕’인데 꿀꺽 받아먹은 대형사고가 얼마나 더 터질지 곳곳이 지뢰밭이다.


‘최강 라인’이라고 자랑한 경제 정책 실패의 책임을 장관인 강만수에게 묻지 않고 차관인 최중경에게 묻는 것 같더니 뒤로는 해외 기관장으로 내 보내는 꼼수를 많이 두어 정몽준까지도 ‘알 수 없다’고 난리다. 고유가는 재벌의 아가리를 즐겁게 하고 배만 가득 채운 고환율 정책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다. 시늉이라도 내려면 책임자인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게 상식이다. 전과 14범에게 무슨 상식이 통하겠는가 마는 국정을 운영하겠다면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선에서 처리를 해야 설득력이 있다. 초등학생들 조차 노래 한곡 저장도 안 되는 ‘2mb’라고 대통령을 부르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아무리 ‘무식이 용감’이라고 하지만 단순무식의 후유증은 대가 엄청나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올림픽중계도배’로 덮는 것은 미봉책일 뿐 불씨는 여전히 곳곳에 살아 있다.


취임한지 겨우 100일 된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오만방자함에 맞서 100일 넘게 촛불을 들고 평화적으로 싸운 국민들의 저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올림픽에 정국 현안을 묻어 버리려는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헌법 제1조’에 명시한 대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촛불의 불씨는 죽지 않고 살아 있어 언제 다시 활화산처럼 타 오를지 모름을 알아야 한다. 책 안의 활자가 아닌 ‘거리의 민주주의’를 장기간에 걸쳐 집단적으로 학습한 ‘집단지성’의 힘을 얕잡아 보다간 큰 코 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