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물 먹고도 정신 못 차리는 운동선수들

녹색세상 2008. 7. 16. 17:40

 

광우병반대대책회의’ 주최로 ‘촛불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가 있다고 해서 늦게 참석을 했다. 토론회장에 들어서려는데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운동선수’들만 앉아 있어 실망을 했으나 바로 나갈 수는 없어 앉아 있었다. 20대 후반의 청년 한둘을 제외하고는 예전의 ‘예전의 관성에 전어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야 들어서 뻔한 내용이지만 혹시나 싶어 듣고 있었지만 역시나 ‘2008년 광우병정국’이 가져온 사회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 휴식시간을 틈타 빠져 나왔다.

 

지금까지 투쟁의 현장에 함께 한 그들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인터넷이 가져온 새로운 공동체’를 너무 몰라 안타깝기 그지없다. 급변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최소한 분위기라도 읽고 이해하려면 인터넷에 접속해 ‘판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가’를 봐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런데 선수들은 기존의 관성에 젖어 이미 바뀐 분위기를 읽으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주말에 서울 집회에 서너 번은 갖다 와야 달라진 문화를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아니면 일주일 정도 출장 시위라도 하고 오던지.

 

무엇보다 컴퓨터 자판에 익숙지 않으니 그 때 떠오르는 걸 올릴 능력이 안 된다. 안 되면 적응이라도 하려고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역전의 용사’라는 향수에 푹 젖어 헤어나지 않으려 한다. 그야말로 껍데기만 진보일 뿐 머리와 가슴을 비롯한 속은 전혀 진보가 아니다. 이런 부류들이 경력을 팔아 앉아 있으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과거의 향수에 젖어 앞을 향한 문을 전혀 열지 않고 있으니 진보를 할리 만무하다. 평론가 진중권의 말처럼 ‘키보드 좌파’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하는 자칭 활동가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사진이나 그림을 편집하는 ‘포토샵’은 안 되도 간단히 수정하는 정도는 알아야 자기 글에 맞는 사진이라도 올릴 텐데 아예 배울 생각조차 하지 않는 ‘애늙은이’들이 감투를 쓰고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인터넷의 특성상 그 때 올라오는 글이나 기사에 대한 비평이나 반박을 하려면 몇 자 적어 바로 자판을 두들겨야 하는데 그런 기본이 안 되니 애당초 예선 탈락이다. 그렇다고 사진을 잘 찍어 글 대신 사진으로라도 응답이 가능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도 하지 않으니 더 문제다.


 

 

 

모르면 배우려는 자세라도 있어야 하건만 그러지 않으면서 ‘평가와 훈수’만 두면서 몸빵 조차 하지 않으니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인지 촛불집회에 나와 본 시민들은 이미 안다. ‘대중들로부터 배운다’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은 경력을 들먹이며 깔아뭉개려는 꼴불견들에 의해 무너지기 십상이다. ‘엄마 죄송해요. 쥐박이 잡으러 왔어요.’라는 10대 소녀들의 팻말과 ‘방학이다 명박이는 각오해라’는 재치 발랄한 청소년들로부터 배울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무늬만 진보’일 뿐 앞을 향해 나아가는 ‘열린 진보’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10대와 20대들에게 전해줘야 할 게 없는 것은 아니다. 예전처럼 치열하게 학습하지 않는 그들에게 감성의 토대를 보다 굳건히 할 공부꺼리를 주되, 그들의 기발하기 그지없는 즉흥적이며 감동을 주는 감성은 기성세대가 배워야 한다. 문자를 쓴다면 ‘젊은이와 기성세대의 상호침투와 교류’가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면 먼저 아는 사람이 시작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라도 먼저 경험하고 배운 자들이 나서야지 모르는 사람에게 ‘따라오라’고만 하면 소통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