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촛불집회가 ‘지역 상권을 죽인다’는 궤변에 대해

녹색세상 2008. 7. 3. 17:47

문화계엄 사령관을 자처하며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문화기관장들을 싸그리 몰아내는 만행을 저지른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촛불을 끄고 집으로 가라’며 감히 훈수를 두었습니다. 이 나라의 주인이요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들을 향해 지껄인 정신 나간 헛소리이기에 대꾸할 필요조차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유인촌 씨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명시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부터 먼저 공부해야할 ‘함량미달 장관’임에 분명한 것 같습니다. 유인촌 씨야 그렇다 치고 난데없이 ‘음식업중앙회’한 곳에서 ‘촛불집회가 지역 상권을 죽인다’는 어이없는 궤변을 늘어놓아 웃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모인 곳의 가게나 편의점은 발 디딜 틈이 없어 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구경도 안 한 것 같습니다. 포장마차는 연일 장사진들 이루고 있고, 특히 주말이면 주변 식당과 술집은 손님으로 가득 차 ‘만원사례’인 것도 모르면서 무슨 ‘음식업중앙회’에 앉아 있는지 그들의 자질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말 대백 앞 촛불집회에 모인 4천여명의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마친 후 시민들은 주변 식당을 찾아가 뒤풀이를 한다.


물대포에 맞은 시민들이 씻거나 잠시 쉬러가는 사우나와 찜질방은 미어 터질 정도라 이 불경기에 난데없는 호황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서울시청과 종각역으로 향하는 승객들 때문에 지하철은 연일 만원이라 서울지하철공사의 매출 또한 상당히 올랐을 겁니다. ‘조종동은 쓰레기’라 ‘커는 아디들이 보면 안 된다’며 사서 깔고 앉았다가 찢어 버리는 바람에 가판대의 ‘조중동’ 또한 연일 불티가 나며, 주말이나 공휴일 전 날은 구하기조차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다 수시로 경찰이 서울 시내 곳곳을 원천 봉쇄 하거나 ‘명박산성’을 쌓는 바람에 승용차가 다니지 않아 서울 도심의 공기가 맑아져 60여일 넘게 쾌적한 환경에서 시민들이 지내고 있으니 촛불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환경보호’까지 하면서 건강을 지켜주고 ‘거리의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은 대중교통망 확보와 시민들의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 일만 하면 되지 주인에게 아무런 통보조차 하지 않고 남의 물건인 천막을 함부로 철거하지 않기를 엄중경고 합니다.


대구의 경우 주말이면 수 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 촛불문화제를 하는 바람에 주변의 노점상들은 연일 웃음꽃이 만발하고 있습니다. 인근의 편의점은 불티나게 장사가 잘 되고 식당과 술집도 밤늦도록 손님들이 가득차 있습니다. 시피커 소리 때문에 조금 시끄럽다는 것 말고는 오히려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죠. 특히 ‘6.10항쟁기념촛불집회’ 때는 한일극장과 대백 인근 가게와 식당, 포장마차는 그야말로 ‘대박’이었습니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촛불을 보고 반성했다’던 이명박이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장관고시 수정안 관보게재 후 모여든 시민들로 인해 집회 장소인 대백주변은 왁자지껄합니다. 단골식당도 늦으면 들어갈 곳이 없을 정도인데 왜 ‘촛불이 지역 상권을 죽인다’도 헛  소리를 하는지 모을 일입니다. 대구 중심가인 반월당과 대백주변 식당과 막걸리집의 주인들은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으니 현장 실사를 위해 출장을 와야 할 것 같습니다.

 

  ▲ ‘6.10항쟁기념촛불문화제’에는 1만명 가까운 시민들이 한일극장 앞 도로를 가득 메웠다. 이날 주변 상가는 ‘대박’이었다.


 

최근 한나라당사까지 수 백명의 시민들이 가서 항의해 주말 늦은 시간에 조용해 파리만 날리던 주변 식당에 손님들이 버글거립니다. 한나라당사가 있는 수성구 범어동 인근은 주말이면 거의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동네’인데 항의하러 간 촛불들 덕분에 조금 왁자지껄하죠. 시간이 늦어 택시 타고 사는 사람들 덕분에 택시 운전하는 분들의 얼굴도 조금은 밝아졌고요. 아마 서울은 장거리 손님들이 많아 제법 짭짤하리라 봅니다. 촛불은 결코 민생을 외면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뒤풀이를 해도 비싼 술집이 아닌 허름한 막걸리집에 가서 하고, 여럿이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을 찾으니 손님이 없어 한숨만 쉬던 식당주인들은 어느 새 단골이 생길 정도가 되었습니다. 비싼 술 마시고 좋은 음식 먹는 사람들은 촛불집회에 아예 안 나오니 지역 역제와는 애당초 거리가 먼 셈이죠. 촛불은 손님이 없어 걱정하던 식당과 막걸리집을 살렸지 결코 죽이지 않았습니다.


주말은 끈질기게 이명박에게 항의하고 평일은 반가운 얼굴들끼리 뒤풀이 하는 맛에 촛불을 드는 시민들이 많음을 알아야 합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문화제라 다양한 공연과 즐거움이 함께 하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죠. 연인들이 청춘사업에도 기여하고 10대 청소년들에게는 살아 있는 ‘민주주의 학습’의 기회도 제공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문화 공연의 기회와 자유발언을 통해 자신의 의사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도 주니 ‘시민교육’의 공간이니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요? ‘소탐대실’이라고 ‘소고기를 탐하다 대통령이 실각’할 위기만 남았을 뿐이지 촛불은 지역 상권을 활성화 시켰고,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대구도 주말 저녁에는 어느 곳에 교통이 막힐지 몰라 차를 집에 두고 대중교통 이용을 증가시켰으니 기름값 비싼 요즘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현장 구경도 한 번 하지 않고 ‘촛불이 지역 상권을 죽인다’는 정신 나간 소리는 이제 그만 하는 게 만수무강에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