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친구란 이름의 강요

녹색세상 2008. 6. 22. 08:41
 

사랑은 약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약자의 편에 서서 함께 하는 것’이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알다시피 소수자나 약자를 누가 건드리면 그냥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행동은 취해야 직성이 풀리죠. 혈기가 넘치던 청년시절 ‘약한 사람들 돕는 게 사랑’으로 잘못 알고 도와주려고만 했습니다. 99년 5월 13일 첫 사고를 당한 후 ‘서로 사랑하자’고 약속한 사람이 그냥 있어만 줘도 좋았는데 그러지 않아 섭섭함을 넘어 분노에 가득차곤 했습니다. 집에 기르는 짐승이 아파도 돌보는 게 사람의 정리이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사고 당한 환자를 외면하더군요. 그 후 헤어진 아이 때문에 가슴 아파할 때 신부인 후배와 목사인 선배가 넋두리 많이 들어주었습니다. 다른 것 없이 그저 같이 아파해 줬습니다. 술에 취한 하소연을 수 없이 들어준 그 분들 덕분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넋두리와 하소연을 들어주며 옆에 있었을 뿐 도와주려 하지 않는 그 분들을 보면서 ‘사랑은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선배의 부인은 ‘희용씨, 낳은 정이 더 무섭죠’라며 같이 아파해 주셨는데 그 사랑을 잊을 수 없습니다.

 

▲ 6.10일 한일극장 앞 도로에서 있은 6.10민주항쟁 기념 촛불문화제는 목사ㆍ신부를 비롯해 1만여명의 시민들이 벌인 자발적인 축제한마당의 한 장면.


체육대회 때 어느 친구가 ‘남들이 맞다면 맞는 거야. 넌 틀렸다’고 다짜고짜 말하기에 “표현이 심하다. 나를 인정만 해 주면 좋겠다”고 사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다 “영어 할 줄 아는 이명박은 너 보다 똑똑해”라는 말까지 덤으로 던지는데 내 가슴에는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친구니까 이런 말 한다”는 그 말에 더 놀랐습니다. 분명히 윤희용의 실체와 가는 길을 인정해 주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말이나 글을 통해 생각을 밝혔을지언정 강요나 강압적인 표현을 한 적이 없는데 내가 왜 친구란 이름으로 강요를 받고 전향까지 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혀 밑에 도끼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은 잘 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기에 조심하라는 속담으로 이해합니다. ‘강요는 또 하나의 폭력’입니다. 남을 때리는 게 싫기에 맞는 것 역시 싫어합니다. 윤희용이 하는 짓이 꼴 보기 싫어 인정해 주기조차 싫으면 그냥 두지 친구의 이름을 붙여 두들겨 패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 주말이면 대백 앞에서 3~4천 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노래도 부르고 자기 얘기도 하는 문화제가 열린다.


세상이 엄청나게 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토론과 논쟁이 수시로 벌어지고, 시위현장에서 락밴드 공연을 하고 노래도 부르며 노는 게 2008년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6월 10일 서울 시청 앞에서는 수십만 명의 관중 앞에서 가수 양희은 씨는 자신이 30년 넘게 부른 ‘아침이슬’을 불렀고, 안치환 씨 역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르면 ‘라이브콘서트’를 합니다. 예전처럼 엄숙하고 결연하지 않은 축제의 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영화배우 문소리 씨도 수십만 명 앞에서 ‘광우병 위험 쇠고기는 안 된다’며 자신의 견해를 밝힐 정도로 세월이 엄청나게 변했습니다. 대구도 주말이면 대백 앞에서 한판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린 초등학생부터 10대와 70대 어르신들까지 나와 같이 즐기고 직접 노래 부르고 자기 생각을 밝히기도 합니다. 서울만큼의 역동성은 없겠지만 분위기가 확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6.10항쟁기념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때는 87년 이후 가장 많은 7~8천 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한판 축제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요즘도 주말이면 수천 명의 시민들이 즐기면서 자신의 생각을 대중들 앞에서 말하는 새로운 문화의 공간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내 얼굴 보고 싶은 사람은 주말에 대백 앞에 와서 찾으면 될 것 같습니다. ^^ 기분 좋은 자리라 어색해지기 싫어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상처 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근로복지공단과의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후 기운도 빠져 있는데 한 방 얻어맞고 나니 얼떨떨하더구만요. 내가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출마해도 그런 소리 할지 의문을 갖는다면 너무 속 좁은 생각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