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촛불집회, 10대로부터 배우고 대중을 섬겨라.

녹색세상 2008. 6. 20. 08:46

 

 

 

이명박이 캠프데이비 산장 숙박료로 광우병위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에 서명을 하고, 거기에다 검역 주권까지 아낌없이 포기하고 온 후 ‘이명박 탄핵서명’이 누리망(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 분노한 시민들이 급기야는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효선ㆍ미순이 사건도 한 누리꾼(네티즌)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누리망을 통해 언제든지 정보를 주고받는 10대들의 제안이 급기야는 ‘전 국민항쟁’으로 타 올랐다. 시위나 집회라면 한 가락하는 ‘운동선수’들은 물 먹은 정도가 아니라 뒤통수를 두들겨 맞았다. 시민들이 쏟아지자 ‘광우병쇠고기반대 대책회의’가 꾸려지고 부랴부랴 뒤따라가기에 급급했다. 효선ㆍ미순이 사건 때는 대책회의의 지도나 통제라는 게 일정 부분 먹혀 들어갔으나 이번 광우병쇠고기 파동은 완전 딴판이다. 깃발을 들고 나왔다가는 욕먹고, 근엄하게 폼 잡으며 ‘투쟁’을 외치다간 ‘내려와라’며 난리가 난다. 전문가들의 분석이 다양하지만 이제 ‘운동선수’들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증명되었다.


유모차에 아이 태우고 온 엄마들부터 가족들이 나들이 삼아 나오는 등 자발적인 시민들이 민주노총이나 각 부문운동의 조직력을 압도적으로 능가해 ‘조직동원’이란 말이 유행이 지난 옛 노래가 되고 말았다. 진보정당 역시 별로 할 게 없어 옆에서 같이 놀면서 거들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 진보신당은 ‘인권지킴이’를 자처해 연행된 시민들을 접견하고, 서울시청 앞에 ‘진보신다방’을 열어 물과 김밥을 제공하면서 섬기는 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시위문화의 다양성’과 근엄하거나 엄숙하지 않고 ‘재미있는 집회’를 말할 때 준비라도 해 두었으면 최소한 뒤통수 맞지는 않았을 텐데 예전처럼 정해진 틀의 구호와 몸짓, 악을 쓰는 운동권 사투리를 고집하다 물 먹는 걸 자초했다. 익사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봐야 한다.

 

 

각자 만들어 온 손팻말의 구호는 기발하기 그지없다. ‘앞에 서면 선동세력, 뒤에 서면 배후세력, 가운데 서면 중심세력, 옆에 서면 동조세력’이란 팻말을 보고 웃음도 나면서 비유의 달인이라는 노회찬의 8분 연설을 완전 압축한 신선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0교시 부활에 보충수업에다 심야학원 수강 허용’에 열 받은 고등학생들은 ‘야 2mb, 잠 좀 자자’며 이명박 식 무한 경쟁 교육 정책을 몇 단어로 정리해 버렸다. 우리 같으면 ‘노무현 정권 이후부터 시작된 교육 정책의 문제점과 이명박의 ’학교 학원화‘를 설명해야 되는데 10대들은 한 줄로 조롱과 야유를 날리고 있다. ’젊은 사람들로부터 배우라‘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지금까지 유치환의 ’청춘예찬‘이 국어교과서에 나오고, ‘윤리’란 이름의 기존 질서를 주입해도 저런데 만일 프랑스처럼 ‘철학’을 가르치고 보충수업과 강제야자를 없애 하고 싶은 것 하게 놔둔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해 본다. 아마도 세상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10대들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수준에서 그들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운동선수들도 걸핏하면 떠드는 허풍투성이의 ‘총파업투쟁’은 이제 접고 이름 없이 거리로 나와 ‘미친 소는 너나 처먹어라’고 외치다 ‘청와대로 가자’며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대중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대구의 경우 6.10항쟁 기념 촛불집회에 조직 동원은 1/4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반성하고 정신 차리지 않으면 외면당하는 길 말고는 없다. 실연의 아픔을 당하지 않으려면 변하거나 최소한 상대의 말을 들어야 한다. “조금씩 나오지 않고 한꺼번에 터진 것은 은총”이라고 말씀하신 한완상 박사의 말씀처럼 끝도 없이 솟구쳐 오른 대중들의 분노를 어떻게 조직화해 계속 이어지도록 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이젠 명함 버리고 겸허한 자세로 불이 꺼지지 않도록 시민들의 옆과 뒤에서 함께 해야 한다. 끈질긴 놈이 이기지 주먹 좀 세다고 이기지 못한다. 10대들에게 배우고 대중을 섬기는 자세를 취할 때 몸으로 학습한 시민들은 자신들을 섬긴 선수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음을 믿는다. 10대들에게 배우고 대중을 섬기는 것만이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