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이명박에게 요구할 것과 줄 선물은?

녹색세상 2008. 6. 19. 18:16

‘장관고시 철회하고 재협상 실시하라’는 구호가 나오더니 어느 새 ‘청와대로 가자’는 말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4.19혁명 이후 시민들이 청와대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백악관 담을 넘고, 영국 수상관전에 도둑이 든 것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최고경영자를 자처하며 ‘모든 권력의 주체요 주인’인 국민을 사원 취급한 이명박으로서는 엄청나게 자존심 상했음에 분명했을 것이다. 군 병력을 동원해 광화문 근처부터 얼씬도 못하도록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겠지만 세월이 너무 많이 그러지 못하니 심장도 많이 상할 것 같다. 경복궁에 30경비단이 주둔하던 시절 이라면 ‘특정지역경비’를 들먹여 무장 병력이라도 배치했겠지만 김영삼 정권 때 청와대 부근에는 군 병력이 얼씬도 못하게 해 놓았으니 명박으로서는 유혹만 받을 뿐 갑갑하기 그지없다. 만만한 게 뭐라고 ‘대테러 집압’이 주 임무인 경찰 특공대를 로마병정처럼 무장 시켜 맨 몸인 시민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 6.10일 광화문 사거리에 쌓은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에 시민이 붙인 대통령 해고 통지서.


‘한국국민이 과학을 좀 배우라’며 주한 미국 총독처럼 시건방을 넘어 내정간섭까지 한 버시바우 미국 대사에게는 찍소리도 못한 쥐박이가 국민을 섬기기는커녕 방패로 찍고 물대포를 쏘고 군화발로 짓밟았다. 대한민국의 인권은 8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로 되돌아갔다. 국제앰네스티로 부터 ‘한국의 집시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경고까지 받는 등 국제적인 망신까지 당하고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재협상은 없다’면서 버틴다. 그러나 우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에 있는 대로 당당하게 ‘재협상’을 하던지 아니면 대통령을 그만 두던지 선택하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다. 탄핵시킨다고 해서 대안이 있는 게 아니라 갑갑하기 그지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헌법에 명시된 ‘저항권’이 분명 살아 있음을 본때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6.10 항쟁 기념 촛불집회를 막기 위해 컨테이너를 겹겹이 쌓아 용접으로 하고 피막이 두꺼운 그리스유를 발라 ‘명박산성’을 만들어 국민과의 소통을 철저히 거부했다. 이런 이명박에게 줄 선물을 ‘대통령해고통지서’ 말고는 없다. 끝없이 용솟음치는 국민들의 저항을 보면서도 정신 못 차리는 놈에게 주인인 국민이 줄 최고의 선물이야 말로 ‘해고통지서’는 최고의 선물이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폭력 근성이 몸에 젖어 ‘갑호비상경계령’을 내려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어청수에게는 ‘즉각파면’을 내용 증명으로 보내고. 경찰이 국민을 섬기는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쇠파이프로 둔갑시킨 조폭 두목에게 ‘파면’ 말고는 줄 게 없다. 파면 후 특별검사를 선정해 ‘직권남용혐의’로 구속수사까지 하면 마무리가 될 것 같다.


누리꾼들이 ‘포졸청수’라 부르는 어청수의 과잉 충성 덕분에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10년은 물 건너갔다. 분명한 자업자득이다. 군대는 양심선언한 장교도 있는데 경찰은 ‘전경에서 육군으로 보내달라’는 젊은이 한 명 뿐이다. 지휘관들의 부당한 업무지시는 거부해야 하는 게 ‘국민의 경찰’이 할 일이다. 공무원들이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권력의 공무원’이 아닌 ‘국민을 섬기는 공무원’으로 일하기 위해 ‘경부 운하와 광우병 쇠고기 관련 업무’ 거부를 선언했다. 경찰공무원들은 본받아야 할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한 폭력진압은 경찰의 업무가 아니다’고 선언하고 소송이라도 걸 용감한 경찰공무원들이 나올 때 국민들을 뜨거운 박수를 보낼 것이며, 경찰이 결코 권력의 졸개가 아님을 믿고 경찰이 그렇게도 원하는 수사권 독립을 지지 할 것이다. 참 갑갑하기 그지없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먹고 사는 사람답게 권력의 머슴이 아닌 ‘국민의 경찰’로 거듭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촛불집회가 연이어 계속되는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