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체면이 법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경찰 내에서도 5.18 진압명령을 거부한 도경국장(현 지방경찰청장)도 있었다”고 현직 경찰공무원이 말했다. 그럼 되물어 보자. 왜 2008년 6월에는 그런 경찰관이 단 한 명도 없는가? 1980년 전두환 군사정권보다 지금의 이명박 정부가 더 악랄한 독재정권이란 말인가?
국방의 의무를 위해 육군에 입대를 했는데 시위진압이 주 임무인 전경으로 차출되어 “내가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전경으로 복무하기 힘들어 전경으로의 전환복무를 해제하고 육군에서 남은 복무기간을 이행하도록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최근에는 촛불집회와 관련해 상관으로부터 포털사이트에 경찰에 불리한 내용을 발견하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간절히 요청한 한 젊은이에게 2008년의 대한민국 경찰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부터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보호’라는 미명 하에 격리시켜 가족과 변호인 말고는 면회를 금지 시켜놓은 게 경찰이 해야 할 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앞날이 수백 만리 같은 한 젊은이의 정당한 요구에 ‘법적으로 검토해 당신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당당하게 대처하지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어 한다.
예전 군사독재정권시절에도 ‘턱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라고 처음에는 ‘거짓말’이라고 하다가 사실이 밝혀지면 위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지금은 여성의 얼굴을 방패로 찍고, 여대생을 군홧발로 밟고 방패로 시민들을 찍는 전경들이 있어도 “업무수행 중 불법행위는 구별해야 한다”는 다소 황당한 말만 난무하고,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겨우 한다는 소리가 “해당 전경만 찾아 구속한다”는 것뿐이고 지휘선에 있는 사람들은 책임지는 모습이 전혀 없다. 피해 여대생은 “가해 전경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용서할 용의가 있다. 전경의 처벌을 원하는 게 아니라 지휘관들의 처벌을 원한다”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힐 정도로 2008년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 수준은 경찰보다 높다.
▲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반대 72시간 릴레이 농성 나흘째인 6월 8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밤을 새워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시민이 진압 경찰의 가슴에 꽃을 달아주고 있다. (사진: 오마이뉴스)
작년 이랜드노동자들이 매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할 때 경찰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마저 끌어냈다. 그것도 여성인 심상정 의원을 남자들이 달려들어 윗옷이 벗겨지도록 강압적으로 끌어냈다. 1960년 일본 경찰청장처럼 “국회에 난입한 시위대 몰아내라”는 수상의 명령에도 굴하지 않고 “수상 당신이 잘못해서 그런다”며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경찰청장이 2008년 대한민국에는 없다는 것이 현실임을 경찰공무원들은 알아야 한다. 우리 경찰청에도 28년 전에는 그런 사람도 있었다며 경찰이 지금 추억에만 잠겨서는 안 된다. 진정 경찰을 사랑하고 5.18진압명령에 거부하는 그 선배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촛불 든 시민들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경찰이 민주경찰이고 시민의 경찰이다. 경찰은 결코 권력의 졸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강압적으로 진압한 덕분에 경찰이 얻은 것은 ‘권력의 영원한 하수인’이란 치욕과 향후 10여 년은 물 건너 간 ‘수사권 독립’임을 알아야 한다.
참다못한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지난 11일에는 연세대학 교수 156명 교수들도 시국선언을 했으며, 여기에는 헌법 전광석 교수, 이종수 교수, 김종철 교수, 행정법 김성수 교수 형법 전지연 교수 등이 참여하여 “촛불집회는 평화적 집회이다, 헌법에 명시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지금 경찰은 부정할지 모르지만, 지금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청와대 앞 100미터까지 시위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을 위반해 가면서 경찰의 자의적인 해석을 통한 최종 저지선을 청운사무소까지로 정한 것부터가 불법이다. 경찰이 법을 어기면서 무슨 합법을 운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경찰의 그 꼴난 체면보다 국민의 ‘의사 표시 권리가 더 중요하고 값어치 있다’는 것 부터 알아야 한다. 경찰을 먹여 살리는 게 국민임을 안다면 ‘진압대상’이 아닌 섬기고 받들어야할 주인이란 인식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 경찰의 기본 임무가 잘못을 저지른 ‘권력보호’가 아닌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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