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던 한 학생은 “저녁을 먹고 조별 모임에서 일부 남학생들은 (선배들한테) 구타를 당했고, 여학생들은 ‘좌우로 굴러’ 등의 얼차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음대 관계자는 “물가에서 조를 나눠 즐겁게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의 일부였고, 이를 얼차려로 받아들이는 학생은 없었을 것”이라며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으나 구타가 있었을리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학교 성악과의 한 학생은 “얼차려 현장이 보도된 뒤 학과 차원에서 제보자를 색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하어영 기자)
▲ 한겨레신문에 보도되었던 6월 17일 강의실에서 연세대 음대성악과 학생들이 선배들로 부터 얼차려를 받는 장면.(사진:한겨레신문)
저는 위의 기사가 거짓이길 간절히 기도하는 나이 쉰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한 사람입니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은 군대를 갔다 온 자식이 있거나 대부분 갓 입학한 대학생 자식들 두고 있습니다.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대학가에서 폭력으로 후배들을 다스리려고 하는지 정말 한심합니다. 더 놀란 것은 “물가에서 조를 나눠 즐겁게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의 일부였고, 이를 얼차려로 받아들이는 학생은 없었을 것”이라며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으나 구타가 있었을리는 없다”고 답한 음대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대학에서 성인인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로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빨리 알아 보겠다”고 말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제 눈을 의심하면서 “저런 교수들 밑에서 공부하니 폭력이 난무하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폭력 사건이 한겨레신문을 통해 보도된 후 “얼차려 현장이 보도된 뒤 학과 차원에서 제보자를 색출하고 있다”는 기사는 제 가슴을 더 놀라게 했습니다. 마치 내부비리 고발자 색출작전을 방불케 하는 게 지성의 전당인 연세대학교 음대 성악과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그 동네는 21세기가 아닌 군사독재 정권 때인 70년대 유신시절에서 역사의 시계가 늘 멈추어 있는 가 봅니다. 저는 유신시절인 197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학창시절 중고등학교에서 ‘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선도부장을 했습니다. 복장위반이나 걸리는 게 있으면 ‘생활지도’란 이름으로 봉걸래 자루가 부러질 정도로 후배들을 두들겨 팬 장본인이지만 대학을 다니며 세상을 눈을 뜨면서 ‘폭력’은 정말 나쁜 것이란 사실을 깨닫기 시작해 고등학교 동아리 후배들에게 ‘우린 폭력은 절대 안 된다’며 강조를 했습니다. 같은 고등학생들 끼리 있었던 사소한 폭력이야 선배들 눈으로 직접보지 못했기에 잘 모르지만 적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폭력은 없었습니다. 수련회를 가도 선후배들이 같이 뛰며 땀 흘리는 등 ‘함께하는 모습’은 보여 줬지만 폭력과 같은 비인간적인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남녀공학인 모 국립대사대부중에 다닐 때는 아무리 위반을 해도 여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같은 여학생들에게 넘겨 훈계 듣는 정도로 넘어가곤 했는데 연세대학교 성악과는 여성들에게 조차 폭력을 휘두른다고 하니 과히 ‘폭력의 천국’임에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휘두르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성폭력’임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금 연세대학교 성악과는 ‘성폭력’이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곳이란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면 폭력 재발은 결코 막을 수 없습니다. ‘내부비리고발자 보호법’을 만들자고 하는 세상에 ‘학과 차원에서 제보자 색출’을 하고 있다니 이것 또한 웃기는 게 아니라 상상을 초월한 또 하나의 폭력을 자행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연세대 성악과 교수님들에게 간절히 호소합니다.
아직도 예전의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이라며 폭력이 난무하던 시절을 추억으로 회상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저도 동문체육대회 가면 “형님한테 많이 당했다”며 술잔을 나누며 떠 올리는 후배들을 볼 때 마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뿐입니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연일 촛불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도 시민들은 오직 ‘비폭력’을 외칩니다. 젊은 예비군들이 경찰을 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이나 어린 동생 같은 10대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 그냥 얻어맞고 있는 게 2008년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경찰의 물대포에 ‘온수를 달라’며 조롱과 야유를 보낸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학생들의 폭력을 눈감는다면 여러분들은 학생들을 지도할 자격이 없는 지식기능인에 불과합니다. 점호 전에 맞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잔 군대에도 폭력을 강력하게 처벌하는데 대학에서 묵인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임을 분명히 아셔야 합니다. 학생들의 어떠한 폭력도 용납해서는 안 되며, 학생지도를 폭력적인 방식을 동원해 해서도 안 됩니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 최루탄과 지랄탄이 난무하고, 백골단의 폭력 앞에 시위대의 쇠파이프는 최소한의 방어적인 정당방위로 인정을 하고 저항을 한 우리 세대는 급격하게 변한 광우병 촛불집회의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다는 게 저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도로 자체를 차단한 경찰버스를 밧줄을 묶어 끌어내는 것도 ‘폭력’이라고 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저는 지난 주 토요일 촛불집회에 참석한 후 시민들과 같이 ‘대구의 광란의 밤’을 보낸 싸나이(?)요 멀쩡한 대학생을 ‘가짜학생’이라고 생방송에 나와 지껄인 동구의 주성영 의원 사무실 앞에서 항의를 했습니다. 시민들이 항의의 표시로 계란 몇 개를 던졌는데 “던지지마”라며 반말을 하는 무전기를 든 사복 경찰에게 “반말하지 마세요”라며 항의를 하고 “시민에게 반말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사과만 하면 되는데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당사자는 도망가고 대신 현장의 경비과장과 정보책임자로부터 사과를 받고 왔습니다. 어린 자식들이 있기도 했지만 ‘인권침해’에 대한 최소한의 항의라고 생각하기에 ‘반말에 대해 사과한다’는 말을 들으려 한 것인데 숨어버린 그 사복경찰이 평소에 얼마나 폭압적인 자세로 시민들을 대할까 싶은 생각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말이 잠시 옆으로 새나간 것 같군요. ‘군대문화’의 잔재라고 묻어 버리지 말고 폭력 추방을 위해 연세대 차원의 진상조사와 함께 성악과의 구성원들인 교수와 학생 모두가 노력하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인권전문가들을 초빙해 ‘인권교육’을 교수와 학생들이 같이 받으면서 토론도 하고, 인권지수를 높이는 노력을 한다면 ‘폭력추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무엇보다 약자인 여성에 대한 폭력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기본자세가 아니라고 봅니다. 연세대 성악과의 오페라나 공연의 뒤에 ‘여성에 대한 폭력’이 존재하고 있다면 어느 누가 관람을 하러 가고 싶겠습니까? 폭력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며 폭력을 휘두른 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과 불이익이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폭력 없는 연세대 성악과가 되기를 빕니다. 참고로 폭력 추방을 간절히 원하신다면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추천해 드릴 테니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제 전자우편은 bando21@hanmail.net 주소는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성서우체국 사서함4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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