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사랑하는 딸들아!

녹색세상 2008. 6. 2. 05:10

 

 

 

‘0교시 수업’에 야간 강제 학습 때문에 하고 싶은 것 하지도 못하는 너희들을 볼 면목이 없구나.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보고 싶은 책도 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고민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살아가야 할 너희들을 학교란 울타리 안에 가두어 놓고도 아무런 몸부림도 하지 못하는 이 애비가 너희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 벌써 20대 중반이 넘은 큰 집의 언니들이 무한경쟁에 내몰려 고생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취업전쟁’을 치르고 있음에도 옆을 돌아보는 여유조차 못 가지는 현실을 보고 있자니 억장이 무너진다.


너희 모두는 남들이 안으면 울다가도 이 애비나 삼촌이 안으면 울음을 멈춰 너희 왕고모님은 ‘저 놈들이 핏줄은 안다’며 말씀하곤 하셨단다. 해린이도 반듯하고 건강하게 자랐지만 언니들은 일찍 큰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음에도 불구하고 잘 장성해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애비 없이 자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보기 좋다’며 기뻐하셨어. 이렇게 고맙게 장성한 너희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운데 대통령이란 자가 ‘미친 쇠고기’를 먹이겠다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시작했으니 나로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 인터넷을 통해 글도 올리고 블로그에 ‘미친 소, 이명박 너나 쳐 먹어라’고 퍼 날랐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안 되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렇게도 싫어하시는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 “사랑하는 내 자식과 조카들에게 미친 쇠고기를 먹일 수 없다”는 것 때문이야.


부모가 되고 아제비가 되면 이래저래 고민도 많고 머리가 복잡하단다. 그러기에 어지간하면 가족들 생계 때문에 포기하고 살 때가 참 많지만 ‘너희들에게 미친 쇠고기’를 먹게 할 수는 없다. 어느 경찰 아저씨도 “아이들 학교급식에 오르고 군대 급식에 갈 건데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곤 하더라. 설사 내가 불이익을 받는다 할지라도 ‘미친 쇠고기를 자식들이 먹게 할 수는 없다’는 게 비단 나만이 아니라 이 땅 모든 부모들의 바람이라고 믿어.

 

 


복현동 삼촌들의 영원한 큰 딸 보라ㆍ정민아.

너희들이 벌써 어머니가 결혼했을 나이가 되었으니 매사 잘 알아서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조카들에게 이런 말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미친 쇠고기 반대 싸움만은 우리가 함께 하자’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너희들과 동생들을 내 생명보다 사랑하기에 ‘미친 쇠고기만은 절대 안 된다’고 울부짖지 않을 수 없고, ‘광우병 쇠고기가 안전하니 먹어라’고 국민들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이명박이란 미치광이를 끌어 내리지 않을 수 없단다. 먹는 것을 갖고 대통령이란 자가 장난질 친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이명박 이면 어때, 잘 살면 되지”라고 하던 할아버지ㆍ할머니도 ‘먹는 것을 갖고 사기 치는 놈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하고 계시단다.


이 땅의 현실이 20대인 너희들이 살기에는 너무 힘들지? 너희들의 지난 10년은 악몽의 연속이었고, 앞날 역시 암울하기만 해 부모 된  자로서 가슴이 쓰리기만 하다. 그러기에 너희들의 아픔과 고통에 함께 하지 못해 미안 하구나 딸들아. 그렇지만 자식들의 아픔을 보면서도 외면한다면 ‘짐승만도 못한 자’라고 하지 사람이라 부르지 않는 게 우리네 정서란 걸 너희들이 더 잘 알거야. 전과 16범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이 땅에 사는 게 너무 부끄러워’ 이민 가려고도 했지만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10대 청소년들을 보면서 접었던 희망의 날개를 다시 펴려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니 먹어라’고 지껄이는 이명박과 그 졸개들은 분명히 미치광이다. 그 미치광이들 때문에 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너희들의 앞날이 어둡고 청춘이 무너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끌어 내리려고 신발끈을 동여맬 수밖에 없구나. 미치광이 히틀러가 2차 세계 전쟁을 일으켰을 때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외면할 수 없다’면서 자기 조국으로 돌아온 ‘디트리히 본회퍼’란 목사님은 “당신이 목사로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미치광이가 대형트럭을 몰고 대로를 질주하고 있는데 목사인 내가 할 일은, 죽은 사람들의 시체나 거두어 장례를 치루는 게 아니라 그 미치광이를 차에서 끌어내려 차를 제 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라고 답변하고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어. 물론 죽는 날 아침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바치는 아름다운 모습’에 교도관들조차 감동을 했어. 이 말은 애비를 비롯한 많은 지성을 가진 기성세대들의 양심을 들썩 거리게 한 것이기도 하고, 지금 너희와 내가 함께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준 명확한 답이기도 하고.


너희들이 보기에 실천하기 힘든 답임에 분명할 거야. 그렇지만 난 부모 된 자로서 알고 있는 정답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단다. 이게 우리들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사는 길이라고 알고 믿기에 당당하게 말 한다 얘들아.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기에 이 말만은 꼭 전하마. 사랑하는 큰 딸들 보라ㆍ정민아, 그리고 해린아. 너희들은 나의 생명보다 소중하고 귀해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가 없단다. 연세가 많아 움직이기 힘든 할아버지ㆍ할머니도 나와 같은 심정인 줄 알 알거야. 난 심부름꾼에 불과할 뿐이고. 너희들을 지키려고 최대한 노력할 것이고, 너희들이 우리와 함께 이명박이란 미치광이를 끌어 내리는 일에 함께 하자꾸나. 정신 나간 이명박이가 20대인 너희들과 10대인 내 ‘자식들을 배후에서 선동했다’고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서구나. 그렇지만 애비의 후배들 중 경찰에 근무하는 아저씨들도 ‘먹는 것 갖고 국민들한테 장난치는 것은 나쁘다’며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같이 싸우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더구나.


깡패 잡는 일이 너무 신나고 재미있어 밤새우는 것도 모르고 지내다 이혼당할 뻔한 아저씨들의 이야기가 남의 얘기가 아니라 애비 주변의 지극히 평범한 경찰공무원들의 모습이란다. 그런데 상층부의 일부 모리배들에게 국민들의 일꾼들에게 ‘미친 쇠고기 먹이는 것 싫다’고 하는 것을 감시하고 막으러 보내고 있으니 이명박은 정말 나쁜 놈임에 분명하지. 지금 이 순간도 조직 폭력배 잡으려고 잠도 설치는 경찰공무원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폭력을 뿌리 뽑으려 주야를 가리지 않는 분들이 있는 줄 너희들도 잘 알거야. 이런 착한 사람들에게 ‘광우병 쇠고기 먹기 싫다’는 시민들을 감시하라며 시키는 이명박을 난 용서할 수가 없어 멱살을 잡고 끌어 내리려 한단다 얘들아. 너희들을 사랑 한다 이 애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