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대책 없는 대구대책회의에 요구 합니다.

녹색세상 2008. 6. 13. 16:38

이명박이 캠프데이비드 산장 숙박비로 ‘광우병위험 쇠고기’ 수입에 서명을 하고, 검역 주권조차 포기한 후 연일 계속되는 시위로 인해 고생이 많을 줄 압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투쟁’을 만들기 위해 각종 공연 섭외를 잘 해 고립된 ‘선수들만의 집회’가 아닌 가족들이 함께하는 촛불문화제가 되어 즐거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해 집중해야 되는 시기에 집회의 판을 어떻게 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실 관계자들의 노고에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대구 촛불집회 진행과 전술적 오류에 대한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농림부장관 고시가 있은 날 거리로 나온 대구시민들의 자발적인 투쟁의 열기는 ‘공식적인 행사 그만’이란 대책회의의 찬물로 가라앉고 말았다. 중요 직책을 맡은 사람들은 빠지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남아 새벽 5시까지 촛불을 피웠다.

 

 

첫째, 집회의 분위기를 고양시키기는커녕 찬물을 끼얹은 주말을 비롯한 주요 시기 사회자의 문제입니다. 대구에 사람이 그렇게도 없는지 운동권 사투리가 몸에 배인 진행 발언으로 촛불문화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회자를 무대에 세우는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6.10항쟁 기념 집중 집회에 민주노총이나 부문 단체의 조직 동원보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잊은 채 ‘계급ㆍ계층을 비롯한 각계 각층’이란 말을 첫 마디에 뱉을 수 있는지 자질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냉엄한 비판과 평가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시민들을 대하는 기본자세가 되어 있지 않음에 분명합니다.


둘째, 87년 6월 항쟁 이후 가장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왔는데 지금까지 얼굴 한 번 내밀지 않은 목사들이 왜 앞에 섰는지 그 영문을 알 수 없습니다. ‘기독교생명연대, 목정평…’ 글자만 다를 뿐 같은 얼굴들 아닌가요? 내가 기독교 신자이지만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수시로 참석한 목사님들은 오히려 시민들 속에 묻혀 표시도 내지 않는데 멍석 깔아 놓으니 엉뚱한 인간들이 설치는 꼴은 볼썽사납기 그지없었음을 대책위는 알아야 합니다. 차라리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끈질기게 투쟁한 상복입은 농민들과 상여가 맨 앞에 섰어야 맞을 것입니다.


셋째. 전술적 오류에 대한 지적입니다. 서울은 이미 투쟁의 수위가 대책회의 쪽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선지 오래고, 각 지역도 그런 수위에 도달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이름 없는 ‘대중들의 힘’을 믿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아주 원론적인 문제 제기를 합니다. 대구도 이제 부터는 ‘감옥 갈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분들은 상황책임과 같은 중요 직책은 내려놓고 뒤에서 돕는 역학을 해야 합니다. ‘장관 고시’ 발표 후 대구도 수 차례 ‘지도부의 지도’라는 게 먹히지 않는 상황이 나타났을 때 상황실장을 비롯한 대책회의 관계자들은 그냥 뒤로 빠져 버렸습니다. 그야말로 아주 무책임한 처신이라 비난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설 곳은 시민들의 앞이 아니라 옆과 뒤에도 얼마든지 많으니 이제 앞에 서려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6월 7일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반월당 앞에서 ‘해산’ 시키고, 6월 10일은 6월 항쟁이 후 가장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수위를 높이기는커녕 중심가 한 바퀴 돌고는 앞뒤로 음향을 설치해 대열을 반토막 내어 찬물을 끼얹은 것은 오류를 넘어 대책위의 한계를 드러낸 것입니다. 경찰과의 협조 아래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단순한 ‘놀이판’만 하자고 모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잘못을 범했습니다. 투쟁의 수위를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으니 화재 진압하는 소방수 역할을 접고 내려와 시민을 섬기는 겸허한 자세를 보여줘야 이름 없는 ‘대중의 폭발적인 힘’이 나타나지 지금처럼 고집 부린다면 멱살 잡혀 끌려 내려올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손에 든 것이라곤 촛불과 손팻말 뿐인 우리가 공권력에 대항해 투쟁하는 것은 끈질김 말고는 없습니다. 피로에 지쳐 있는 공권력의 급소를 가격하기는커녕 ‘고양된 투쟁의 열기’에 김 빼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고생하신 것 알지만 ‘감옥 갈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시민을 섬기고 도와주는 자리로 내려와야 합니다. 그게 여러분들이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