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경찰은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 나를 연행하라.’

녹색세상 2008. 5. 28. 19:37
 

‘연행은 정부와 경찰의 어리석은 짓, 저항 더욱 거세질 것’


28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울려 퍼진 말이다. 경찰청 앞에서 선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연행자들의 즉각 석방을 주장하며 이와 같이 외쳤다. 이날 새벽 서울 종로거리에서 113명이 연행되는 등 25일 새벽 첫 연행자가 발생한 이후 연행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27일과 이날 새벽엔 경찰이 청소년을 연행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손에는 ‘너를 심판한다, 나를 연행하라’ 등의 피켓을 든 채, ‘촛불시위 탄압하는 어청수 경찰청장 물러나라’, ‘연행자를 즉각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소속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을 대량으로 강제 연행한 것에 항의하는 규탄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한 경찰이 기자회견 참석자들의 얼굴을 촬영하다 발견되어 항의를 받자 경찰청으로 급히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경비를 서던 경찰들이 시위대로 오인해서 제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남윤인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28일 새벽 경찰은 거리행진을 마치고 청계광장에서 마무리 집회를 위해 이동하던 시위대 100여명을 전원 연행했다”며 “인도에서 시민들을 불법 연행한 것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보기 어려운 일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7일 새벽 연행한 여고생을 그날 오후까지 붙잡아둬 물의를 빚었음에도, 28일 새벽에도 ‘미성년자 석방하라’는 시민들의 외침에도 경찰은 고등학생 2명을 연행하는 폭거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속되는 연행에도 촛불문화제와 거리행진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역사는 탄압이 거세질수록 국민들은 더욱 거세게 저항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와 경찰은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남윤인숙 공동대표는 또한 “폭력진압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다”며 “잘못된 협상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재협상에 나서는 것만이 거리행진을 막을 수 있다”며 “며칠간의 불법 연행에 대해 사과하고 어청수 경찰청장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어청수 청장을 보니 4·19때 시민들을 탄압했던 곽영주(이승만 경호책임자로 발포를 명령했다)가 다시 살아 돌아온 것 같다”며 개탄했다. 그는 “모든 공권력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내라”고 외쳤다. 이학영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은 “경찰이 시민들이 마구잡이로 연행하고 있다”며 “우린 최루탄과 싸워 민주주의를 이뤘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재자의 말로는 똑똑히 봐야 한다, 국민들이 촛불 들고 평화롭게 얘기할 때 들어 달라, 청소년과 시민을 즉각 석방하라”고 외쳤다. 이영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상임의장 역시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무시하는 정권의 말로를 명심해야 한다”며 “국민은 그런 정권을 용납하거나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환통보를 받은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생황실장은 “경찰은 대책회의 상황실 관계자와 참여단체 대표 10명에 대해 소환명령을 내렸지만, 정부가 재협상을 밝히기 전까지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한 경찰이 사복을 입고 기자회견 모습을 촬영하다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에게 들통 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경찰은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의 제지에도 ‘할 일하라’며 계속 촬영을 하다가, 취재진이 몰려들자, 이내 경찰청으로 몸을 숨겼다. 이에 대해 국민대책회의 한 관계자는 “경찰은 모든 촛불시위, 기자회견을 몰래 촬영하고 있다며 광우병 정국이 끝나면 무더기로 소환장을 발부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