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농림부 공무원 양심선언 ‘국민이 반대하는 고시는 하지 말아야’

녹색세상 2008. 5. 28. 23:59
촛불문화제가 밤이 깊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날 ‘KBS 9시 뉴스’와 MBC ‘뉴스데스크’에서 촛불문화제를 생중계로 방영하자, 시민들은 크게 환호했다. 청계광장에는 주최 측 추산 1만명, 경찰 측 추산 3000명의 시민이 모여 있다. 소라탑 앞부터 모전교까지 빽빽이 촛불이 들어차 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의 두 번째 양심선언이 터져 나왔다.  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고시를 29일 할 것으로 언론에 알려진 가운데, 홍성호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고시 중단을 요구하는 한 농수산부 공무원이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을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전했다.

 

 

“고시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가? 자괴감이 앞섭니다. 우리는 국민들을 위해 국민들로부터 칭찬을 듣기 위해 일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고시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고시를 하고 안하고 입법예고를 다시 하고 안하고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장관님에게 부여된 권한입니다. 대통령의 권한이 아닙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식품을 책임지겠다고 출범한지 몇  개월 만에 쇠고기 안전도 책임지지 못하고 국민들로부터 불신 받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들은 힘들지 모르지만, 후배 공무원들은 좀 더 민주적인 정부에서 국민들로부터 칭찬받은 신뢰받는 공무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희망을 만들어 주십시오.”

 

홍 수석부위원장은 “ 난 50년간 공무원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오욕과 굴종의 역사를 가졌다”며 “이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당당하게 말하겠다”고 말했다. 최명숙 씨는 “오늘 두 번 째로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울면서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너무 속상해서 다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어른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기 때문에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며 “그것이 더 큰 힘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나눔문화의 ‘촛불오빠’ 송승호 씨는 전주에 분신한 이병렬 씨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쾌차를 기원했다.

 

 

“그렇게 가시면 우리가 너무 슬프다. 가난한 사람들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함께 만들어야죠. 지금 듣고 계신가요? 이 촛불들이 보이시나요? 다시 일어나실 때까지 저희가 함께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한편, 촛불집회가 막바지에 이르자 경찰들이 진압복을 착용하는 등 거리 시위에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억장이 무너질 뿐이다. 평화로운 촛불시위를 정리할 자신이 없어 어린 아이들도 있는데 진압복을 입혀야 하는 대한민국 경찰과 ‘해산시켜라’는 명령을 내린 이명박,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절로 되돌아가지 않고는 이런 발상을 할 수 없다. 이명박, 그대가 할 일은 오로지 하나. 내려와 조용히 집으로 가는 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