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FTA청문회, 김종훈 “알고 대답해라…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녹색세상 2008. 5. 15. 03:13
 

김종훈, “알고 대답해라…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한미FTA 청문회’에서 정부 당국자와 의원들이 감정이 실린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고성이 오가는 등 격한 모습을 연출했다. 발단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고압적 태도를 보이면서 시작됐다. 특히 증인 자격으로는 이례적으로 의원들에게 “좀 사실을 알고 말해달라”며 의원들의 질의에 꾸짖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격분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김 본부장은 민주당 김재윤 의원이 지난 4월 미 관보 발표에 따르면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가 완화돼 정부 발표와 다르다고 몰아세우자 “분명히 강화됐다. 좀 사실을 알고 말해 달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무위원으로서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답변을 할 뿐 제가 여기에 있을 법적 근거는 없다. 그렇다면 퇴장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알고 대답해라…내가 점쟁이도 아니라”고 핏대를 세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이번 청문회가 미 관보의 발표와 정부의 발표가 다르다는 점, 그로 인해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가 강화됐느냐, 완화됐느냐가 쟁점을 부각됐지만, 정작 김 본부장은 2005년 10월 입법 예고된 안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2007년 5월 OIE(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에 광우병위험통제국가를 지위한 이후 기준을 염두에 두며 “분명 강화됐다”고 강변했다. 이에 최성 의원은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미 관보 문제에 대해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치명적 실수로 오역을 저질렀는데 강화됐다고 의원들에게 알고나 질문해라? 그럼 왜 농림부 장관과 청와대가 발표할 때는 왜 강화됐다고 따지지 않았나? 영어원본을 들고 가서 쇠고기 협상 주체에게 항의해야지, 질문하는 국회의원에게 알고나 답변하라고 하느냐”고 엄하게 꾸짖었다.


김재윤 의원은 또한 앞선 질의에서 대한민국이 OIE가 판정한 구제역 청정 국가가 맞느냐는 질문에 김 본부장이 아니라고 답했다면서 “차라리 모르면 모른다고 답변해라. 대한민국 통상본부장이 맞느냐”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속기록을 확인하자고 맞불을 놓은 뒤 “오전부터 광우병 얘기만 하다가 왜 구제역이 나오느냐. 내가 지금 거짓말 하겠느냐”라며 발끈했다. 이에 김 의원이 “지금 말장난 하느냐, 이런 답답한 사람이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김 본부장도 이에 지지 않고 “사람이라니, 말 조심하라”고 응수했다. 흥분한 김 의원이 이어 “그럼 사람이 아니면 짐승이냐”며 윽박을 질러 한때 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김 본부장은 또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동물성 사료 강화조치와 관련해서 2005년도와 2008년도의 사료 조치 차이점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협상 타결한 이유를 따지자 2005년도 입법 예고된 안을 인지했지만 이번 미 관보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번 협상 때 합의되고 나온 것이다. 내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합의되기 전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본부장의 연이은 고압적 태도에 회의실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김 본부장의 태도를 질타하자 위원장까지 나서 자제를 촉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서갑원 의원은 “증인이 청문위원이 심문하는 과정에 잘 듣고 답변해야지, 본인이 잘못들은 것을 질책하는데 거기에 대놓고 청문위원을 몰아세우면 이 나라가 미국 국회인가?”라며 “미국 국회는 그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국회의원들을 이렇게 무시하고 청문회를 이렇게 무력화 시켜도 되는 정부가 진정한 실용정부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종훈 본부장과 함께 증인이 아닌 주무장관인 보고자로서 출석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의원들의 질의에 으름장을 놓기는 마찬가지였다. 유 장관은 권영길 의원이 정부의 오역 문제에 대해 끈질기게 추궁하자 “국무위원으로서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답변을 할 뿐 제가 여기에 있을 법적 근거는 없다. 그렇다면 퇴장하겠다.”고 말해 회의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18일 농림부가 낸 단계적 수입에 대한 보도 자료를 보면 사료 조치 강화 시 30개월 이상 수입을 조건부로 밝혔고, 첨부자료로 강화된 사료 조치가 다 나와 있다. 이것을 발표해놓고 이제 강화됐다. 제발 부끄러운 줄 알아라”면서 “순간 기분이 나쁘면 나가겠다고 하는 것이 그게 정부 각료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대한민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먹고 사는 자들이 공중파로 중계하고 있음에도 하는 짓거리다. 이런 인간들이야 말로 ‘사료 값도 못 한다’는 건설현장의 속어가 딱 맞다. 사료 값 못 하는 짐승은 잡아서 처리하고, 밥값 못하는 공무원들은 집으로 보내야 한다. 국민인 우리는 그럴 권리가 있다. 그 장관에 그 본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