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가정의 달, 피눈물 나는 청소년 알바시장

녹색세상 2008. 5. 6. 19:27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자신이 일해서 버는 소득원은 단 하나, 흔히 알바라고 부르는 시간제 노동인 10대 비정규직인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실태가 난무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제도와 장치마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2008년 현재 한국의 시간당 최저 임금은 3770원인데 최저 임금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정부가 정해준 것인데 대부분의 임금이 그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비정규직 문제는 이제 10대나 대학생ㆍ청년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노동으로 살아가는 전 계층에 해당된다고 봐야 한다.

 

▲ 청년실업 문제와 청소년 시간제 노동인 알바 시장의 인권침해와 임금 체불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을 ‘사람의 얼굴’을 한 사회라 할 수 없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청소년 비정규직 알바 시장의 인권 침해와 착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 업주들이 떼먹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실제 알바의 평균 임금은 3천원이 못 되는 수준이라 볼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인 고민을 진지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스위스나 스웨덴 같은 유럽 복지 국가에서 실시하는 공공기관이 청소년들에게 일 자리를 제공하는 방식까지는 안 된다 할지라도 지역사회에서 직접 나서서 다른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 ‘돈이 어디 있느냐’고 할지 모르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연말이 다가오면 남은 예산을 쓸데가 없어 멀쩡한 도로를 파헤치고, 아직도 불편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블록을 교체하고 도로 경계석을 바꾸는 비용을 대체하면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청소년 노동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전혀 없으며 그러니 사회적 합의 역시 없다. 청소년 노동의 알바 시장 현실은 최저 임금 기준을 지키지 않으려고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 ‘무정부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 시장의 ‘치외법권 지대’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임금 떼먹기는 기본이고 금융시장처럼 꺾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성인들의 노동시장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꺾기는 고급 손님을 상대로 하는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손님이 거의 없는 시간이 되면 ‘나가 있어라’고 압력을 넣는데 오락실이나 피시방에서 시간을 때우곤 한다. 이런 꺾기는 국제 노동시장의 관례나 청소년 노동에서 전례조차 없는 아주 악질 중의 최고 악질이다. 더욱이 이런 짓을 저지르는 회사는 외국계의 악명 높은 프랜차이즈 지점들이 대부분이다.


한국계 회사들은 외국계 보다는 조금 덜 악질적이긴 한데 사회적 관행 같은 것이 만들어지면 같은 업종 내에서 ‘업계표준’이란 것이 생기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의 꺾기와 같은 악질적인 행태를 모방해 확산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문제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회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10대가 우리 사회에서 약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는 민주주의의 문제라기보다 천박하기 그지없는 한국자본주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


10대 알바시장은 소수자 노동의 문제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유행하는 단어인 ‘소년소녀가장’ 문제, 청소년 착취와 비정규직 청소년들의 보건 문제, 10대에 대한 성 착취에 대한 문제를 그냥 내 버려두면 기성세대의 새로운 생산 장치가 생겨 노동시장에 막 진입하려는 그들을 노예처럼 학대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청소년 노동에 접근하는 상식적인 자세다.


청소년 문제에 대해 미국은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고, 일본과 스웨덴 같은 복지 국가에서 제시하고 있는 지역형이 해결책에 조금 가깝다. 일본은 인위적으로 높인 조금은 특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문제와 연동해 알바의 시간 당 임금을 상당히 높임으로서 청소년 노동 문제에 대한 일차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적어도 청소년 노동과 관련해서 한국과 일본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난다.


약자인 10대 문제를 직시하고 다루는 것에 한국사회는 매우 미숙하다 못해 초보수준이다. 자본주의 운영 방식을 서양에서 껍데기만 들여왔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한국사회가 ‘사람에 대한 예의’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사람을 보려면 ‘윗사람보다 아랫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라’고 하듯이 사회를 평가하는 역시 ‘소수자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는 소수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8만원 세대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