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기업, 이윤이 민주주의 보다 중요한 ‘특수구역’

녹색세상 2008. 5. 4. 01:05
 

“어떤 통치가 노동 현장의 통치만큼 일상생활에 그렇게 커다란 결과를 가져 오는가? 어느 곳의 독재가 이보다 더 가랑비에 옷 젖듯 모르는 사이에 독재의 효과가 생기기 할 수 있을까?” (로버트 달, 민주주의화 그 비판자들)

 

기업 내부에서 ‘의사소통과 결정 과정이 어떤지’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회사와 직원 사이의 ‘관계의 일방통행’이라고 답했다. 회사와 직장인, 즉 노동자는 ‘계약관계’이다 직원은 노동력을 팔고 기업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상호협약의 관계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관계는 ‘연봉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순간 과감히 일방적적으로 무너진다. 기업이 노동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와 승진의 보상 전 과정에 ‘상호의사교환’이 없이 기업이 결정권이란 칼자루를 일방적으로 사정없이 휘두른다.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긴 하지만 이용하지 않는 것은 이긴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의제기로 수정되는 순간 제도 자체가 위험해 지고, 평가와 승진 체계뿐만 니라 다른 영역까지 연쇄 반응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 자본이 그것을 허용할리 만무하다. 기업이라는 조직은 다른 조직과 다른 특성이 있는 게 ‘위가 아래를, 아래가 위’를 서로 평가하고 상호검증 같은 것을 우선의 덕목으로 여기지 않는다.

 

▲관리의 삼성을 내세우며 총수의 의사가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전달하는 ‘일방문화’를 자랑한 삼성이 뇌물사건으로 특검의 수사를 받고 이건희 회장이 사퇴까지 했다. (사진: 오마이뉴스)



기업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이윤추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러기에 민주성보다는 효율성을 최고 덕목으로 여기기에 민주적인 간부가 아닌 실적이 좋은 간부가 승진할 수밖에 없다. 오로지 실적과 성과로 모든 것을 말한다. 사원들이 승진에서 처지지 않고 임원이 되거나, 임원 자리에서 잘리지 않으려면 ‘실적’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한다. 오직 성과를 위한 협력은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전달되기에 합리성이나 민주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보고는 있어도 의견은 없는’ 회의만큼 기업 안의 의사소통 방식을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 기업 내의 소통은 일방통행이기에 ‘쌍방향 의사소통’이 전제 조건인 민주주의나 인권은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는 극소수의 기업을 제외하고는 일반사회보다 더 심하고 대기업으로 갈수록 더 심하다. 최고의 효율성으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일반 원칙을 적용하기 힘든 ‘특수구역’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한국의 기업 문화는 특수구역 중에서도 특수한 곳이다. 재벌이라고 부르는 대기업의 사회 공헌활동이 외국처럼 탄탄한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 책임을 발전시킨 것이 아니기에 기업의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발을 뺄 준비를  늘 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자본이 철학의 수준으로까지 인식하고 있다면 수익이 많을 때 많이 모았다가 사정이 안 좋을 때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몇몇 좀 앞서나가는 회사들을 빼고는 대부분 ‘보험성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회공헌 활동에서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위험의식’은 원죄와 맞물려 있다. 한국 기업이 성장해 온 방식은 사회적인 활동에서 뿐만 아니라 경영 구조와 기업문화에도 짙은 그림자를 남기는 자업자득이다. “미국자본주의를 가장 많이 훼손한 게 남들이 아니라 자본가들”이라고 말한 어느 투자전문가의 말처럼 한국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가장 많이 망친 게 자본가들이다. 정말 특수구역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한다’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