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가정의 달, 10대를 겨냥한 인질 경제에 대한 고민

녹색세상 2008. 5. 12. 23:45
 

가장 천박한 1318마케팅과 다단계판매


한국에서 가장 나쁘고 천박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사회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는 것 중 ‘1318마케팅’과 ‘다단계판매’를 지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1990년대 이후 우리들의 삶을 지배한 것은 이 두 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단계 판매와 10대를 상대로 한 ‘1318마케팅’ 이것만 생기지 않았다면 이 땅 서민들의 표정은 훨씬 밝고 사회도 이렇게 암울하지는 않을 것이다. ‘1318마케팅’은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들을 겨냥한 장사 용어로 자본과 기성세대가 우리들의 ‘미래요 희망’인 10대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가장 명확한 단어다. ‘1318마케팅’을 처음 만든 것은 패션ㆍ미용 관련 다국적기업이다. 바싹 마른 10대 소녀를 ‘슈퍼모델’로 등장 시켜 ‘스타모방 장사’로 1980년대에 급성장한 유행업체가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해 짭짤하게 재미를 보자, 1990년대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다시 포장해 내 놓은 인위적인 흐름이다.

 

  ▲ 인질경제에 볼모로 잡혀 있으면서도 ‘광우병 쇠고기 반대’ 시위에 참여하는 우리들의 사랑스런 10대들.

 

이 시기에 성인을 상대로 한 ‘사치품장사’의 전위매체들이 10대 소녀들에게 사치품을 파는 새로운 장사 전략을 들고 나왔다. 원래 이런 식의 장사방식은 한 동안 유행에 따라 커졌다가 다시 제 자리를 잡고, 기업은 그러한 바뀐 상황을 파악해 새로운 장사 방식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치재(luxury good)라는 말을 ‘명품’으로 이상하게 번역해 전혀 다른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게 만들었다. 사치세대를 ‘명품족’으로 둔갑시켜 유행을 확산시킨 것은 ‘비자금뇌물’ 사건으로 말썽을 일으킨 ‘삼성’이다. 특정 집단에 대한 고급화 전략, 즉 같은 상품에 이질성을 포장해 비싼 가격의 장사로 전체 이윤율을 높이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것도 아니고 이 정도 가지고 사회에 위기가 오지는 않는다.


흔해빠진 이런 마케팅전략(장사방식)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자신의 경제 능력이 없는 계층에 무차별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성인들의 경우 사치재 장사 방식이 작동 하더라도 자신의 소득과 지출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형성되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는 없다. 그러나 ‘1318마케팅’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 사회의 경우 소득집단 별로 분할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집단의 소비가 ‘전체소비의 잣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또래 집단이나 무차별적인 세뇌 광고에 의해 소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경우 ‘경제적 합리성’의 가설이 한 방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13세에 기초화장, 18세에 색조화장으로 마무리


지난 5~7년 간 교묘히 진행된 화장품 회사들의 장사 기본 전략은 ‘13세에 기초화장을 시작해 18세에 색조화장’으로 마무리 한다는 것이다. 13세 소녀 때부터 자신들이 만든 화장품을 사용해 평생 고객으로 만든다는 처절한 전략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가장 일찍 화장을 시작하고, 10대들이 가장 많이 화장품을 소비하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여고생들의 색조 화장은 이제 너무 흔해 거론하기조차 힘들다. 오직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거는 세상에 ‘내 자식이 화장품 회사 장사에 휘말렸다’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지난 5~7년 간 한국사회를 쓰나미처럼 싹 쓸어버린 ‘1318마케팅’은 10대들의 정신세계만 황폐시킨 것이 아니라 그들의 다양한 감수성이 생길 수 있는 공간을 ‘과시적인 소비’ 가득 채워 버렸다. 이는 우리 미래가 삭막하기 그지없을 뿐 아니라 사회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마저 갉아 먹어 버린 것으로 ‘사막화’에 다름 아니다.


우리 사회의 ‘1318마케팅’은 ‘세대착취 현상’으로 10대들을 아무런 방어 장치 없이 장사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으로, 현대 자본주의도 아닌 그저 10대를 먹이로 삼은 ‘세대 ’착취 자본주의’에 불과할 뿐이다. 1318마케팅이 우리나라 고유의 10대 장사와 결합하면 ‘세대착취’가 아니라 ‘세대파괴’가 된다. 우리의 10대들은 교육 장치에 의해 아주 극단적으로 착취당하는 ‘처절한 집단’으로 봐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대 간 경쟁은 늘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므로 누구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어도 변하지 않고 악순환의 늪으로 빠져 들어만 간다. 한국 경제의 성정 잠재력이 10대 마저 갉아 먹으면서, 장기적으로는 약화됨에 따라 세대 간 착취 현상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인질 구출만이 한국사회가 살 길


한국사회에서 10대는 착취하기 가장 편하고 유혹하기 쉬운 사회적 약자들이다. 10대들은 부모들이 갖고 있는 구매력을 빼 먹기 가장 쉬운 매개물이라 자본은 그런 눈으로만 우리 10대를 바라볼 뿐이다. ‘살 좀 찌워서 잡아먹자’고 하던 예전의 이야기는 전설로 바뀐 지 이미 오래 전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10대를 겨냥한 장사’는 사회전체를 향한 전형적인 ‘인질경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인질들을 구해 10대와 부모들을 자유롭게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웃음은 구경하기 힘들지 모른다. (‘88만원 세대’ 발췌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