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노회찬 그리고 김현미

 

세 정치인이 낙선했다. 이들의 석패가 안타까운 것은 자본권력 추종 세력을 제어할 대항 세력 진영의 자산 유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제 압도적 보수 우위 판도에서, 신자유주의 우파 정책이 활개 칠 것이다. 언론을 그들에게 ‘삼성저격수’한 호칭을 붙였다. 삼성 저격수 네 명 가운데 세 명이 이번 총선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생환한 이는 박영선 통합신당 의원뿐이다. 심상정ㆍ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김현미 통합신당 의원은 끝내 18대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비록 세 사람이 서울과 고양시에서 40% 안팎의 만만치 않은 득표를 하며 선전한 것은 틀림없지만 선거는 냉혹하다. 단 한 표가 적어도 진 것은 진 것이다. 4월9일 밤 총선 결과를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었던 국민이 어디 한 둘일까.  2005년 초겨울 어느 날 국회의사당 앞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했던 세 여성 의원의 패기에 찬 모습이 떠올랐고, 촌철살인 노회찬 대표의 열정적 모습도 적어도 4년간은 의사당에서 볼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이 떨어질 수 있습니까?”

심상정ㆍ김현미 의원의 낙선이 많은 이들을 심란하게 한 것은 그들이 삼성 저격수여서가 아니다. 노회찬 대표의 패배 역시 그가 삼성을 공격해왔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한 나라의 입법기관으로서 자신의 정치 소신을 묵묵히 실천한 선량으로 꼽는 데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부당한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피감사 기관을 매섭게 질타해온, 국회의원으로서 적격 판정을 받을 만한 그들이 왜 국회를 떠나야 하는가 하는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 심상정 누리집에 올라온 ‘시대유감’이라는 한 지지자의 격정 토로는 그래서 우리들의 가슴을 친다. “성추행한 사람, 표절한 사람, 미국에서만 살다 와서 이제야 국민 위해 뭘 한다고 나대는 사람,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마당에 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이 떨어질 수 있습니까?”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4.9 총선을 “자본권력이 주도하는 세력의 승리와, 이에 대항하는 세력의 새로운 싸움”으로 규정했다. 바로 그와 같은 관점에서도 노회찬ㆍ심상정ㆍ김현미 세 사람의 낙선은 자본권력 추종 세력을 제어할 대항 세력 진영의 쓰라린 자산 분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에서 떨어져 나와 진보신당을 꾸린 두 사람은 진보 정치 세력의 분열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들이 그간 보여 줬던 정치 역량은 진보 정치의 미래를 위해서 비중 있게 쓰일 인물들이다. 이것이 그들의 패배가 안타까운 또 다른 이유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가 보듯이 이번 총선은 지난해 대선에 드러난 보수 우위를 정책적으로 완결했다. 이런 정치 기반 위에서 이른바 신자유주의 우파 재편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거침없이 펼쳐질 것이 분명하다.

정치는 사회 각 세력의 갈등을 해소하며 그늘지고 소외된 집단을 배려해 국민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의회 파시즘’이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보수 집권 세력의 힘이 지나치게 커진 것은 한국 사회의 미래에 결코 밝지 않다. 민노당이 체면을 구기지는 않았고 통합신당에서 적잖은 진보 인사가 생환했다고 하나, 전반적으로 진보 정치 세력의 힘은 대항마로서 너무 역부족이다. 그러나 어찌하는가. 이런 결과를 만든 민의를 탓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진보를 자임하는 정치 세력의 뼈아픈 자성과 분발을 촉구할밖에.... 그런데 이렇게 슬쩍 빠져나가려는 우리들의 뒷덜미를 진중권 중앙대 교수가 낚아챈다. 보수 광풍을 한탄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한국 정치를 한탄하는 것도 좋지만, 그 한탄을 좀 더 실천적으로 하는 건 어떨까? 제발 당이 하는 꼴을 보고 나중에 지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하지 말라. 직접 참여하여 ‘지지할 만한 꼴을 갖추어주면 안 되는가’라고 묻는다면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 (시사IN 인용)